강은성 72

1/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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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나마 50대에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교회에서 맡은 직책의 임기가 끝나고 (거의) 모든 일에서 손을 떼면서 한동안 쉬었는데, "너 아니면 안 된다"는 '감언이설'에 조금씩, 다시 '일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그래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굳게 하고 있지는 않고 다시 빠져나올 궁리를 이리저리 하고 있어서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먹고 사니즘'에 충실하게 '생계형 멀티잡'을 뛰고 있는 '생활 전선'은 더 심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말하며 살고, 한 달에도 여러 편의 가볍지 않은 글을 써 대면서 은퇴는커녕 삶의 무게에 헉헉대고 있다. 캘린더에 할 일을 쭉 써 놓고도 읽는 걸 잊어버리거나, 전에 저장해 놓은 자료를 못 찾아서 인터넷에서 똑같은 자료를 찾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그걸 PC에 저장하다가 예전 자료를 발견한다든지 하여 일 처리의 효율성은 엄청 떨어졌다. 그나마 떨어진 '효율성'에 반비례해 객관적 현실에 대한 나 자신의 '수용성'이 늘어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사는 내가 최근 보다가 눈물이 많이 나서 화장실에 가야 했던 영상이 있다.

 

- '서이초 선생님' 사촌오빠의 '증언'(2023.8.5) [유튜브 동영상 보기 ▶]

 

신규 임용 2년차, 겨우 25살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고, 수만 명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7월~8월의 폭염과 폭우를 뚫고 매주 주말마다 검은 옷을 입은 채 도심에 모이는 뉴스를 우연히 접한 뒤 어떤 상황인지 찾아보다가 발견한 영상이다.

 

고등학교 때 '교련'이란 교과목의 이름으로 '군사훈련'을 받고, 무지막지하고도 어이없는 폭력을 휘둘렀던 선생(차마 지금도 '님'자를 붙일 수 없는)을 보며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데다, 공교육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중등교육을 마친 우리 집의 '자유로운 영혼'들과 한 10년을 동고동락했던 터라 공교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관심이 없었는데, 시대가 바뀌어도 정말 한참 바뀌었나보다.

 

더욱이 지난 8월 24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핵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기 시작함으로써, 20세기 전쟁범죄국 일본이 21세기 환경범죄국의 길로 '과감하게'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체력도, 정신력도, 삶의 무게도 따라주지 않아, DJ의 '명언'에 기대 벽에 대고 욕을 좀 하거나, 가끔 블로그에 글을 쓰는 정도로 지나던 사회적 일상을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교회 텔방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그냥 한 구석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될 것 같아 나간 시청 앞에서 인원이 적어 생각지도 않게 '핵 폐수 방류 규탄' 현수막의 한 쪽 끝을 들고 걸었는데, 교회의 낯선 현수막에 많은 참가자가 현수막 사진을 찍기도 하고, 교회에서 왔냐, 요즘 교회 같지 않다, 는 등 여러 얘길 들었다. 이분들 우리 교회에 한 번씩은 오시길 '세게' 기도해 본다. (이게 교회 '부흥' 전략인가?)

 

예전에 가끔 'N빵'하자는 얘길 했다. 밥 먹고, (대충) 전체 금액을 먹은 사람 수로 나눠 밥값을 내자는 의미다. 최근 2030세대부터 5060세대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교류하고 살면서 이제는 '당위'와 '헌신'의 시대는 가고, '자발'과 '1/N'의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몸도 머리도 생활도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찾아보고, 적당하게 오래갈 수 있는 1/N을 맡아야 '각자도생'의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길목 또한 N이 좀 적당하게 큰 우리네 인생의 '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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