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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미터

매달 오르고자 한 다짐은 삼월까지 유효했다.

봄이 오고 나니 주말마다 이런저런 이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온 더위는 높은 산을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9월 어느 날은 나섰다 비 오듯 땀을 흘리고 간신히 올랐다. 다시 서늘해지자 약속들이 잡히기 시작하고 다짐은 허약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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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지막 날, 오전 일정을 마치고 서둘러 준비해 오르면 일몰의 백운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쉬지 않고 걸었다. 4시 언저리에 국립공원 백운대 초소에 다 달았다. 장비 없이 올라온 베트남 처자들을 공단 직원이 만류하고 있다. 해지면 어떻게 내려오려고 렌턴도 없이 왔냐며.. 등산화도 아니고 운동화 차림이다. 들머리 안내소에서 외국인들에게 장비도 빌려주는데 정보가 없었는지 쉽게 생각했는지 도심 나들이 복장으로 이곳까지 힘쓰고 왔을 텐데 안쓰럽다. 번역기로 우려의 마음이 잘 전달이 되었던 모양이다.

 

북한산의 인기가 날로 높아져 백운대는 내외국인 비율이 비슷해질 정도가 되었다. 해 질 녘 산행이 좋은 점 하나는 가파른 바위에 쇠줄을 잡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휘리릭 올랐다. 많이 다녀서 익숙해지면 좋은 점도 있지만 더불어 생기는 오만함이 문제가 된다. 오늘 신은 등산화의 결정적 약점이 기온이 낮아지면 접지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철제 난간덕에 안전하지만 미끄러지면 상황은 급반전이다. 두어 번 미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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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함은 스스로 한 다짐에서도 나타났고 여러 번 올랐던 길이라 자만하고 보폭을 넓혀 걸음을 옮겼던 익숙함에서도 나타났다. 마음도 몸도 항상 근신해야 할 따름이다. 빛으로 광장을 물들이며 민주(民主)와 공화(共和)의 정신을 이루고자 한 다짐의 몸과 마음도 허약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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