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카의 머리 아픈 여행. 그 첫 번째 여행지는 대만 타이베이!
일본 여행을 1년에 적게는 세 번 많게는 다섯 번도 가면서, 유럽 대륙에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이 가봤으면서 나는 대만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었다. 그것은 바로 '일본'이라는 내게는 아주 가기 쉬운 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중요할지 모르니 알려보자면 내 전공은 일어일문학과로 내 제1외국어는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이다. 이것이 이 글에서 중요한 정보인 이유는 대만 관광지에서 일본어 설명이 영어 설명보다 앞서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대만에서 꽤나 눈이 편안한, 정보 가득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마음이 좀처럼 편하지 않았으니 대만 또한 일제강점기가 있었고 그 때문에 지금도 일본의 흔적이 대만 내에 굉장히 많이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늘 소개할 장소인 베이터우에 반나절 여행을 다녀왔는데 타이베이 3박 4일 여행 중 일본의 흔적이 가장 강하게 남은 곳이었다.

베이터우는 일본에 의해 개발된 온천 관광지로 원래 원주민과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던 자연 온천이었는데 온천 관광 문화가 있는 일본이 베이터우에 일본식 대중목욕탕이나 료칸을 지으면서 휴양지이자 관광지가 되었고 베이터우역, 신베이터우역 등 온천으로 가는 철도를 지으며 전성기를 맞았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뒤에도 시설을 유지하며 타이베이 근교의 온천 관광지로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는데 그 속에는 매춘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는 점도 그 인기에 한몫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인기도 1990년대에 타이베이 시에서 유흥업소 정비 사업을 진행하며 관광지로서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주인공인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은 그러한 베이터우의 역사를 기록한 곳으로 일본식 대중목욕탕이었던 곳이 세월을 지나며 경찰서, 지역 공공시설 등 다양하게 사용되다가 1990년대 초반에는 폐건물처럼 방치되어 있었는데 1995년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되며 베이터우 지역 주민들과 타이베이 시의 보존 운동을 통해 온천박물관으로 다시 개관한 곳이다.

그렇다 보니 베이터우 온천과 일본의 관계가 아무래도 많이 전시, 기록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왠지 이 공간에서 베이터우 온천이 일본에 고마워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마움'이라기보다는 베이터우가 일본에 의해 개발되면서 얻은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한 것이겠지만 내게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장소는 그 어두움을 강조하는 장소들만이 익숙했기에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은 일제에 의한 통치시기를 통해 지역이 발전한 긍정적 효과만이 느껴져서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일제강점기로 인한 부정적인 부분도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하나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점 또한 신기했고.


베이터우뿐만 아니라 타이베이 여행을 하면서 굉장히 일본 친화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관광지나 식당, 옷가게 어딜 가도 일본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거리에도 일본 브랜드들이 꽤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익숙한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어떻게 이렇게 긍정적인 교류가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대만 섬을 지배했던 여러 나라의 흔적이 있는 단수이의 홍마오청, 대만 현대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니 무조건 언급해야만 하는 아픈 사건인 2.28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2.28 평화기념관을 다녀오며 한국과 한국인이 생각하는 일본과 대만과 대만인이 생각하는 일본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얕은 시야는 한국의 일제강점기와 대만의 일제강점기를 시기도 거의 같겠다 비슷한 '일제강점기'로 여겼으나 그 앞뒤 역사의 다름이 그 시기를 다르게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마저 아직은 너무 얕은 결론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3박 4일간의 짧은 타이베이 여행은 내게 대만을 궁금한 나라로 만들었다.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가도 여전히 이 나라가 어쩜 이렇게 일본에 우호적인지 모르겠고, 대만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이 없었나? 하는 바보 같은 궁금증도 생겼다.
나는 아무래도 대만 역사 공부를, 대만 여행을 더 해야할 것만 같다.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역시 결론 없는 글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머리아픈 여행이니 모두들 양해해주실 것을 믿으며... 그럼 이만!

베이터우를 일본과의 관계만 있는 곳처럼 소개하기는 했으나 베이터우 공원과 어우러진 멋진 목조 도서관인 베이터우 도서관도 있는, 번화한 타이베이 시내에서 살짝 벗어나 쉼 있는 여행으로 계획하기 좋은 멋진 여행지이기도 하다. '대만 최초의 녹색 도서관'이라고도 하니 친환경 여행 혹은 여행 중 도서관을 둘러보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방문해보시길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