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혜정109

이미 운명과 같은 하나님과의 만남 - 서인애 후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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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운명과 같은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하루가 고요해진

서인애 후원회원

 

Q. 안녕하세요. 이렇게 줌으로 뵙고 인터뷰를 하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 먼저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프로듀서로 일을 해왔는데 지금은 건강상의 문제로 쉬고 있습니다. 영화 프로듀서라는 직함이 다른 직업 전선에 계신 분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텐데요, 간단히 소개드리자면, 영화 기획 단계부터 개봉까지 연출자와 함께 작업하는 일입니다. 기획 단계의 전문가로서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획 단계에서는 아이템을 발굴해서 시나리오를 개발하는데요, 기획자와 연출자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하고 작가를 따로 섭외해서 쓰기도 합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제작비 투자 유치도 하는데요, 이 영역은 일반적으로 프로듀서가 아닌 제작사 대표인 제작자가 주 업무를 관할하게 됩니다.

 

투자가 최종 결정되면 프로덕션 단계로 진입하는데, 이 단계에서는 배우와 스태프를 섭외하여 영화를 함께 만들 식구들을 꾸리게 됩니다. 여러 제반 사항들이 모두 셋업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촬영에 돌입하게 됩니다. 촬영을 마치고 나면 후반 작업을 진행하고 배급을 계획하면서 극장 개봉을 준비합니다.

 

독립예술영화 영토에서 인권, 노동, 장애인, 소수자, 국가폭력 등에 관한 이슈들을 다루는 영화사에 소속되어 극영화와 다큐영화를 기획, 제작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단·중편, 장편 모두 포함하여 15편 정도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쉼 없이 내달리는 나날이었죠. 이른 청춘의 때에,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마음과 영혼 그리고 체력을 다 바쳤습니다. (웃음) 버티기 힘들 때면 '이 일은 악마가 아니라면 신으로부터 기프트를 부여받은 유사 '성자'만이 평생 해낼 수 있는 일이겠구나.' 하고 끝없이 고단한 여정을 위로하곤 했습니다. (웃음)

 

Q. 재미있고 보람된 일이긴 하지만 상당히 고된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잠시 쉬는 시기를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어떻게 향린교회를 알고 오게 되신 걸까요? 아마 길목보다는 교회를 먼저 알고 오셨을 것 같습니다.

 

지난 코로나 시기 동안 부모님 두 분을 모두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시기에 영화산업 현장도 모두 셧다운되었어요.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존재와 삶에 대해 정말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거의 수도자처럼 살았습니다. 홀로 지내면서 내면의 의문과 마주하고 해가 내리면 하염없이 걸으면서 허공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죽음과 같은 시간을 딛고 다시 살아간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깊이 내려가 보았는데, 아무리 심연 속에서 분투해도 예전과 같은 생명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건을 기점으로 태초의 생명줄이 끊어진 느낌이 지속되었어요. 그래서 결국엔 연약한 자신을 인정하고, 알 수 없는 시련의 계절을 이겨내기 위해 종교에 제 자신을 의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기독교에 대해서는 주변의 보수 기독교인 분들을 오래 접하다 보니 경계심이 자라난 상태였고, 제가 왼손 진영의 예술인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올바른 선택지가 아니었어요. 그러던 중에 찾게 된 곳이 공교롭게도 가톨릭이었습니다. (웃음) 지인분이 소개해 주셔서 성당을 찾았는데, 중세 시대 선교관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개선하고자 하는 내부자들의 문제 인식과 의지도 보이지 않아서 교리 공부를 마치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보살펴 주신 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세례는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직접 구하여 접하게 된 종교는 불교였어요. 불교 공부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큰 세계관 안에서 존재를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는 철학 체계여서 그동안 부지불식간에 갇혀 지내오던 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순간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작은 깨달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홀로 성찰하고 수행하던 동굴에서 나와 신앙 공동체로 가야 할 때가 되었구나 생각이 들 때쯤 교회를 찾게 되었습니다.

