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석108

심심의 품을 넓히는 논의를 시작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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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한 청년처럼, 더 낮은 길목으로 '심심(心心)'의 품을 넓혀보자는 논의를 제안합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세상의 길목에는 거센 풍파에 마음이 허물어진 이들이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에서 시작한 심리치유 프로그램 '심심(心心)'은 2014년 출범한 이래 낮고 그늘진 길목을 살피고 지켜왔습니다.

 

처음에는 일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온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사회·정치적 불의에 맞서다 내상을 입은 활동가들의 곁에 서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거듭하며 존재 자체를 억압받던 성소수자, 불안정한 삶의 경계선에 선 비정규직 청년, 생존권을 지키려는 상가 세입자,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범주를 차츰 넓혀왔습니다.

 

'심심'은 상담사와 활동가들이 연대하여 매월 두 차례 모여 함께 공부하며 각각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려 애써왔습니다. 도시락을 싸서(도싸) 가기도, 사서(도사) 가기도 하면서, 아픈 이들이 머무는 현장을 찾아가 '심심'이라는 마음의 쉼터를 조심스럽게 알렸고, 망설이는 이들에게 다가가 상담을 권하며 시린 손을 잡아 왔습니다.

 

2천 년 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마을 갈릴리에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민중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자신의 것으로 품어 안았습니다. 그 청년이 보여준 치유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세상에서 외면받던 이들의 존엄성을 다시 세우고 찢긴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을 심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길목의 '심심'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 갈릴리 청년의 마음이 머물던 현장이길 바랍니다.

 

우리 주변을 조금만 찬찬히 살펴보면, 참혹한 포화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이별한 채 불안의 날들을 보내는 팔레스타인 난민들, 네팔의 재앙의 현장에 가족을 두고 생사를 모른 채 애태우면서도 현실적 사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산재로 쓰러져 간 이주노동자들과, 동료의 부재 앞에 깊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언어와 국적은 다를지라도 모두가 흘리는 눈물의 무게는 같습니다. 심심은 이들 이주노동자와 난민, 외국인 산재 피해 이웃들까지 새로운 내담 대상자로 품는 고민을 다가오는 가을부터 논의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새롭게 내담자의 범위를 넓혀가는 이 길은 '심심'의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갈릴리의 청년이 마주했던 수많은 아픈 이웃을 품어 안기 위해서는, 길목을 함께 일구어가는 조합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연대가 절실합니다.

 

다가오는 가을, '심심'이 나누고자 하는 새로운 논의의 장에 조합원 여러분의 따뜻한 시선을 더해 주십시오. 혼자서 견뎌내야 했던 고통이 따뜻한 연대를 통해 새 삶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함께 걸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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