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솔(나섬교회 청년)96

띵동 강의에 참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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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친구네 집 놀러 가듯 스스럼없이 벨을 눌러 편안한 시간 보내다 가라는 의미로 지어졌을까. 띵동은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상담 등 필요한 도움을 지원하는 센터라고 한다. 길목 협동조합 청년 책읽기 사업의 일환으로 띵동 이사장님의 강의를 듣고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한 트랜스 여성 학생의 화장실 문제였다. 트랜스젠더가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가지 못해 정서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다. 해당 청소년도 학교에서 같은 일을 겪어 도움을 요청했고, 학교는 장애인 남자 화장실은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그곳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는 대안을 내놓았다. 학생은 여전히 '남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에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수시로 외출증을 끊어 외부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타협했으며 곧 자퇴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이상적인 타협이 아니었다. 성소수자는 그 특징이 너무 별나서 마치 그것이 그 사람을 일컫는 모든 것인 것처럼 다뤄지곤 하는데, 사실 성 정체성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가령, 서울에 살고, 갓 졸업한 20살이고, 치킨과 초콜릿을 좋아하며, 쉬는 날엔 영화를 보거나 러닝을 하고, 다 같이 어울리는 것보단 혼자 있는 게 편한 어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이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단 이유로 한국에선 별종이 되어버린다.

 

예상하건대 학생이 원했던 건 아마 수업 중간에 학교 밖을 나가 외부 화장실을 사용하는 특별한 배려를 받는 게 아니라, 그냥 남들 화장실 가듯 쉬는 시간에 5분 정도 시간을 내서 같은 층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아니었을까. 특별한 취급을 받지 않는 세상. 내 옆에 누군가이고,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는 세상. 학생은 그걸 바라지 않았을까.

 

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공항에서부터 가장 눈에 띄고 낯설었던 점은, 단연 'All-gender restroom'이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가족 단위도, 장애인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었다. 어딜 가나 All gender restroom이 있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향린교회에 방문했을 때 '모두의 화장실'이 있는 걸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공적 영역에서 성소수자 인권 담론이 활발했고, 그중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이용권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어, 누구나 쓸 수 있는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도화될 수 있었다. 제도화됨으로써 사회가 성소수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하는 첫 번째 단계가 있었고, 미디어와 언론에서도 흔하게 다뤄졌으며, 부정적 시선을 받을 확률이 줄어드니 많은 이들이 주변의 신뢰할 만한 지인들에게 커밍아웃하여 내 가족, 친구가 성소수자임을 깨닫고 함께 사는 사회가 되었다.

 

요즘 국내 넷플릭스나 유튜브, TV를 보아도 이전과 비교해 세상이 점점 변해간다고 느낀다. 드라마에서도 성소수자 조연이 감초 역할을 하고, 예능에서도 트랜스젠더나 게이 고정 패널이 입담을 뽐낸다. 2025년 한국에선 미국의 사례가 꿈만 같이 느껴지겠으나,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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