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호95

일방적인 것들과 일반적인 일들

공감바당.JPG

 

 

 

일방적인 것이 있습니다.

직선으로 쭉 뻗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길.

 

그곳에서는 멈출 수도,

땀을 식히거나 돌아볼 여유도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

빠른 속도로 달려야만 하는 길.

 

그 길은 낮은 곳과 패인 곳,

오래된 것들과 상처,

그리고 눈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길도 있습니다.

골목이 떠오릅니다.

 

쉬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담벼락에 핀 호박꽃에 눈길이 머물기도 합니다.

 

골목 어귀,

 

불쑥 튀어나온 강아지의 기습이

 

정겹습니다.

 

길인가 싶으면 작은 샛길이 열리고,

길 끝에서 또 다른 길과 만나기도 합니다.

 

느리고, 비효율적일지 몰라도

사람의 정과 이야기들이

골목마다 켜켜이 쌓여갑니다.

 

나는

일방적인 것들과

일반적인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골목을 지나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모래 한가운데,

낡은 보드 거치대가 서 있습니다.

 

나사는 풀리고,

페인트는 벗겨져

얕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삐걱대는 숨소리가

위태롭습니다.

 

그 위에 기댄 보드.

거친 표면이

사나운 삶을 말해줍니다.

 

돌아온 길을 떠올립니다.

일방적인 것들,

일반적인 일들.

 

앞으로 갈 길은

쭉 뻗은 고속도로일까요.

 

끝 모를 바다일까요,

아니면,

골목일까요.

 

많은 사람이 함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보폭을 존중해 줄 수 있는

골목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나현호-프로필이미지.gif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로 통하는 '길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03175 서울 종로구 경희궁2길 11(내수동 110-5) 4층
손전화 010-3330-0510 | 이메일 gilmok@gilmok.org
계좌번호 | 출자금 - 하나은행 101-910034-05904(사회적협동조합 길목)
프로그램 참가비 - 하나은행 101-910034-06504(사회적협동조합 길목)
COPYRIGHT ⓒ 2022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ALL RIGHT RESERVED.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