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102

부정적 치료반응과 파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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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치료반응은 정신분석적인 상담이 점차 진전되어 억압되거나 해리되어 있던 감정과 진실이 소통되고 의미 있는 접촉이 일어났을 때, 아래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가 상담 과정에서 경험한 상담자의 도움과 좋은 부분을 평가절하하고 파괴적으로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아래의 사례들은 부정적 치료반응의 원인과 그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A는 어느 날 회기에서 "엄마의 좋은 부분이 샘나고 괴로워서 엄마의 좋은 점은 배우지 않고, 엄마의 나쁜 모습은 샘나지 않고 괴롭지 않으니까, 엄마의 나쁜 것만 따라 했던 것 같아요." … "현실 원리를 따르는 것은 힘이 없어서 굴복하는 것이고, 규칙을 안 지키고 내 멋대로 사는 것이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생각이 완전히 꼬여 있었네요." "상담에서도 내가 잘 되는 것은 선생님에게 굴복하는 것이고, 상담실에서 생떼 부리고 난동 부리는 것이 선생님보다 힘 있고 우월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 "선생님이 마녀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선생님이 마녀가 아니네요."… "나도 몰랐는데, 내 마음속에 누군가를 이해해주면 버르장머리가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있어요."

 

G는 오늘 꿈을 보니, "제가 엄청나게 갖고 싶은, 좋은 것을 주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 좋은 것을 거절하고 있어요. 저는 현실에서도 누군가 나에게 뭘 해주어도 감사한 마음이 없고, 그것이 나한테 필요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했어요. 저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 같아요."

 

H는 좋은 일이 있어도 힘이 안 나고, 나에게는 "이렇게 하면 좋아질 거라는 그림이 없어요." …… 내 안에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모두 다 죽자라는죽자. 라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 "나는 두들겨 부수는 것은 하는데, 일으켜 세우는 것은 하지 않아요." … "내 마음속에 이런 목소리가 있어요. 선생님에 대한 시기심 때문에 내 마음속에 현명한 안내자가 있는데, 따라가지 않고 깡패처럼 살고, 선생님하고 경쟁하느라고 내가 깡패짓하는 것을 무용담처럼 얘기하고 있대요." "이 파괴를 멈추려면 선생님에 대한 시기심을 오롯이 느껴야 한대요. 그것은 온몸이 타들어 가는 끔찍한 고통이에요."

 

K는 "꿈에 따뜻하고 음악이 흐르는 좋은 집이 있는데, 그게 저의 집이에요. 그런데 그 집에 들어가지 않고 노숙을 해요. 그 이유는 제가 그 집에 들어가면 선생님이 안내를 잘했다는 것을 내가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 꿈을 보니, "제가 시기심 때문에 파괴성을 영웅시하고, 이상화해서 내 마음속에서 파괴성이 좋은 것이고 선한 것이라고 왜곡된 것 같아요." 그리고 "현실을 파괴하는 것을 민주화 투쟁이라고 왜곡한 것 같아요."

 

위의 사례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정적 치료반응의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죽음 본능의 산물인 파괴성과 시기심이다. 시기심과 파괴성으로 인해 개인 인격의 중심에 좋은 내적 대상이 자리 잡지 못하고, 파괴적 측면이 우세해질 때 그 개인의 내면세계에서는 파괴성과 거짓이 이상화된다. 이러한 인격에서 최고의 가치는 공격적이고 잔혹하고 반생명적인 측면에 부여된다. 이것은 마음이 마치 조폭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은 무자비성과 잔인성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기 때문에 자부심을 품고, 폭력적이고 악의적인 싸움에 가담하면서 정의를 구현한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들은 현실을 다루는 방식으로써 몹시 병리적일 수 있는 '눈감아버리기'와 같은 기제를 사용한다. 이 기제는 개인이 진실을 알고 있으나 눈을 감아버림으로써 현실이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고, 현실을 부인하며 옳은 것을 회피하도록 진실을 왜곡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개인의 내면세계에서 공모와 은폐가 일어난다. 그 결과 개인은 현실 검증 능력을 상실하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 불편한 진실을 감출 수 없게 될 때 개인은 전능성으로 은신한다. 그는 여기에서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사건에 대한 책임과 죄책감을 부인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동들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을 거의 신에 가까운 위치까지 끌어올린다. 이처럼 전능성으로 은신한 개인은 더 이상 현실을 존중하지 않으며, 수치심이 없고 자신의 죄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은신처 속에서 개인의 원초적 파괴성이 정당화되고 진실은 완전히 추방된다. 이것은 눈을 감아버리는 것과 차원이 다른 행동이다. 이러한 개인은 더 괴물 같은 세력에 지배당한다.

