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란91

맥주 인문학 투어 '수맥탐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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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글라렛 영성의 집, 수도원 맥주라니!

 

이 세 단어만으로도 가슴 뛰는 이 탐지 여행에 참가하게 된 기쁨의 시간은 내게 그리 쉽게 오지 않았기에 더욱더 큰 기대를 하며, 많은 상상을 하고 떠난, 발걸음 가벼운 출발이었다.

 

2024년 11월, 10년 넘게 몸 담고 있는 기행 팀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께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의 맥주 강의 소식을 듣고, 8명의 인원이 함께 고상균 목사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목사님께서 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맥주에 대한 강의를 하신다니!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맥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세상을 향한 편견 없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게 되었다.

 

해가 바뀌고, 시간이 얼마 흐른 후 맥주 인문학 투어 '수맥탐지'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었으나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이미 마감이 되었고, 추가로 접수하였으나 소식이 오지 않아 몹시 안타까운 마음에 목사님을 조르고 조르는 무례를 범하고서야 겨우 참가하게 되었고,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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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나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설렘 그 자체였다. 서울역에서 KTX로 나주까지 가는 동안 나주에서의 시간을 미리 그려보며 수학여행 가던 중학교 시절처럼 부푼 마음이었다. 나주역에 도착한 목사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고, 예상인원이 모여 <글라렛 영성의 집>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수도원의 위치가 아파트와 마을에 인접해 있었다. 방 배치와 주의 사항을 듣고 난 후 나 포함 네 사람이 근처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상형문자, 헬라어, 한글 등 언어와 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여행의 시작에 의미를 더하는 시간이었다.

 

고상균 목사님의 수도원과 맥주에 대한 두 번의 강의는 작년 11월 강의에서 느꼈던 감동의 연장이었다. 맥주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기회를 주시는 목사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술자리에선 절대 강요 NO!, 천천/편안히! 이건 내가 늘 강조하는 부분인데, 목사님께서 강의 마무리로 꺼내 주셔서 고맙고, 자신과 주변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에서 다음의 맛있는 희망은 거품처럼 솟아오를 것이라는 메시지 또한 큰 감동으로 남는다.

 

또한 글라렛 수도원 김인환 신부님의 저녁기도 중 고양이 인용을 통한 본질 이해에 대한 말씀은 깊은 울림으로 남았고, 다음 날 주일 미사에서 신부님 자신의 경험을 통한 귀한 말씀은 나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에겐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 또 이어졌으니, "홉플로우" 곽민재 대표님이 이끄는 투어와 시음이 바로 그것이다. 수도원 맥주를 만들게 된 동기, 제품에 대한 설명, 포부까지 차근차근 열정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대표님의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끼며 맥주를 시음하는 그 시간은 우리들 모두에게 따뜻하고 밝은 시간으로 기억되리라 확신한다. 우리가 받은 귀한 시간을 통해 대표님께도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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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단체 촬영을 끝으로 서둘러 각자의 발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나는 나주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영산강변 홍오거리에서 홍어로 만든 많은 음식을 먹고, 나주 박물관과 나주역을 차례로 둘러본 후, 영산강변을 다시 찾았다. 강변을 이리저리 거닐며,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큰 강의 시간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따라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함께 했던 분들의 얼굴을 천천히 떠올리며, 영산강변 해지는 모습을 충만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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