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아95

내면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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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이고, 사람은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나 실패나 좌절을 경험한다. 문제는 그 자체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 내가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느냐다.

 

어떤 사람을 실패했을 때, '내가 그러면 그렇지 뭐. 역시 나는 안되는 사람이야.'라며 자신을 낙인찍는다. 반면 어떤 사람은 '이번에는 좀 아쉬웠네. 그래도 해봤잖아.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반응,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내면의 목소리이다.

 

이런 내면의 목소리를 내적 대상(Internal object)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주고받았던 정서적 경험, 특히 부모나 주 양육자에게 들은 말이 내면화되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괜찮아. 다시 해봐."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 그 말은 평생 자기 안에 남아 실패를 다루는 방식을 결정 짓는다. 반대로 "넌 왜 그렇게 못하니?" "니가 뭘 하겠어?" 이런 말들을 반복해서 들은 아이는 어른이 된 후에도 실패 앞에서 스스로를 벌주듯이 다그친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과거에 내가 어떤 말을 들었든, 그 목소리는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안의 부정적 목소리를 따라다녔던 습관에서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될 수 있다.

 

40대 초반의 M은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M씨는 오랫동안 '나는 아버지보다 못한 사람,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회적 성공을 거둔 M의 아버지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신을 나무랐다. 어린 시절 M이 실수를 하면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서 M을 혼내거나 또는 차가운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M을 바라보곤 했다. 성인이 된 M도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낙담한 자신을 비난하거나 무시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내면화된 것이다. 상담에서 자신 안에 있는 아버지 목소리대로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한 통찰을 한 후 M은 자신 안에 다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야기했다. "진짜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내가 나한테 했던 말들이었어요."

 

우리는 모두 걸음마를 배운 경험이 있다. 수백 번 수천 번 넘어지면서, 우리는 "아, 나는 걸음마를 배울 수 없는 사람이야."라고 포기하지 않았다.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또 해보자." 하는 목소리가 우리 안에 있다. 그 작은 아이가 계속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넘어졌을 때 "다시 해보자."라는 따뜻한 말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삶은 계속해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때로는 실패 앞에서 작아지고, 때로는 실수 하나에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있을까? 아직도 부모님의 목소리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자기 자신, 그 내면의 목소리가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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