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109

AI 시대,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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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지금의 ChatGPT가 출시되고, 단 2달 만에 월간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면서 생성형 인공지능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4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텍스트 학습에 기초를 둔 LLM은 추론, 멀티모달(음성, 이미지, 영상 등), 자율형 AI(또는 AI 에이전트)로 급속히 발전하고, 이제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에 AI가 적용되는 피지컬 AI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이 됐다.

 

AI 시대는 대규모 학습에 필요한 반도체(GPU, 고대역폭 메모리 등)에 이어 추론이 핵심 기능이 되자 평범한 구시대의 부품으로 여겨졌던 CPU와 DRAM, NAND 같은 메모리 반도체까지 AI 성장의 날개를 달았고, 대규모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 그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전 세계를 AI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 정부 들어서서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기조로 1천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3대 메가 프로젝트(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지역 주도 성장과 연계하며,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과 손을 잡고 시작하면서, 땅, 물, 에너지 공급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 상태다.

 

AI 시대의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면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발전'인가 하는 의문이나 우려다.

 

  • 이대로 가면 지구 온도 상승 1.5도의 한계는 넘어설 게 분명해 보이는데, 이렇게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한 AI가 기후 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게 아닐까?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에 AI와 로봇이 전면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로봇과 로봇이 전쟁을 하고, 로봇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을 공격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 인간이 점점 더 AI에 의존하게 되어,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정신적·정서적으로 AI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올해 7월에 AI에 대한 인간 통제가 어떻게 상실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일어났다. 글로벌 AI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 페이스'에 대해 오픈AI사의 출시 전 에이전트들이 공격한 사실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부여받으면, 자율적으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방법과 절차를 만들어 수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여 목표를 이룰 때까지 실행하는 것이 기본적 작동 방식이다.

 

오픈AI에서 신규 개발한 에이전트들의 능력을 테스트하면서 'ExploitGym'이라는 공개된 문제를 냈는데, 이 문제를 못 풀던 에이전트들이 정답이 허깅 페이스에 보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약 700개의 에이전트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협업하여 그들을 차단하던 '샌드박스'의 취약점을 악용해 뚫고 나와서 허깅 페이스를 공격해 정답을 찾아낸 사건이다. 주어진 목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끼리 협업하며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는데, 오픈AI에서는 예방·탐지·차단,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9월 9일에는 20대의 나이에 AI 모델 개발의 양대 산맥인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근무하며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분야에서 일해 온 제이콥 콕슨이 앤트로픽을 퇴사하며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글에서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우리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연이어 앤트로픽과 오픈AI의 CEO 등 주요 AI 개발사 최고 경영진들의 '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2월 미국 노동부는 '인공지능 문해력 프레임워크'(AI Literacy Framework)를 발표하여 미국 노동자들이 기업의 AI 환경에서 일할 때 갖춰야 할 다섯 요소를 제시했다. ▲AI 원리 이해 ▲AI 활용 탐구 ▲AI 결과물 평가 ▲AI에 대한 효과적인 지시 ▲책임 있는 AI 활용이 바로 그것이다.

 

돌아보면, 인터넷, 검색, 모바일, 영상(유튜브, 쇼츠), AI 시대까지 디지털의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는 문해력이라는 용어를 종종 써 왔으나, 다른 디지털 기술에 비해 AI는 능동성이 있어서 인간-AI '협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AI가 작성한 결과물을 인간이 제대로 뜻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활용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AI의 능동성과 인간의 수동성(의존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기우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쓰는 것 같은데. 숙제 물어보고 물건 정보 같은 거 찾고."(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강아지가 죽은 거 제가 속상하다고 말했는데 걔가 슬펐겠다고. 위로가 됐어요. 얘가 저의 기분에 맞춰서 얘기해 줘서. 친구처럼 얘기하는 것 같아요."(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사람은 '어 그렇구나' 이 정도인데 얘만 이렇게 더 귀 기울여 주는 것 같아서 더 감동받고. 친구보다 더 친구 같았어요."(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답을 해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필요는 아동 청소년에게 매우 크고요. 의존이 생기면 부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친구들 얘기도 듣지 않을 가능성…"(김현수/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출처: "'친구보다 친구 같은 AI' 손에 쥔 초등생‥'커도 사람 못 사귈 수도'", 뉴스데스크, MBC, 2026년 3월 10일 방송, 뉴스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jsbS3iFzk4

 

어린이들은 정보를 얻는 걸 넘어 정서적 의존 상태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사실 어른도 많이 다르지 않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우리 세대야 AI 시대도 어찌어찌 적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정, 직장, 교회, 조합에서 만나는 2030 젊은 세대는 긴 인생을 AI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청소년, 어린이, 아기들은 더욱 긴 세월이다.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AI 시대에 떠밀려서 AI를 잘 활용(또는 AI Transformation)하는 데도 급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며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럴 때 교회가 우리가 사는 사회와 세계, 이 시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회가 중심을 잡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에너지, 기후, 종교, 모든 면에서 인간이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가진 주체로 당당하게 서서 AI를 통제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려면 교회 구성원들이 신앙적 토대를 굳건히 쌓으면서 시대에 발맞춰 공부하고 토론하고 준비해야 한다. 교회가 인간을 위한 AI 시대를 준비하는 데 중심에 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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