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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내 삶의 존재 이유 - 송정바우

연극은 내 삶의 존재 이유

송정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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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일 먼저 여쭤보고 싶은 게 '송정바우'라는 이름에 대해서입니다. 예명이신가요?

 

1984년 극단 실험극장에서 '파벽'이란 작품으로 배우 데뷔했던 20대 시절, 제 마음의 근육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친의 별세를 계기로 신앙(개신교 통합측)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성경책 뒤편에 그려진 사도 바울의 선교 여행 지도를 보고 '이런 뜨거운 마음으로 배우의 삶을 살자'고 결단한 후, 스스로 '송바울'이라는 예명을 지어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10여 년 전, 아버지의 성씨 '송'과 어머니의 성씨 '정'도 함께 넣어서 '부모님이 만든 작은 돌'이라는 뜻의 '바우', '송정바우'로 존재의 뿌리와 배우로서 삶을 담아내어 지은 이름입니다.

 

Q. 의미를 듣고 나니 너무 좋은 예명 같습니다. 향린교회는 처음부터 다닌 건 아니신가 봅니다.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다니게 되신 건가요?

 

고(故) 안병무 박사님이 살아계실 때 우연히 민중신학 관련 포럼에 참석했던 인연으로, 2001년에 향린교회로 오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축복을 구하기보다 이웃과 함께 사회적 실천을 도모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신앙에 제 마음이 요동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전 교회에서도 창작자로서 20년 넘게 지킴이처럼 연극 봉사에 힘을 쏟았습니다. 많은 교인의 공감을 얻어 예배당을 조명과 무대 메커니즘이 반영된 극장 형태로 리모델링했고, 천만 원 안팎의 제작비를 들여 극 <예수의 생애>를 산 제사처럼 올리기도 했습니다. 동료 연극인들의 도움을 받아 교인들의 연극적 근육과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진심을 다했죠. 이후 현장 연극에 더 전념하게 되고 믿음 생활의 변화를 겪으며, 여기 이렇게 향린교회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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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회에서 연극으로 봉사하셨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고요. 그럼 향린교회에서도 연극을 해오신 건가요?

 

향린교회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연극으로 봉사해 왔습니다. 산 제사의 실천 정신으로 했습니다. 향린교회가 광화문으로 오기 전, 명동 시절에는 '문화의 향기'라는 뜻의 연극 모임 <문향>이 있었지요. 교인들과 억눌린 아픈 현장과 자매교회인 들녘교회 등까지 많은 분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함께 해오셨습니다. 이제 광화문 시대를 맞아 명동의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고(故) 안병무 박사님 30주기 기념 연극 '선천댁'을 예술씨앗으로 삼아 교우들과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연극동아리 <향연>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향린교회의 '향'과 축제를 뜻하는 '연'을 붙인 이름으로, 그 자체로 기원과 축제성을 담고 있습니다.

 

3년 전 교회가 이곳 광화문으로 이사 오던 해에는, 교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트리나 폴러스 원작의 '꽃들에게 희망을'을 입체낭독극으로 무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함께 준비 중인 연극 '선천댁'은 안병무 박사님의 에세이를 기본으로 오낙영 권사님이 각색하셨고, 교인들이 배우와 스태프로 동참해 함께 뚜벅뚜벅 정성스레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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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에 올리는 연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실까요. <선천댁>이라는 제목이던데 연습하시는 걸 보니 안병무 박사님의 어머니와 관련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선천댁'은 안병무 박사님의 모친(정영숙) 이야기로 안 박사님이 직접 쓰신 에세이입니다. 글을 모르는 무학(無學)이었던 어머니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올곧은 마음과 '강인한 여성'의 모습으로 아들과 이웃을 사랑하시는 인생에서 '예수의 민중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태일 열사를 보며 받으셨던 충격의 뿌리가 바로 어머니의 삶에 있었던 것이죠. 어머니는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자식이 생계에 전념하는 것을 만류하며 유학을 보낼 정도로 놀라운 신념을 지니셨고, 고통 속에서도 이웃의 아픔을 보듬는 동네의 큰 위안이자 지혜로운 존재였습니다.

