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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정착민 운동과 인간의 마음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90명 넘게 살해,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으로 3명 사망"

 

2025년 6월 26일 <알자지라>의 헤드라인입니다. 가자 지구를 공격해 하루 9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한 것은 이스라엘군입니다. 한편 서안 지구에서는 '정착민'이라 부르는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인 3명을 살해했습니다.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100명이 넘는 정착민이 크파르 마레크(Kfar Malek)라는 마을에서 집과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정착민은 누구인지, 왜 팔레스타인인을 공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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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전쟁의 결과 노동당 정부는 골란고원, 웨스트 뱅크, 가자 지구, 시나이 등 기존 이스라엘 지역의 3.5배에 이르는 약 7만km²에 이르는 새로운 토지를 점령하게 되었고…거대한 새로운 토지를 획득하게 된 노동당 정부는 이제 정착촌 건설에 열중하게 되었다. 1967년 이후로부터 1977년까지의 노동당의 정착촌 정책은 점령지를 실질적 주거지로 전환하여 영토를 확장하려는 노력이었다. - 홍미정, <팔레스타인 땅, 이스라엘 정착촌>

 

1947~1949년 나크바(팔레스타인 인종청소)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한 이스라엘은, 1967년에 다시 전쟁을 일으켜 팔레스타인의 나머지 22%인 가자와 서안 지구를 차지합니다. 팔레스타인인은 물론이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에게 점령지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철수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점령지를 합병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민간인이 거주하는 정착촌을 건설하고, 유대인을 이주시켰습니다. 이들이 정착민입니다. 동예루살렘과 서안 지구에는 약 70만 명의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스라엘은 정착촌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빼앗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대개 언덕이나 산 위에 정착촌을 만들었으며, 이들 정착민과 군인은 산 아래에 있는 팔레스타인 마을을 감시하고 공격했습니다. 정착촌과 정착촌을 잇는 도로를 만들고, 이 도로는 유대인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팔레스타인인은 가까운 도로를 놔두고 먼 길을 돌아가야 했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이 사용하는 길에 검문소를 만들어 이동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폭력

 

일명 '정착민 운동'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정치적 이념 또는 종교적 신념이 어떤 것인지를 알면, 현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고 있는 여러 정책을 해석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터키 언론 TRT가 만든 다큐멘터리 <성스러운 탈환 : 팔레스타인 땅을 훔치다>에서 정착민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다니엘라 바이스가 이런 식의 말을 합니다.

 

유대 국가의 국경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국경입니다. 유프라테스부터 나일까지입니다. 시리아는 물론이고 다른 많은 나라도 당연합니다. 우리는 성경을 갖고 있고, 이것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유일한 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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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유대인에게 약속한 땅을 아랍인이 차지하고 있으니 이들을 몰아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2015년 7월 31일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마을 두마Duma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한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알리라는 18개월 된 아기가 불에 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불탄 집의 벽에는 '복수' '메시아 왕이여, 만세'와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두 달 전, 대법관 다비드 민츠는 인권 단체 기샤(Gisha)가 이스라엘에 가자 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라고 요청한 청원을 기각했습니다. 서안 지구 돌레브 정착촌 주민인 민츠는 이것이 토라에서와 같은 '명령의 전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사실상 200만 가자 주민에게 음식, 물, 의약품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승인한 셈입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의 '"이주에 찬성: 유대계 이스라엘인의 82%가 가자 주민 추방을 지지"'라는 기사의 일부입니다. 그들이 가진 종교적 신념 앞에 가자 사람의 배고픔과 목마름 따위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립니다.

 

인간의 마음

 

최근 실시된 이스라엘 유대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강제로 추방하는 것에 대한 수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가자 지구 주민 추방을 지지했으며, 56%는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에 대한 추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3년 조사 당시 각각 45%와 31%였던 것에 비해 급격히 상승한 수치입니다. - 하레츠, 같은 기사

 

나치의 홀로코스트 과정을 보면 히틀러만 유대인을 미워하고, 독일에서 몰아내려 했던 것이 아닙니다. 많은 독일 시민이 유대인을 공격했고, 자발적으로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만 팔레스타인인을 미워하고, 그들을 팔레스타인 땅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유대계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인을 미워하고, 쫓아내고 싶어 합니다.

 

1994년 2월에 바루크 골드슈타인이 이스라엘 예비군의 복장으로 헤브론의 이브라힘 사원에 들어가서 새벽 기도에 참석한 신자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그는 29명을 살해하고 150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사람들에게 제압되어 죽임을 당했다. 의사였던 골드슈타인은 헤브론 인근에 세워진 호전적인 정착촌 키르야트 아르바의 거주민이었다. - 유진 로건, <아랍: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

 

골드슈타인이 총을 난사했던 이브라힘 사원에 제가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교회에 가듯, 그곳은 무슬림이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는 곳일 뿐입니다. 골드슈타인의 행동도 놀랍지만, 그런 골드슈타인을 영웅시하고 기념비까지 세운 유대인이 있다는 것 또한 놀랍습니다.

 

바루크 골드슈타인의 무덤으로 이어지는 길은 장미와 라벤더 꽃밭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녹지 공원을 지나간다…장식용 가로등, 콘크리트 화분, 기도서와 추모용 촛불을 위한 수납장이 그 장소의 성격을 드러낸다. 이곳은 브루클린 태생으로 서안 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에 거주하며 활동했던 의사 골드슈타인을 추종하는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순례지로 기능하고 있다. - LA타임스, '총격범의 무덤, 극단주의자의 성지가 되다'

 

왜 그럴까요? 왜 골드슈타인을 비롯해 많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인과의 공존이나 평화를 거부하고, 전쟁과 폭력에 몰입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들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그들의 마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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