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107

인류애가 부족한 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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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안치환의 1997년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른 지 30년 가깝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중학교 동창들과 여름휴가로 2박 3일 여행을 한 지 몇 해째이다. 술만 들어가면 이 노래를 부르는 동기 덕에 몇 년째 덩달아 같이 불렀다. 가끔 고향에서 만나면 늘 노래방이 마지막 차수라 그때도 부르니 일 년에 두세 번 불렀을 수도 있겠다. 말하는 대로 사고하게 되니 그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여기며 살았다.

 

유럽 도시들을 걸어서 다니고 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그림 같은 해안 도시 파사이아, 산세바스티안, 오리오, 데바, 게르니카를 거쳐 빌바오까지 걸었다. 런던으로 넘어와 솔즈베리, 뉴캐슬, 에든버러를 거쳐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앞으로 벨파스트를 경유해 더블린으로 갈 것이다.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 해안가 마을에서 며칠 더 걸을 예정이다. 경관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언제쯤부터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흔하지 않다. 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나도 그중 하나지만 쏟아지는 관광객 중에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손에 꼽기 힘들 지경이다. 모두 자기가 가진 여력을 쪼개 시간과 돈을 마련하고 무엇보다 마음을 내서 먼 길을 떠나왔을 것이다. 삶의 무게와 고난을 떨치고 여행길에 올랐을 여행자들을 마주하며 난 왜 그들이 지닌 내면의 서사를 그대로 읽지 못하고 외양에만 집착하는가?

 

나는 인류애가 부족한 사람이다. 칠정의 기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인간의 도덕적 근거가 되는 사단의 리에는 심각한 결격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고 또 든다.

 

오직 아름다운 자는 자기 짐을 지고 걸어가는 순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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