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사랑이 길목사랑으로까지 이어진
소중한 인연
이기란 후원회원

Q.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이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고 십년 전 쯤 퇴직했어요. 기술가정을 가르쳤었죠. 예전엔 가사 과목이 있었지만 없어진 지는 꽤 되었고요. 기술과 가정을 남녀로 나누어 따로 가르치던 걸 요즘엔 합쳐서 남녀 구분없이 가르치고 있어요. (이 부분에서 격세지감을 느꼈다는!) 인간이란 게 뭐든 똑같이 해야 하는 거잖아요. 예전에는 밥은 누가 해줘야 하고 옷도 누가 만들어줘야 하고 이렇게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혼자 사는 사람도 늘어났고 그래서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다보니까 시대에 맞게 과목이 합쳐진 겁니다. 저는 원래 가정을 가르치다가 기술을 부전공해서 기술가정을 가르치게 되었어요. 납땜 같은 거 배우느라 고생 많이 했죠.
퇴직은 했지만 가르쳤던 아이들과는 계속 교류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도 95년생 제자가 결혼하는 데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직업에 비해서 교사라는 직업은 뭐라고 할까, 아이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굉장히 큰 기쁨이 있을 때가 많았어요. 졸업한 제자들이 스승의 날이나 이럴 때 와서 같이 밥도 먹고 하면 정말 좋고요. 작년에는 95년생 제자들이 남편도 데려와서 같이 1박 2일로 놀러도 다녀왔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에 오밀조밀 모여 앉아 아침을 먹기도 하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죠. 너무나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면에서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Q. 퇴직하시고도 제자들과 계속 교류하시는 모습이 좋아보이고 부럽기도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선생님을 한번도 찾아 뵌 적이 없는데 문득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이제, 맥주 얘기로 넘어가볼까요? 어떻게 길목인에서 하는 맥주 투어에 참여하게 되셨는지요?
제가 맥주를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수도원 맥주요. 그래서인지 제 주변에 맥주를 좋아하고 맥주에 대해 얘기하기를 즐기는 분들이 많거든요. 사실 맥주를 엄청 많이 먹기도 했지만 맥주를 먹는 게 술에 취하기 위해 먹기보단 맥주에 대해 알고 관련 얘기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 거에요. 그러다가 모임 중 한 분이 향린교회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 맥주 강의가 있다, 근데 강의하시는 분이 목사님이란다 그렇게 신나서 얘기하는 거에요. 들어보니 고상균 목사님이라고 하는데 저는 예전에 고목사님 책을 읽은 적이 있었거든요. 맥주를 좋아하니까 맥주에 대한 책을 종종 읽었고 그 중에 고목사님 책을 보면서 이 분 목사님인데 어떻게 맥주에 대한 얘길 썼지? 하는 호기심에 펼쳐 읽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분이 맥주강의를 한다니까 신기한 마음이 들었죠. 가서 들으니 강의를 너무 잘 하시기도 하고 특히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없으셔서 정말 마음 편히 들었습니다. (고목사님!)
그러다가 제가 원래 참여하고 있는 인문기행 모임이 있는데 ('사람과 풍경') 거기 있는 한 분이 길목인에서 하는 맥주투어 얘길 해주셔서 가게 되었어요. 인문기행 모임은 15년쯤 된 모임인데, 예전에 인문학습원의 국토학교라는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원래 박태순 선생님이라고, 저희는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렀었는데 "정든땅 언덕위"라는 책을 쓰신 소설가 분이 신념을 가지고 이 학교를 운영하셨더랬어요. 한참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학교에 다녔던 분들이 그 분의 발자취를 계속 따라가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을 한 게 이 인문기행 모임이에요. 인원이 100명 정도 되고 한달에 한번씩 여행지를 선정해서 버스 대절해서 다니고 있어요. 매번 30~40명 정도 참여를 합니다. 아무튼 그 중 한 분이 맥주투어를 소개해주신 거에요.

