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고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한 학생이 달려와 급하게 버스에 올랐습니다. 얼굴은 동글동글한 개구쟁이 남자였지만 치마 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두 번 쳐다보는 이가 없었습니다.
Love Pride Month인 6월이 되자 공공도서관 입구에도 알록달록 무지개무늬의 치장을 하고 성소수자 관련 서적을 이달의 추천 도서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태국어를 읽지는 못하지만, 동화책부터 학술서적까지 있는 듯했습니다. 방콕에서 성소수자 관련 행사는 권리운동이 아니었습니다. 얼떨결에 만나서 사진 촬영을 했던 퍼레이드도 방콕의 대표적 쇼핑몰에서 주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알게 되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트리 설치 경쟁을 하는 우리나라의 백화점처럼 방콕의 백화점은 크고 화려한 퍼레이드를 경쟁하면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태국 공동체의 넓은 포용력을 체험하면서 내 머릿속에 있는 왜곡된 거울 하나를 구석으로 치워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