 

Q. 긴 여정 끝에 기독교의 문턱까지 오신 거네요. 그렇게 해서 찾게 된 곳이 향린교회셨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보수적인 기독교와는 다를 수 있는 곳이니까요.

 

네 맞습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어느 철학자분이 말씀하시는 걸 듣게 되었어요. 새 책을 발간하시면서 책 소개를 하시는데, 과거 대학 다니던 시절 겪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셨습니다. 당시 대학 내 토론회에 참여하셨는데, 첨예한 대립 구도로 논쟁이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논쟁을 마치고 난 뒤, 가까웠던 선배 한 분이 다가와 "토론을 할 때에는 상대방을 이기려고 대결하는 마음을 가지기보다는 상대방의 논리에 허점이 있다 해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용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라고 따뜻한 조언을 해주셨다고 해요. 그 선배의 말 한마디가 자신의 세계관을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사랑으로 포용하면서 대화하라'는 대목이 그 당시 제 마음에 아주 깊게 와닿았습니다. 그 철학자분의 선배분이 현재 광화문 향린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계시는 한문덕 목사님이라고 짚어 주셔서, 들은 즉시 향린교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어떤 교회인지 살펴보고 목회자분들의 설교 영상도 두루 클릭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지향해 온 방향성과 매우 일치한다. 나랑 딱 맞는 진보적인 교회가 있구나!'라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종교나 기독교 지형에는 무지했습니다. (웃음)

 

독립예술영화를 하겠다고 선택한 것은 건강한 진보주의로 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었고, 고난이 많았지만 저는 그런 삶 속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지나온 제 삶의 맥락과 향린교회라는 장소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에피소드 한 가지를 더 소개드리자면, 향린교회에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이민하 목사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처음이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여러 질문을 드렸고, 그에 대해 목사님께서 깊이 있는 응답을 주셨습니다. 그 당시의 문답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 교회 선택에 대한 고민을 여과 없이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아주 정성스럽고 진지하게 받아주셔서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곳이 역시 맞구나.'라는 확신으로 그 주일에 교회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Q. 향린교회에서의 생활은 어떠신지요? 생각했던 것과 다를 바 없이 꼭 맞는 느낌이셨는지 궁금하네요. 여타의 교회와는 다른 구성원과 독특한 분위기라서 어떠셨을지.

 

이번에 입교식을 했으니 3개월 좀 넘게 다닌 것 같습니다. 교회에 와 보니 여러 교우분이 교회를 탐사하고 적응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셨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저는 제 장소를 찾은 기분이었고 항상 환대해 주신 교우분들 덕분에 적응을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다른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향린교회는 저에게 샘물과 같고 참 즐거운 곳입니다. 향린교회에 도착하게 된 에피소드를 한문덕 목사님께도 처음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말씀드렸는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에피소드의 배경이 된 전체 그림을 보완하여 업그레이드해주고 계세요. 제게 환영과 은유가 섞여있던 목사님의 스토리가 실제적인 기억으로 소환되어 그 진실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웃음)

 

Q. 향린교회를 나오시게 되어서 길목도 아시게 된 거겠네요. 이번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셨는데 혹시 길목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적은 있으신지요?

 

제가 길목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는 없었어요. 교회에 적응하느라 오프라인 친교 활동에 즐거이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주일 루틴을 지키면서 예배에 참석하고 정식 교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3개월여를 보냈습니다. 교우분들에게 환대받으며 지낸 감사한 시간들이었고, 그래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대전과 서울을 오가면서도 신나게 잘 놀았습니다. (웃음) 입교식 후, 자연스럽게 교회의 여러 부서와 다양한 소모임, 길목 협동조합과 같은 곳에 촉수를 확장해 가며 가입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이규성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길목의 소모임 '아트시네마'에 초대되었고, 그 외 성가대와 선교부, 사회부에 준가입하여 '활동 대기' 상태에 있습니다.

