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Lausanne Movement(https://lausanne.org)
초록 손 펴고 하늘 품은 나무들이 온 누리를 푸르게 물들이는 누리달 6월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지방선거에 더해 고질라 엘니뇨 소식 때문에 6월을 우울하게 시작합니다. 5월의 서울이 33도를 기록했고, 프랑스에서는 휴교령이, 인도에서는 50도에 육박하는 열기 속에 사람들이 쓰러졌습니다. 다수의 과학자들이 예고했던 고질라 엘니뇨가 본격화된다면, 내년 여름까지 우리는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지구 위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젬 벤델은 저서 「심층적응(Deep Adaptation)」에서 불편한 질문을 꺼냅니다. "기후붕괴가 불가피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는 '완화(mitigation)'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붕괴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출간 당시 패배주의자로 불리기도 했지만, 5월부터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지금, 그의 질문은 더 이상 비관론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습니다.
벤델이 제시한 심층적응의 네 개 축은 회복력-포기-복원-타협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버려야 하며, 무엇을 되살려야 하고, 어떻게 곤경과 타협할 것인가?" 이 물음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입니다.
1877년 슈퍼 엘니뇨 당시 전 세계에서 발생한 수천만 명의 죽음은 상당 부분 자연재해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수탈이 만든 인재였습니다. 인도인들이 굶어 죽는 동안 영국인들은 막대한 양의 곡물을 인도로부터 들여왔습니다. 재앙은 언제나 취약한 자를 먼저 덮칩니다. 이란 전쟁으로 비료 공급이 끊기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선진국의 원조가 줄어드는 지금, 기후 충격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밥상 위에 먼저 내려앉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텀블러 사용이나 대중교통 이용, 몽골 나무심기, 채식 생활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닙니다. 벤델의 언어로 말하자면, 진짜 실천은 '포기'에서 시작됩니다. 성장이라는 신화, 무한한 소비가 가능하다는 환상,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내려놓는 것. 그 포기 위에서만 진짜 회복력이 자라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후 정치가 실종된 것은 단순한 정치적 태만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현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야외 노동자는 오늘 이 순간에도 뙤약볕 아래 서 있고, 식량 가격은 오르고, 노후 상수도는 폭염을 버티지 못합니다. 단기 대책조차 없는 선거판이 보여주는 건, 재앙을 미래 세대에게 미루는 집단적 무책임입니다.
심층적응은 절망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그 절망을 통과한 뒤 묻습니다. "그래도 지금 여기서, 누구와 함께, 무엇을 지킬 것인가?" 고질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신경함입니다. 그리고 그 무신경함에 맞서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