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일일일 혹은 화수목금일일일, 주 4일제가 정착하면 사람들의 삶의 리듬은 4일의 노동과 3일의 휴식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주말 앞뒤로 어느 쪽이든 휴일이 붙어 연속으로 사흘을 쉬는 것이 보편적인 삶의 형태로 정착될 것이다. 물론 기업의 방침이나 노동자의 선택에 따라 주중에 하루를 쉬는 형태의 주 4일 근무도 예상할 수 있다. 어쨌거나 3일 연속 휴무를 선택하는 직장인의 증가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될 전망이다.
영국의 4 Day Week Global·Autonomy가 61개 사 2,900명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89%인 54개 사가 주 4일제를 시범사업 1년 후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 4일제 시행에 따라 응답자의 52%가 여가·레저를 위한 여행 빈도가 늘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노동·시민사회단체인 '주 4일제 네트워크'가 주관하여 실시한 직장인 1천 명 조사에서도 주 4일제 실시로 발생하는 추가 휴일을 여행·레저로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뚜렷하게 높게 집계된 것도 향후 주 4일제 도입에 따른 생활방식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교통 측면에서 노동시간의 축소와 재배치는 통행 목적별 수요의 변화와 함께 요일 및 시간대별 통행량의 변동이 중요한 부분이다. 주 4일제 및 압축 근무와 같은 노동환경 변화는 출퇴근 통행량 자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줄어든 통행 수요는 첨두시간의 혼잡을 낮추고 오프피크 시간대로 수요를 전환시키기도 한다.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와 원격근무 등 노동형태의 변화도 통근거리와 통행빈도를 낮추는 대신 비업무 이동거리와 장거리 여행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결과가 있다.
여가통행 비중이 주말에 높아진다는 연구가 독일 뮌헨권에서 스마트폰 추적 기반 이동 분석에서 확인되었다. 월화수목일일일, 화수목금일일일과 같은 3일 연속 휴일의 주말 패턴은 여가통행을 증가시키고 이동의 장거리화와 광역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속 3일의 휴식으로 '근교 당일치기' 여행이 아니라 2박 또는 3박의 체류형으로 여행의 패턴이 바뀌게 된다. 목적지 또한 주거지 인근에서 체류형에 어울리게 장거리화 될 것이다.
여가통행의 광역화는 승용차를 이용한 도로통행의 변화와 함께, 철도 및 공항이용의 변화를 동시에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목요일 저녁과 금요일 오전에 여가 통행을 떠나고 월요일 오후에 복귀하는 등 여가통행의 피크 시간대가 변화할 것이다. 고속철도와 고속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의 수요가 목요일 밤시간 및 금요일 오전으로 집중될 것이고, 월요일 오후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좌석 예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도로 통행의 경우 주말이 길어짐에 따라 대도권에서 장거리 통행에 필요한 간선도로 및 고속도로의 차량 통행이 분산되어 혼잡의 정도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나, 지역간 연결 도로의 혼잡이 상시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가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물류 수송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여행지, 세컨드하우스, 농막 등 여가를 보내는 권역에서 주말 또는 필요한 시간대를 지정하여 배송하는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물품의 수령 또는 발송에 사용되는 스마트 보관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일과 휴식, 노동과 놀이의 균형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는 토요일 근무가 당연했다. 일요일에도 심심찮게 일로 불려 나갔다.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4년 도입한 주 5일제가 이제 겨우 20년 지났지만 마치 아주 먼 과거부터 5일 일하고 이틀 쉰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다시 주 4일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생산성이 향상되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휴식이 주는 삶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더 깊이 생각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