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103

길목 아트시네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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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때문에 가능했다. 빛의 혁명 때문에 광화문에 위치한 향린교회의 '길목'에 나도 연결되었다. 때마다 두루 수많은 빛들이 흘러갔을 그곳, 광화문(光化門)이 내게도 빛의 장소가 되었다. 내 생활의 밀도에 변화를 맛보았다.

 

하루하루 살얼음판 같던 느낌이 지속될 때, '교회는 어떠해야 하는가?' '교회는 국란의 때에 어떤 모습이길 나는 바라는가?' 따위의 의문들이 내게 슬금슬금 생겼다가 생활에 치여 사라졌다가 또다시 밀려오곤 했었다.

 

그때, 광화문 월대 앞에 늘어선 텐트들 틈에서 '교회' 텐트를 발견했다. 깜깜한 중에 발견한 조그만 불씨가 그리 밝았을까? 내 가슴에 터질 듯이 쌓였던 교회의 침묵에 대한 분노가 옴짝없이 녹아내렸다. 하나님, 여기 교회를 발견했어요.

 

그때 이후, 하루하루 시간에 가파르게 빛의 기억들이 떠나고 있었다. 기억의 끈을 장소에 묶어 두고 싶었을까? 향린의 길목에 내 발끝을 슬쩍 담가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예전의 나는 하지 않던 일을 하나 더 하였다. 영화 보기다.

 

얼굴들, 16인의 영화감독들의 얼굴들이 16칸에 흑백으로 제시되어 있는 영화 일정 안내가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예측 가능성이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여행이다. 그래, 잠시 여행인 척 가는 거야'

 

발걸음, 왜일까? 영화관을 상상하고 가다니! 돌아보면 왜 그랬나 하지만, 영화관에서 본다고 처음에 여기고 갔다. 현장은 회의실에서 낯선 사람들과 가까이 앉아서 보았다. 튀르키예 감독의 영화였다. 귀가하는 내 발걸음은 타국의 타인의 일상에서 현실의 나의 일상으로 툭 튕겨 나온 기분이었다. 여행이었다.

 

테이블, 지아장커 감독의 <심플 라이프> 등을 보았다. 말이 없지만 가슴이 시원해진다거나, 타국인의 일반적 관념이 내게는 꽤 타격감을 주기도 했다. 잘 차려진 예술영화의 테이블에서 감독들의 눈과 얼굴을 하나씩 하나씩 보았다.

 

<아트 시네마>는 매월 둘째 목요일 저녁에 열린다. 목요일의 애매한 자유로운 틈새가, 예술감독의 시선을 선택할 수 있어서 여유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지금'의 어둑하고 애매한 위기감의 도피처로 좋더란 말이다.

 

바람에 뒹구는 낙엽 같은 한 사람도 냉큼 이 준비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준비하는 준비된 이가 있어서다. <아트 시네마>를 섬기는 이규성 향린교회 성도님께 감사드린다. 이 때를 위함이라.

 

테이블에 앉아 감독들의 눈을 통해 보는 인생을 잠시 맛본다. 또 앉아서 함께 본 사람들의 이런저런 방식의 감흥을 듣게 된다. 테이블에서 일어설 때도 여행 삼아 왔으니 가뿐하다. 노 캐리어, 노 비자, 노 플라이트, 노 시차 여행이다.

 

목요일의 틈에 발걸음을 두기만 하면 된다. 사귈 수 있다. 예술감독과 그의 작품과 그 작품 속에서 내게로 튀어 드는 사람의 인생과, 그 자리를 준비하는 섬김이와 또 테이블에서 함께 허허 웃는 사람들과의 가뿐한 사귐 말이다.

 

하느님의 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예술일 수도 있다. 내 삶도 그렇다면 내 자신이 모르고 살면 안타까운 삶이다. 타인의 삶이 그렇다면 내가 타인을 모르고 살면 안타까운 삶이다. 내 시선 너머로 예술감독의 눈을 통해서 타인의 삶을 겪는 시간은 하느님의 예술일 수 있는 타인의 영역을 기억하는 좋은 통로다.

 

향린의 안병무 선생님의 육필을 읽다가 光 글자를 칠七 자를 쓴 후에 점을 더하여 쓴 방식을 발견했다. 광을 내가 새롭게 이해하는 시각적 방식이 되었다.

 

광화문은 내게 일곱째 날처럼 안식의 장소가 되어가는 중이다. 하느님이 光化門을 살아있는 예술 테이블로 안 삼을 이유가 특별히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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