 

그동안 길목 프로그램에 참여할 시간과 여력이 없었는데, 조합원으로 가입했으니 앞으로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즐겁게 참여해 보려고 합니다. 트렌디하게 잘 짜인 의미 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교우분들의 흥미를 이끄시는 것 같아요. 길목인도 애쓰시는 노고에 감사하며 자주 들여다보겠습니다.

 

Q. 아무래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셨으니 길목 프로그램은 차차 관심을 가져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회원이라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많고 길목인 내용도 탄탄해서 누구에게나 소개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대전에서 매번 올라오시면 피곤하지 않으시나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진심 기꺼운 마음으로 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격변의 시기를 지난 후 구하여 도착한 교회이기 때문에, 지금 주어진 향린이라는 시공간이 어떠한 일정한 흐름 속에서 제게 펼쳐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여행하는 기분으로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가끔 체력이 떨어져서 탈진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린은 저에게 향유할 가치가 충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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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린교회 <여수 순천 평화기행> 중 여수 바닷가 앞에서

 

 

Q. 마지막으로 향린교회나 길목에 바라시는 바가 있으실지요? 교회에 처음 나오셨으니 개인적으로도 하고 싶은 일, 계획하는 일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새로이 마련된 교회의 멘토 제도를 통해 만나 뵙게 된 장로님과의 대화와 한문덕 목사님의 새교우 대상으로 하신 전언을 소개드리자면, "교회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마세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라고 강조해 말씀하셨어요. (웃음) 하지만 그와 전혀 상관없이 저는 이미 향린 교우분들에게 애정이 많고, 하시는 활동들을 목도하면서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함께 감각하고 인간적인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교우분들과의 어울림이 저에게는 감동적입니다. 이 세계에서 초심자로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면서 걸어가고 싶어요. 부서 가입을 위해 처음으로 선교부 설명회에 참여하였는데요. 제가 주로 관심을 가져온 기획 파트와 유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교회 운영과 활동에 대해 계획하고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부서라는 인상이 남았습니다. 새교우로서 한계가 있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작게 해보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연습에 참관하던 도중 황홀경에 빠져 성가대에도 충동 가입하였습니다. (웃음) 여순(여수·순천 10·19 항쟁) 평화기행 동안 얻게 된 감화를 통해 사회부에서도 적절히 활동해 보려고 합니다. 초심자가 역량에 비해 욕심이 많은 걸까요?

 

교회를 처음 다니는 초심자이기 때문에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온전히 갖추기까지 제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길러나갈지에 대한 방법적인 고민을 편안하게 지속하고 있어요. 신앙생활을 오래 해 오신 교우분들의 경험담도 귀 기울여 듣고, 이해와 공감이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마음 가득하게 가보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존재와 예수님이라는 역사, 초월적 미지의 세계 등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지구촌 이웃으로서 당장 해야 할 일들에도 눈을 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역시나 고된 항해가 되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느님이 지시하시는 길을 걸어가게 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에, 제 자신과 싸우지 않고 향린교회에서 유쾌하게 배우고 활동하며 살아보려고 해요.

 

길목 활동도 시간과 자본이 허락하는 만큼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겠습니다. 경건함과 건강한 노동이 공존하는 향린교회에서 길목은 한 줄기 쉼터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맥주 기행의 경우 저도 동행하고 싶었지만, 빛의 속도로 매진된 사실을 알고 길목의 흥행 감각이 탁월하구나, 느꼈습니다. (웃음)

 

예상치 못한 초심자의 이른 인터뷰에 내용이 부실할 것 같아 송구합니다. 하지만 길목인을 통해 향린교회에서의 제 미래를 견인해 주신 덕분에 방향타를 굳건히 잡고 한편으로 춤을 추며 함께 나아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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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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