Q. 길목인에서 진행한 맥주투어에 참여해보니 어떠셨어요? 저는 아직 한번도 안 가봤지만 다들 정말 좋다고들 말씀하셔서 어떤지 궁금합니다.
나주로 맥주투어를 갔을 때 정말 좋았습니다. 수도원 맥주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수도원에 계시는 신부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저는 솔직히 수도사와 신부님과는 같은 분인 줄 알았는데 수도사가 어떤 분인가를 알게 되었고요. 그 때 미사도 정말 좋았고 여러 마련된 코스도 좋았어요. 같이 한 일행분들이 좋아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1회 맥주투어라 그런지 향린교회 분들이 많았어요. 홍영진 장로님도 계셨고 어수남 선생님, 최영미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맥주 투어할 때 식사는 알아서 해야 해서 네 명 정도가 모여서 짜장면집에를 갔어요. 최영미 선생님 (남극의 의사!)과 어수남 선생님, 그리고 한분 더 해서 갔는데 처음 본 사람들끼리 길지 않은 시간에 그렇게 진실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제가 사실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처음 만나면 자기 이야기를 잘 안 하게 되잖아요. 좀 가리고 재고. 근데 이 분들은 그런 게 없는 거에요. 그날 제가 생각을 참 많이 했더랬습니다. 술자리도 아닌데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니, 하면서요.
투어 스케줄은 더할 나위 없었어요. 그곳에 있는 맥주공방 홉플로우의 곽민재 대표님과도 얘길 나눴는데 마인드가 너무 좋아서 놀랐습니다. (곽민재 대표 관련 글: https://omn.kr/29vew) 저녁에 강의 듣고 술도 먹고 그렇게 즐겁게 보낸 후 다음날 각자 올라왔는데 고목사님께서 저한데 글을 한번 써보라는시는 거에요. 제가 사실 별명이 '요점'이거든요. (웃음) 요점만 간단히가 제 모토인데 고목사님이 부탁을 하시니까 그냥 쓰겠다고 했어요. 제가 고목사님 팬클럽 1호니까요.
올해는 강릉에 맥주 투어를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완벽했습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라는 곳이었는데 맥주 맛이 너무 좋았어요. 요즘 사실 수제 맥주가 조금 사양길이라 이렇게 살아남아서 맥주를 만들어서 팔아주시는 분들이 남아 있다는 게 저로선 정말 고마운 일일 뿐입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 주민들과 화합하는 모습도 좋았고 마인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맥주가 정말 맛있어서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다녀와서 친구들과도 다시한번 갔었고 이번 6월에 또 갈 예정입니다. 더블 IPA라는 맥주가 있는데 IPA는 좀 진한 맛이 느껴질 수 있거든요. 근데 이건 부드러우면서 풍미가 좋고 그 부드러움과 풍미가 잘 어울려서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제가 맥주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해외 나가서도 꼭 맥주집에 들르곤 하는데 그 어떤 것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꼭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Q. 와, 맥주를 정말 좋아하시네요. 맥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실까요?
남편이 맥주를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우리는 모든 대화를 술집에서 합니다. 처음엔 제가 술을 못 먹었는데 직장생활 하면서 회식 같은 자리에 가면 소주는 너무 독해서 싫고 맥주는 좀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고3 때이후부터 저의 음주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남편은 항상 같은 집에서 같은 맥주를 마시는 편인데 저는 좀 맛있는 맥주를 더 경험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왜 이거 하나만 먹어야 하나 싶었던 거죠. 그래서 여행 가면 남편 데리고 여기저기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마시며 다녔더니 남편도 이런 맥주가 있었구나 하며 좋아하고 그런 재미에 같이 눈을 뜨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수제 맥주가 좀 성행했으면 하는데 많아졌다가 금방 시들어서 안타까워요. 가격이 약간 비싸다보니 젊은이들이 잘 안 가고 요즘 술을 안 먹는 아이들도 많으니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요.

