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크스의 고졸자격 독일어 논술문(1835)
역사는 세상 일반을 위해 일하면서 자신을 고귀하게 만드는 그런 이들을 위인들이라 명명한다. 경험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자를 가장 행복한 자로 찬양한다. 종교 자체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모든 이들이 이상으로 본받으려고 애쓰는 존재가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것인데, 누가 감히 그런 말씀들을 없애 버렸던가?
-「고졸 자격시험 논술문」
마르크스도 우리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독일의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에서 졸업시험을 치렀다. 그때 쓴 독일어 과목의 논술 답안지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제목은 ‘직업 선택 시의 한 젊은이의 고찰’!
논술시험은 평가하는 시험관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기처럼 솔직하게 쓰기가 어렵다. 고3이 대입 논술에서 “장래의 희망 직업”을 주제로 글을 쓰면 뭐라고 적을까? 연봉? 생활 안정? 사회적 인정? 속마음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채점하는 선생님의 눈치를 봐야 한다. “무조건 돈 많이 벌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쓰기는 곤란하다.
그러니까 이 답안지 하나 보고 “역시 마르크스는 어릴 때부터 인류애가 넘쳤군!” 하고 감탄만 한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이다. 17살짜리 수험생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시험관이 원하는 답이 뭘까, 고민하면서 펜대를 굴렸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게다가 이런 주제를 일부러 던진 출제자의 의도까지 헤아려 보면, 200년 전 독일이나 오늘날 한국의 교실이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점수를 매기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제도 교육의 근본적 한계이다. 물론 열일곱 청년의 패기 어린 문장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순수한 나이에 품은 순수한 생각, 그 자체로 의미는 충분하니까.
* <마르크스 아포리즘 : 너의 길을 가라 - 마르크스의 실천 명언 101가지>(21세기문화원, 2026)의 내용을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