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항은 성산포항, 서귀포항과 함께 제주도의 주요 어업 항구다. 비양도로 향하는 도선이 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걷기 시작한 후 며칠간 바람이 거셌다. 화산섬 해안 길을 따라 걸으며 바람과 돌이 많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낀다. 한림항 초입, 걷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할 광경과 맞닥뜨렸다.

항구 앞 공터에 운동장만 한 그물을 펼치고 해진 곳을 꿰매고 있는 어부들을 만났다. 순간 깨달음이 왔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운동장만 한 그물을 펼치고 구멍 난 곳을 찾아 수리하는 걸 일상이라 부른다.
해안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촌계가 관리하는 어장을 자주 만난다. 어촌계 팻말이 보이면 물질하는 어망 할망들이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다.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는 날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 저 멀리 아스라이 숨비소리를 내며 바다 속을 오르내리는 해녀들을 만날 수 있다.
귤 빛깔 테왁이 점점이 떠 있으면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응시하게 된다. 자맥질이 시작되면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나올 때가 됐는데 조바심에 지칠 무렵 솟아오르는 잠수경들

우도 해안길을 걷다 돌에 새겨진 해녀의 시를 만났다.
우도 바다
- 해녀 -
김귀희
울컥대는 파도
달랠 길 없어
해무도 걷히기 전
바다로 간
여인은
지난 밤 웃자란 흰 머리
수건으로 동여매고
목숨 가운데로 들어섰다
하늘까지 내달리는
휘파람 소리
우도를 흔들어도
生과 死는
신의 손에 맡긴 지 오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