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져다 준 선물
잘 쓰고 있는지
그래서
행복한지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지.
<안부> 전문
권사님네 딸이 점심때 생일케이크와 물회를 가지고 왔다.
며칠 전, 부모님을 방문한 딸, 두 아들을 혼자 키우며 늘 직장생활에 바쁘신 몸인데
웬일인가, 무슨 날인가... 궁금했는데 본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잘 대접해 드리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온 것이다.
며칠 동안 우리 어르신들은 자식이 옆에 있으니, 정말 편안하고 즐거워 보이셨다.
도란도란 모녀가 이야기 나누며 갱번에 가서 고동 줍는 모습도 이쁘고
회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손수 생선을 잡아 회를 뜨는 아버지의 모습에서도 깊은 정이 느껴졌다.
"이런 생각, 이런 시간 정말 보기 좋고 부럽네요." 했더니
"저도 이런 생각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한다.
어르신을 닮아 음식 솜씨가 좋은지 물회도 맛있었고,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이런 생각도 하고, 이런 시간도 보낼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다.
노인복지관에서 직원 세 분이 방문해 주셨다.
어르신들 식사 대접을 해주겠다고 식자재들을 이것저것 챙겨 와서 함께 김밥이랑 닭튀김도 만들어 먹고, 인바디 체중계까지 들고 와 상담도 해주고, 공기압 마사지도 해 드리고….
사람 좋아하는 우리 어르신들 희희낙락, 완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대접받는 것보다 대접하는 것에 더 익숙하신 분들이니 그냥 넘어갈 리가 있나.
"다음에는 그냥 오쇼~ 우리가 해준 것도 먹어봐야제"
"예 그럴게요."
오가는 정이 아주 사근사근 고맙고 이뻤다.
복지관 직원들을 배웅하고 들어오는 길, 정자에서 나그네 한 분을 만났다.
섬 투어를 하시는 분이라고.
작년, 재작년에는 이웃 섬들을 다녀갔는데 우리 섬에 못 와서
마음먹고 왔다고 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저희 김밥이 있는데 드릴까요?"
처음에는 사양하더니 고맙다고 해서 일단 회관으로 같이 들어왔는데 어르신들과 어찌나 죽이 척척 잘 맞는지 옆에서 보기만 하는데도 화기애애, 재미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섬을 다니는 분인데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섬을 다녔다고 하니 우리 어르신은 이제 그만 돌아다니고 여기서 같이 살자고 하신다.
저녁 산책길에 다시 만나서 정자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혼자, 한적한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은 왠지 모르게 반갑다.
그냥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