 

내담자는 상담이 진전됨에 따라 자신의 시기심으로 채색된 파괴성으로 인해 부서지고 망가진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현실 인식은 내담자에게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가져다준다. 부정적 치료반응은 이러한 고통을 끌어안지 않고 회피하려는 내담자의 전략이다. 여기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파괴성을 상담자에게 투사하여 상담자가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갈취하고 파괴하는 마녀 혹은 악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정적 치료반응이 일어나면, 닿을 수도 없고 변화하지도 않는 내담자의 태도로 인해 치료는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때 내담자는 치료자보다 우월하다는 승리감을 느끼게 되고, 상담자는 엄청난 좌절감과 무력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절망적인 치료의 곤경에서 상담자가 포기하지 않고, 내담자의 파괴성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상담자가 내담자의 시기 어린 파괴성에서 살아남는다면, 내담자는 죽음 본능(파괴성)이 생명 본능(선함)을 능가한다는 믿음에서 벗어나서 선함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안정적이고 판단하지 않는 이해를 제공하고, 내담자는 상담자의 판단하지 않는 이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비로소 치료는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은 내담자에게 생명 본능이 죽음 본능에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중요한 경험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내면세계에 파괴성 대신에 좋은 내적 대상이 형성되어 의존과 도움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내면에 뿌리내리도록 격려해야 한다. 또한, 내담자가 기쁨을 경험하고 실제로 사랑하고 질투를 느낄 수 있는 능력과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며, 부정적 감정 및 불안과 직면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감사할 수 있는 능력과 자발성이 발달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리치료의 변화는 고통 없는 삶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심리적 변화가 일어날 때 만나게 되는 생생한 정서적 접촉이 삶을 풍성하게 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하다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견디고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도록 지지하는 것 또한 상담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내담자 자신의 충동, 특히 자신이 나쁘다고 느끼는 충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능력과 대상의 상태에 직면할 수 있는 능력 및 죄책감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출현하며, 대상이 독립된 존재임을 인정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인격의 파괴적 부분(미친 부분)이 대부분 통제되기는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파괴적 부분이 우세해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이러한 인격의 파괴적 부분이 사회 또는 정치 지도자에게 외재화(투사) 된다면, 선하고 능력 있는 정치 지도자가 악마화되고, 잔혹하고 악한 정치 지도자가 영웅으로 둔갑하며, 진실과 거짓이 뒤바뀌는 악한 사회적 억압체계나 정치 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이 말해 주듯이 압제적인 사회는 내적 억압과 광기 즉, 정직과 삶에 대한 파괴적 승리가 잠재되어 있다.

 

우리 안에는 상반되는 두 본능 즉, 죽음 본능과 그에 맞서는 생명 본능이 존재한다. 멜라니 클라인에 따르면, 성숙한 삶은 생명 본능이 죽음 본능을 극복해가는 과정의 산물이다. 우리가 경험한 12.3 비상계엄은 군을 동원하여 정치적 권력을 장악하고 국회 기능을 마비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총과 칼 앞에서 두려움을 극복한 용감한 시민 정신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비상계엄을 막아냈다. 이것은 파괴성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견디어내고, 파괴성에 굴복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 본능이 죽음 본능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생명 본능과 죽음 본능의 끝없는 투쟁의 역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있는 한, 생명 본능이 죽음 본능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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