 

이번 연극은 한 개인의 연대기를 넘어, 지난한 시대를 버텨낸 우리 민족의 어머니이자 안병무 민중신학의 모태가 된 한 여성의 위대한 '얼'을 무대 위로 길어 올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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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시네요. 이야기를 송정바우 선생님께로 한번 돌려보려 합니다. 어떤 계기로 연극을 하게 되셨는지도요.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습니다. 원래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성격이기도 하고, 가슴 속으로 무언가 동화되는 결에 조금 민감한 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꿈을 키워 전공으로 공부했고, 현장에서 연극배우와 연출자로 살아가는 것이 제 삶이 되었죠.

 

학창 시절 연극 '아일랜드'와 '에쿠우스'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1984년에 극단 실험극장에 입단했습니다. 그곳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나 "하나를 하더라도 깊게, 최고로 해야 한다"라는 진정한 연극정신을 배웠습니다. 그것이 제가 연극을 하고 관객을 만나는 본질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작을 하지 않습니다. 연습할 때는 오직 그 작품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공연할 때도 그렇게 마음을 다해 올리려고 합니다. 한 작품이 끝나면 충분히 숨을 돌리고 책과 자연을 통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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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출연하신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배우만이 아니라 연출도 하신다고 말씀하셔서 궁금합니다.

 

올해로 배우로는 43년째, 연출자로는 23년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문예회관 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윤대성 작가의 창작극 <파벽>의 '십장' 역으로 데뷔했지요. 극단 실험극장에서 배우로 10년간 활동한 후, 1994년에는 극단 '은행나무' 창단에 창단멤버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했는데 IMF 등 재정적 한계로 7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2006년 수유리로 이사하면서 지역 문화 활성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외부에선 배우로, 자체 집단에선 연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 넘었습니다. 현재 강북연극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행정적 일들로 에너지가 파편화될 때면 배우로서 아쉬움이 큽니다. 척박한 연극 생태계를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그 토양에서 후배들이 잘 이어받길 바라는 마음이 더 남다르게 절실하다 싶습니다.

 

최근, 2023년 강북연극제를 시작으로 올해 4·19 연극제 개막작 <그린을 기다리며>에 배우로 무대에 섰습니다. 전석 매진되어 더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은 연극 <이판사판 우리동네> 연출 작업 중입니다. 내년 무대를 위해 작가와 소통하며 신작도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좋은 소식으로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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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쁘신 와중에도 향린교회에서 연극을 올린다는 게 선생님께는 큰 의미이신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인 <선천댁>의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것인지요?

 

오는 10월 16일 ~ 17일 양일간 올릴 고(故) 안병무 박사님의 30주기 기념 공연 <선천댁>을 씨앗과 마중물 삼아 평신도들이 주체가 되어 향린교회에서 자랑스러운 연극 동아리로 쭉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여러 협력 덕분에 현재 캐스팅을 80% 이상 마치고 연습도 순항 중입니다.

 

오디션 도입 얘기도 하지만, 저는 오디션 문화를 지양합니다. 특히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오디션은 상처를 남기는 문제점도 있고 같이 만들어가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혀가는 바람 그물이 좋습니다. 워크숍을 거치며 서서히 자신을 투영하고 동화해 나가는 과정 중심으로 단단한 숨을 가진 이들과 함께 삶의 시간을 교류하고 연결하여 하나님을 증명해 나가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길목에 대해 바라는 바를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끔 웃자는 표현으로 연극의 성공기여도 절반은 제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길목'이라는 이름은 참 정겹고 좋습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문학적 자양분을 품은 길목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세대와 더 넓은 대중에게 아날로그 편지처럼 따뜻하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있는 광화문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아고라 같은 심장부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우리 향린교회가 그리스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적극적으로 용해되면 좋겠습니다. 교회 문턱을 낮추고 평신도 중심의 문화와 예술이 한데 녹아나는 열린 사랑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배당의 예술적 활용과 미학, 안병무 도서관을 1층으로 옮겨 시민들에게 더 적극 개방(오전 10시~저녁 10시)하고 시민 대상으로 자원봉사단 구축도 하는 등의 대안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연극쟁이이자 광대로 묵묵히 산 제사로 함께 하면서 길목의 선한 발걸음에 기쁜 마음으로 동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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