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여정, 상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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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노래한 시인은 우리네 삶에 대한 짧고도 강렬한 통찰을 어떻게 알았을까. 꽃들에게 별들에게 물어봤을까?^^ 아마도 시인은 삶이라는 대지의 생살을 찢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을 거다. 삶의 여정에서 수없이 흔들리며 저마다 생명의 꽃을 피워낸 우리들처럼. 심한 비바람에 뿌리까지 뽑힐까 두렵던 그 밤을 지나왔다면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게다.  

지난 추위가 혹독했는지 얼어 죽은 화초들 옆, 해를 따라 하늘로만 자라던 선인장이 구부러져 축 늘어졌다. 생을 다한 것처럼 보였지만 안타까움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물을 준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없진 않지만 욕심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다. 그런데 며칠 뒤 그 작은 선인장이 제 몸을 꼿꼿하게 다시 세웠다. 애처로움에 경이로움에 한참을 바라본다. 몇 년 전 내동댕이쳐져 화분이 깨지면서 구석으로 치워놓은 난(蘭)이 그 일이 있고 7년 만에 처음으로 꽃을 피웠을 때처럼. 이렇듯 시련은 제 생명의 힘을 온전히 발현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불안, 원망, 외로움, 슬픔, 희망, 받아들임 등 각양각색의 꽃을 피우며 치유와 성장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마음이 늘 불안해요.... 우리 아이가 피해를 줄까봐... "
눈물을 닦는 그의 손이 조금 떨린다. 내 마음도 함께 떨린다.
"참 가혹해요.."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인 그의 말이 먹먹하다. 아프고 불편하다는 게 배려되고 보호받기는커녕 잠재적 가해자가 될까 전전긍긍하며 사회에 사람들에 치여 하루하루가 늘 불안하다는 그이.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안타깝고 부끄럽고... 참, 아프다. 속에 집채만 한 돌덩이가 들었을 거라며 상담실을 나서는 그의 등이 따스한 봄 햇살에도 시려 보인다. 이야기를 하려고 상담실에 왔으니 이제 시작이다. 꽁꽁 싸매어 구석에 숨겨둔 마음을 마주할 용기를 내었으니 감사하다. 그이의 마음 속 돌처럼 단단하게 응어리진 슬픔과 분노가 꽃으로 환하게 피어나기를 바란다. 

“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너무 좋은데 너무 기쁜데 전화할 데가.. 선생님이 떠오르더라고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내 마음도 울컥거린다.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그이가 남은 아픈 아이를 위해 십 수 년 만에 미루고 미루던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해서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여전히 생활은 고되고 마음은 아직도 상처투성이에 때때로 트라우마에 짓눌리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온 마음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상담은 내담자가 제 생명의 힘으로 삶에 더 깊게 뿌리내리고 새 잎을 내고 줄기를 곧게 세워 꽃을 피우는 것을 돕는 과정이다. 상담자는 다만 그와 눈을 맞추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아픈 이야기에서 잘하고 잘살고 싶은, 사랑하며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듣는다. 그의 용기와 인내심에 찬탄하며, 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함께 알아가면서, 생을 살아가는 그 존재의 힘과 지혜를 배우며 경의를 느낀다. 이렇게 나는 상담실에서 마음을 나눠주는 소중한 존재들과 함께 하면서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딸이고 우리가 부처라는 그 뜻을 더 알아갈 수 있기를, 우리 모두를 그렇게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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