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108

다시 쌓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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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이 많은 사람이었다. 건강이 염려되었고, 가까운 사람을 잃을까 두려웠으며, 행복이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는데, 표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기에 모른 척 외면하며 지냈다.

한번은 남편과 불안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남편은 내게 말했다.

"때로는 너무 불안해서 태평한 척하다 못해, 아예 될 대로 되라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불안을 다루는 방식이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 상담을 받으면서부터 막연했던 불안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까마득한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같았고, 공든 탑이 한순간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내가 쌓고 있는 것이 사실은 허망한 모래성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조차 망설여질 때가 많았고, 어렵게 무언가를 이루고 나서도 그것이 오래가지 않을까 봐 불안했다.

 

그러다 어느 분석 시간에 이 불안이 시기심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시기심은 파괴적이었다. 시기심은 내 마음의 근간이 되는 감정이었는데, 그 근간이 파괴적이었으니 무엇을 세워도 불안하고 무너져 내릴까 봐 걱정이었던 것이다.

나보다 좋은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마음에 속이 들끓어 견디기 힘들었다.

왜 나는 저런 것을 가지지 못하는지 스스로를 원망하며 자책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은 잘 보이지 않았고, 갖지 못한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애써 만들어 낸 것조차 좋은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웠고, 때로는 어렵게 쌓아온 것들을 스스로 무너뜨리기도 했다. 좋은 것을 보고 나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좋은 것 자체를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 시기심을 내 안의 좋은 것들마저 삼켜버리는 블랙홀처럼 느꼈는지도 모른다.

 

내담자 A씨도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동료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상대에게 샘이 나고 배알이 꼴려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이 나갔고, 결국 갈등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상대가 자신을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샘이 나서 그렇게 뾰족했던 것 같았다고 했다.

 

내담자 B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학생들에게 매우 친절하고 따뜻한 선생님이었지만, 한 번씩 불쑥 치밀어 오르는 화 때문에 힘들어했다. 학생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워,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화가 묻어나는 것이 느껴지면 수업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처음에는 그 화가 생리 전 증후군이나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담에서 그 화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함께 살펴보면서 미처 몰랐던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B씨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했다. 엄마는 마음이 매우 아팠고, 아빠는 어린 자녀들을 돌볼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따뜻하고 좋은 것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의 자신은 학생들에게 따뜻하고 좋은 것을 나누어 주어야 했다. "나는 받아본 적이 없는 좋은 것을 아이들에게 주려니 화가 났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화 밑바닥에 있던 감정은 실은 '샘'이었던 것 같아요."

화만 바라볼 때는 알지 못했던 감정의 밑바닥에서, 자신은 누리지 못했던 좋은 것을 누리는 아이들을 향한 시기심과 슬픔을 발견한 것이다.

 

시기심은 없애야 하는 나쁜 감정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원초적인 감정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심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건설적으로 사용하느냐, 파괴적으로 사용하느냐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의 좋은 것을 인정하고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빼앗거나 망가뜨리고 싶은 마음 대신 '나도 저런 점을 배우고 싶다, 갖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바꾸어 내는 것이다.

지금은 내게 없다. 하지만 파괴하지 않고 배워간다면 언젠가 내게도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내 안에 오래 자리 잡고 있던 '무너질지 모르는 공든 탑과 모래성'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옅어졌다. 불안하고 위태롭게 세운 모래성은 무너져야 했고, 모든 파괴가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건설을 위한 파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기심을 창조적이고 건설적으로 사용해서 다시 공들여 탑을 쌓아서 올리면 된다. 물론 그 시기심을 다루기란 결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의 좋은 것을 견뎌 내며, 그저 부러워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어 가면서,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무너뜨리지 않고, 단단한 토대 위에 하나하나 다시 쌓아가는 선택을 하는 나 자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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