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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카 샹셀, 2023 -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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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저자 뤼카 샹셀 | 역자 이세진 | 니케북스 | 2023.4.1.

 

 

 

우리는 대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지금 우리를 둘러싼 삶의 여건으로서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각종 수치와 통계로도 증명된다. 전 인류를 생존의 시험대에 올린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는 잦아들었지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간극이 더욱 벌어졌고, 사회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오감으로 충분히 느끼는 전지구적 기후/생태 위기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뤼카 샹셀은 불평등과 환경 정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로 현재 토마 피케티와 함께 파리경제대학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환경 불평등과 인종-젠더 불평등까지 논의의 폭을 확장하며, 사회불평등과 환경불평등에 얽힌 매듭을 풀어내고 있다.

 

기후/생태 위기는 모든 인류의 책임인 것은 맞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선 환경 불평등을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1) 에너지, 물, 식량, 공유지와 같은 우리 삶에 필수적인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의 불평등'

2) 환경 파괴나 생태적 재난에 대한 '노출의 불평등'

3) 지구 생태계 파괴에 대한 '책임의 불평등'

 

일단 경제적 불평등은 환경 불평등을 상당 부분 결정짓기 때문에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경향은 환경정의 측면에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은 에너지, 천연자원에 접근하기 힘든 반면, 환경 위험에는 항상 더 많이 노출되고 피해에는 더 취약하다. 공해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 대개는 공해에 가장 책임이 적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두 배의 불의(不義)다. 게다가 경제적 불평등은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한 국가 내 개인들의 이산화탄소 배출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득이다. 한편 환경 불평등은 기존의 경제 및 사회 불평등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제한된 양의 자원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은 경제발전, 사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환경 파괴의 결과에 대한 노출의 불평등은 그 나라에 이미 존재하는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존속시키고 강화한다. 따라서 환경의 질적 저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데 점점 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이상의 경향을 뒤엎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한쪽을 앞세워 다른 쪽을 희생해서는 안되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세 가지 정책적 방향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첫째, 대중교통과 에너지 및 수도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면서 빈곤층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 주요 수단이 된다. 특히 독일의 에너지협동조합 관리 모델(214 ~ 216페이지)이 인상적이다.

 

둘째, 환경도 보호하고 불평등도 완화하는 방식으로 균형 잡힌 환경세/탄소세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탄소세 시스템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높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지원이 돌아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반면에 2018년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부자 감세하는 대신 탄소세를 인상하여 서민층의 실질적인 부담을 늘리는 바람에 노란 조끼 저항운동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개방적이면서도 투명한 환경불평등 측정 시스템이 없다면 이 불평등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 되지 못하고 정책화 과정을 통해 해결될 수도 없다. 해법 찾기가 복잡할수록 정확한 문제 진단이 필수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기후/생태 위기가 서로를 악화시키면서 함께 심화되는 현실세계 속에서 저자가 제시한 해법들 하나하나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 책이 현실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기후/생태 위기 사이에 얽힌 딜레마를 냉철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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