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노을

억지로 되는 건 아니지

마음먹고

뜻 모은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

 

하늘을 보고

때를 기다리며 흐름을 타는 것이지

 

욕심만 없다면

앞서지만 않는다면

하늘과의 숨바꼭질, 즐거운 놀이지.

- <인생> 전문

 

 

 

 

텃밭에서 바라보는 해 질 녘 모습이다.

여기에 새소리와 댓잎 스치는 바람과 파도 소리가 배경음악이다.

 

이토록 완벽한 지금,

삶의 신비가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는...

 

 

 

 

두 어르신이 배 타고 나가는 모습이 보여 내려와 따라가 봤다. 혹시 무거우면 짐이라도 들어드리려고... 물속에 발을 담그고 섬 주변을 돌며 손을 더듬거리며 해삼이랑 뭐 여러 가지를 잡으시는데 나는 미끄러워서 못 들어가고 지켜보며 구경만 했다. 어림잡아 두세 시간 걸린 것 같은데 수확물은 해삼 두 마리와 군소 몇 마리. 그래도 아쉬움이 없다. "이럴 때도 있제."

 

 

 

 

하루의 일을 마치고 두 분이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인생의 노을이 담겨있다.

얼굴도 못 보고 시집와서 첫날밤을 치르고 60년 세월을 넘게 함께 살아오신 분들.

다섯 아이를 막내만 빼고 다 혼자 낳고 탯줄을 끊으셨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파른 길을 물 길으러 다니고 시어른들 모시고 살며 물질도 하고.... 그 어렵고 힘든 세월을 함께 걸어온 용감하고 다정한 뒷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