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인문학 유럽투어 맥투더퓨처 시즌2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편을 다녀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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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씀드리지만, 사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라고 할 순 없었다. 애초 자랑 특집 1에서 돌아와선 다시 한번 엄청나게 자랑을 늘어놓을 것임을 예고했었지만, 공공적 가치를 존중하는 길목에서 거짓말을 쓸 수는 없으니!

런던 서인도부두 사진 왼쪽의 단은 노예무역상을 기념하는 동상이 있던 자리이다. 이를 철거했고, 올 후반기 노예 무역에 대한 반성적성찰을 담은 조형물이 설치될 예정이다.
일단 런던은 당시 유럽을 휩쓸었던 열돔의 끝자락에 있던 바, 무척이나 더웠다. 게다가 7년 만에 다시 가본 런던 최고(最古)의 펍 블랙프라이어는 넉넉한 웃음으로 환영하며 펍의 역사를 설명해 주시던 사장님도, 그가 자랑스레 건네던 안내자료도, 자료가 수북하게 쌓여있다던 테이블도 모두 사라진 채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이건 마치 오랜 맛집이 소문도 없이 깔끔하게 리모델링해서 이전의 느낌이 사라진 것과 비슷하달까? 아무튼 변하지 않은 맥주맛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거기에 전세버스 운행 하루 전날 저녁, '그 차가 고장 나서 사용할 수 없고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내용의 매우 깔끔한 이메일을 받았다. 어찌어찌하여 급하게 확보한 버스에서는……. 무엇보다 이번 투어 최대의 빌런, 잉글랜드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저세상 '강짜'로 인해 계획했던 하드리아누스 방벽은 가 보지도 못했다. 한 번 들어보시겠는가? 인도계로 보이는 그의 영원히 잊지 못할 이름, 시바 - 인도인이 모두 힌두교 신자는 아니겠으나, 그의 신앙 여부를 떠나 이 얼마나 성스럽고 고귀한 이름인가? - 는 일단 본인이 이십 분 늦게 도착한 것은 '도로 사정이니 어쩔 수 없음의 영역'이나, 그로 인해 늦게 도착한 장소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출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긴 운행을 거부하겠다며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리 측 여성 담당자가 아무리 말해도 요지부동이더니만, 방문했던 영국 유일의 트라피스트 양조장이 있는 마운트 세인트 버나드 수도원의 남성 백인 양조사가 한마디 하니까 두말없이 움직일 정도로 그는 철저하게 사람을 가려 대함에 부끄러움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런던에서 뉴캐슬로 이르는 잉글랜드의 마지막 여정은 개인적으로 내겐 그야말로 수양과 성찰의 '비아 돌로로사'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공부에 여념이 없는 목사'라는 이름으로 참가자가 찍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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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우리는 이 같은 과정을 지나며 한때 세계 최대 식민제국이었던 국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진솔하게 살필 수 있었다. 시바 - 우린 그가 하루 세 번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바세끼라고 불렀던 - 는 비록 매우 불쾌하게 행동했지만, 하루에 정해진 운행 시간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유럽의 노동자 보호의 특성도 배경이 되었음도 알게 되었다. 정체라 하더라도 운행 시간은 계속 카운팅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더욱이 그 땅의 맥주는 에든버러의 고성에서 로얄마일로 이어지는 길이나 아일랜드 모허절벽의 절경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그리 즐기는 자리에 잉글랜드의 침략에 맞서 수백 년, 아일랜드는 장장 8백 년을 저항했던 역사가 담겨있기에 그 아름다움에는 슬픔이 서려 있기도 했다. 주말엔 새벽이 다하도록 클럽을 향하는 발길이 수없이 이어지던 런던 서인도 부두는 그 옛날 식민제국으로 끌려왔던 식민지 민중들이 또 어디로 끌려갈지 알 수 없는 마음으로 공포에 떨었던 자리였다. 또 스마트폰을 대충 들이밀고 찍어도 누구나 멋진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에든버러의 그 멋진 거리 한구석은 정권에 맞서 국왕도, 교황도 아닌 교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를 열겠다는 존 녹스의 장로교단 운동 참여자가 매일매일 교수대에 매달렸던 처형 장소이기도 했다. 페리를 타고 신나게 건너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는 지금도 여전한 영국계 성공회 신자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 간의 갈등으로 밤이면 뾰족하고 긴 가시가 서슬 퍼런 통문과 장벽으로 도시가 나뉘기도 했다.

뉴캐슬의 유서깊은 펍 뉴캐슬 블랙프라이어. 사진 왼편의 영국인들 표정이 심각한 것은 후반전들어 계속 0-0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끝으로 서둘러 나왔다.

그들은 매우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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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4명의 기행 팀은 그런 삶의 자리를 지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일정은 월드컵과 겹치기도 했는데, 그로 인해 가나와 잉글랜드의 경기가 있던 날, 뉴캐슬의 고색창연한 펍 '올드 조지 인'에서 0-0으로 비기는 경기를 보며 점차 험악해지는 영국인들을 흥미 있게 지켜봤고, 스코틀랜드가 브라질에 0-3으로 지던 날, 에든버러대학교 앞 펍에서는 함께 스코틀랜드의 선전을 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다. 유럽의 경제 엔진 중 하나인 아일랜드에서는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흥이 있는 아일랜드인들의 삶과 잠시 만날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펍에서의 인심은 또 얼마나 좋던지……. 그런 공간에서 마시다 문득 어떤 곳은 조나단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를 집필하던 자리였고, 또 어떤 곳은 아일랜드 독립운동가들의 거점이기도 했다.

벨파스트의 아일랜드계와 영국계 분리 장벽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선 시즌 2 기행 팀은 뒤풀이도 할 것이다. 그리고 10월 맥주인문학 나주 기행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내년 1월에는 일본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과 인문학 여행을 진행해 갈 것이다. 그리고 6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숲속에 숨어있는 트라피스트 수도원 양조장들을 찾아가는 맥주인문학 유럽투어 맥투더퓨처 시즌 3를 위해 열심히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맥주뿐 아니라 여러분 각자의 삶, 그 소중한 자리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가득하다. 맥주인문학 투어는 그 소중한 자리의 의미를 맥주와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다.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이야기의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제임스 조이스가 사랑했고, 독립운동가들이 잉글랜드의 감시를 피해 접선했던 더블린의 펍 멀리건즈

아일랜드 모허의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절경

런던 LGBTQ+센터에서 활동가 선생님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