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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와 군소

성게와 군소

— 외옹치항에서 만난 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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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가 나기 전, 대포에서 속초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외옹치라 불렀다. 바닷가 쪽으로 낮은 덕이 있는데 생긴 모습이 독을 닮아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나 보다. 외옹치에는 작은 어선 몇 척이 정박할 만한 아담한 포구가 있다. 우리말로 독나루터쯤으로 불렀으면 어땠을까 싶다.

 

오후에 하릴없이 속초해변을 걷다 예까지 흘러 들어왔다. 동해 바닷물은 방파제 안쪽까지 맑고 낚시꾼들 몇몇이 세월을 낚고 있다. 무얼 낚았나 궁금하여 내려가 보니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흥겹다.

 

부둣가에 검고 괴이한 물체가 보여 다가서니 성게가 한 마리 덩그마니 올라와 있다. 바닷속 생물이 어찌 올라왔나 싶어 살펴보니 온몸에 붙은 바늘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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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건너엔 상당한 크기의 생명체가 보라색 액체를 뿜어내고는 꿈틀거리고 있다. 어쩌지 못하고 보고 있자니 동네 아저씨인지 관광객인지 "군소가 어쩐 일로 여기 있어"라며 한눈에 알아본다. "아니 잡아놓고 먹지도 않을 걸 왜 여기다 죽게 내버려 두나" 투덜대는 말투였으나 기본 생명에 대한 경외가 있는 사람이다. 이내 바닷속으로 모두 돌려보내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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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사는 생명체이니 뭍으로 나왔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걸 모르지 않았으나 아둔한 나는 즉각 반응하지 못하였다. 생명을 먹어 생명을 이어지게 만드는 자연의 순환 속에 살고 있다. 먹이가 아니라면 목숨을 앗아야 할 이유가 없다.

 

재미 삼아 폭격을 더할 수 있다는 무도한 말이 남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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