Q. '고상균 목사님의 팬클럽 1호' 시라는 말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웃음) 어떤 사연이 있으신건가요?
부산에 맥주 투어를 갔을 때인데 그 때 고목사님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부산에서 행사를 마치고 저는 하루 더 있다 올라오기로 해서 아침 먹고 차 한잔 마시고 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건강한 분이셨거든요. 작년 봄에 엄마가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리라곤 상상을 못했어요. 저희 집이 천주교 집안이라 엄마 100일 미사를 마치자마자 아버지가 쓰러지신 거에요. 바로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20일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사실 우리 나이가 이런 일을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나이일 수도 있겠지만 두 분이 정말 갑자기 돌아가시니 마음이 안정이 안되더라고요. 특히나 제가 아버지랑 사이가 많이 좋았었거든요. 항상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고 진짜 별일 아닌 일에도 너는 어떻게 이리 대단하냐 말씀해주시곤 했는데 이제 그런 말을 못 듣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돌아가신 게 기적이다, 사람들이 다 원하는 바 아니겠냐. 앞으로 살면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아버지라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항상 생각해보라고 많은 위로를 주셨더랬어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고목사님이 오셨어요. 그 때 정말 따뜻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마음의 넓이가 사람마다 편차가 있게 마련인데 고목사님은 정말 마음의 그릇이 크신 분이구나, 저보다 훨씬 젊으신데도 제가 도리어 큰 위로를 받고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여전히 길을 걷다가 부모님과 비슷한 모습의 노인들을 뵈면 생각이 많이 나고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되지만 시간이 좀 흐르면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Q. 길목의 다른 행사엔 참여하신 적은 있으실까요?
주로 맥주 관련해서 참석한 것 같아요. 지난 번에 디자인 강의도 들었네요.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어렵게 느껴졌나 싶고요. 생각해보니 섬에 대한 강연도 갔었네요. 강제윤 선생님이 진행해주셨는데 섬에서 태어나셔서 섬학교라는 걸 운영하게 되셨다고 해요. 북콘서트도 갔네요. <가도가도 왕십리> 북콘서트였는데 재미있었습니다. 김창희 선생님이셨는데 설명을 워낙 재미나게 해주셔서 듣고 나서는 다른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봤더랬어요. <오래된 서울>이라고 서울 관련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길목에서 어떤 행사를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같이 인문기행팀 총무를 맡고 있는 박보곤 선생님께서 (저와 독서모임을 같이 하고 계신 분입니다!) 알려주셔서 가끔씩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맥주 프로그램은 상당히 좋고 술을 먹으면서도 뭔가 배움이 있다는 느낌에 뿌듯해져서 꼭 참석하려고 해요. 이번에도 6월 10일에 고목사님이 기네스 강연을 하신다고 해서 기네스 컵도 찾아놨어요. (웃음)
Q. 마지막으로 길목에 대해 바라시는 게 있을까요? 길목인의 경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카톡으로 공유하기로 했는데 주변에 홍보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바라는 게 있다기보다는 길목에서 하는 일들이 매우 좋은 게 많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살면서 남을 괴롭히지 않으면 되지 라는 마음으로 지내왔는데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후원하면 제가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거다 라는 생각에 길목 후원회원이 되었습니다. 길에서 담배꽁초 하나 줍는 심정이랄까요. 제가 집 주변에서 담배꽁초 줍는 일을 하거든요. 요즘 같은 때 담배꽁초가 많겠어 싶지만 아무래도 주택단지라서 그런지 꽁초가 굉장히 많습니다. 옆집 아줌마는 그런 거 왜 하냐 그냥 놔두면 되지 라고도 하지만 저는 그냥 제가 보기 싫어서 줍게 되는 거에요. 집주변이 깨끗하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이런 작은 일 하나하나가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거기에 길목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길목은 이름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처음엔 향린교회에 속한 건가 했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그러니 종교를 가지지 않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홍보만 잘 되면 많이들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길목이 잘 연결되어 쭉쭉 뻗어나가서 넓은 길로 이어지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너무나 편하게 대해 주셔서 여러 이야기로 수다꽃을 피우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이후에 약속이 있어 더 길게 있지는 못했지만 내년 해외 맥주투어도 함께 기약해보고 그 전에라도 맛있는 맥주 한잔 하자는 얘기도 나누며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아, 고상균 목사님 팬클럽에 들어오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건 맥주 한잔 하면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고요.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