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에는 뉘앙스라는 게 있다.
두 개의 단어가 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쓰이는 것도 있다.
시간도 그렇다.
시간을 뜻하는 말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것이 있다. 24시간, 누구나 공평히 주어진 시간은 크로노스이다, 그런데 애인과 있을 때는 24시간이 한 시간보다 짧게 느껴지는 것은 카이로스이다. 예를 들면 나무꾼이 신선들 바둑 구경하는 이야기이다. 바둑 관전 이후 마을로 돌아갔더니 친구들이 모두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는 전래동화이다. 시간은 이렇게 상대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말해준다. 바둑 두는 사람이 송혜교라면 나도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를 것이다.
또는 텍스트, 문장 그대로의 뜻도 있지만, 행간에 숨어져 있는 내용, 함의, 콘텍스트를 품고 있다. 즉 문장에서 보이는 표면의 해석보다 숨어있는 뜻들을 캐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뉘앙스와 함의, 콘텍스트를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윗분의 '심기" 또는 "복심"하고는 다르다. 그건 명분을 위해서 윗분이 직접 입으로 말하지 않고, 너희들이 알아서 움직여라. 그러면 나는 받아먹고 평가하겠다는 뜻이 강하다.
쉽지 않다. 가끔 대중문화 평가에서도 그러한 정치적 의미, 성적인 의미, 사회적인 의미를 찾아내고 분석해 낸다. 아…. 평론가의 글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난 작년 '과자' 논쟁은 이해를 못 하겠다. 평론가들은 참....
그러나 우리 같은 평범한 쇤네들은 뻔한 문장들을 보면 곧이 곧대로만 이해한다. 밥 먹으라면 밥 먹고, 일하라면 일한다. 그리고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다리 아프면 앉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게 "저잣거리" 언어 그대로 표현하는 법을 먹물들은 배우고, 가방끈 긴 사람들은 표현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다고 말하는 것, 참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엿 같아서 못해 먹겠다고 말하는 것, 나 어딘가 마음이 부러졌다고 우는 것들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도 용기이다.
그렇게 어떤 레토릭(rhetoric), 수사학, 직유법과 은유법, 메타포 이런 거 다 빼고 말하는 것이 대화에도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 내 마음이 태엽이 다 돌아간 로봇 장난감 같아. 너에 대한 마음이 잘 작동이 되지 않아"
뭐 이런 거다. 쉽게 말하면 되는 건데 말이다.
"난 딴 남자(여자)가 생겼어."
"네가 지겨워서 새로운 여자(남자)를 찾아갈래"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생고기에도 다양한 뜻이 있다. 이번엔 생고기, 소고기 요리이다. 날로 먹는 소고기에 대한 것이다.
일단 생고기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서울 경기권에서는 생고기는 '얼리지 않는 고기"이다. 즉 냉동 삼겹살(요새 유행하는 '냉삼'이라고 한다)과 반대되는 얼리지 않은 도드람 한돈 뭐 이런 것을 생고기라고 한다.
그러나 남쪽은 다르다. 남쪽은 생고기 하면 소고기이다. 날로 먹는 고기이다. 주로 생고기는 정육점에서도 파니까, 생고기를 달라고 하면 오늘 아침에 도축된 '날로 먹을 수 있는 생고기'를 말한다. 등심과 안심도 얼리지 않아 생고기일 수 있지만, "날로 먹는 용'을 생고기라 한다.
여기서 이제 육회와 육사시미가 있다. 둘 다 같은 말이다. 회와 사시미가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하게 다르다. 육회는 사실 냉장육으로 참기름과 계란 노른자, 배를 섞어서 만든 양념육이다. 양념이 달고 짜고 해서 육회는 수입육으로도 가능하다. 실제로 가게에서 파는 것은 수입육이 많다. 물론 한우도 있다.
한우로 만든 육회, 사진은 식당 판매용이다.
육사시미는 그냥 오리지널 '날 것'이다. 그냥 고기 끊어서 접시에 담아 놓는 것이다. 약간 심줄이 있어서 질기면서 고소한 부분도 있고, 기름기가 단단히 있어서 느끼하면서 고소한 부분도 있다. 나도 주는 것만 먹어봐서 그렇고 부위 이름은 모르겠다. 뭉티기는 기름기 없이 벌겋게 살코기로만 있는 부분이다. 지방이 별로 섞이지 않았다. 주로 한반도 남쪽에서 동쪽에 해당되는 지역에서 말한다.
판매용 육사시미 – 남쪽에는 이 정도는 밑반찬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단 육회를 만들어 볼까나.
1. 고기 준비 : 정육점에서 육회용 고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사면 된다. 수입산도 있고 한우도 있다.
2. 양념 준비
1) 참기름 : 참기름은 잡냄새를 제거하고, 살코기만 주로 있는 소고기에 기름기를 보충해 줘 고소한 풍미를 더 해준다. 또한, 기름막이 혹시 모를 기생충 알을 압살해 준다…. 고 한다,
2) 참깨 : 참기름은 훌륭한 넛츠로 많이 먹어야 한다.
3) 배 : 배를 무채처럼 썰어서 올려 준다. 고기의 느끼함을 배의 아삭함과 단맛으로 잡아준다.
4) 갈아놓은 마늘 : 핵심이다.
5) 후추 : 되는 대로 뿌려준다.
6) 소금 : 조금만 뿌리고 서서히 간을 해준다. 초보자는 왕창 부어서 실패하기 때문이다.
7) 달걀노른자: 익힌 거 말고 날달걀의 노른자만 준비한다. 돼지고기보다 지방이 적은 소고기를 위해 필수이다. 고기의 막과 막 사이에 노른자가 들어가 감칠맛과 부드러움, 기름진 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육사시미
1. 고기 : 가끔 정육점에서 "소 잡는 날"이라고 해서 도살한 소를 직접 해체하는 정육점이 있다. 그런 정육점에서는 날을 잘 맞추면 서울에서도 신선한 생고기를 얻을 수 있다. 규모가 있는 정육점이어야 하고, 친해야 한다. 그래야 전화를 받고 사러 간다. 그런 집은 그날 나온 소꼬리 뼈도 사는 게 팁. 엄청 싸게 골반에서부터 꼬리 끝까지 살 수 있다.
2. 양념
- 육사시미는 그냥 먹는 것이라서 육회와 달리 무쳐서 먹는 게 아니라 찍어 먹는거다.
3. 양념장 만들기
1) 고추장
2) 참기름
3) 간 마늘
접시에 고추장 숟가락 한 숟가락 하고 참기름과 간마늘을 섞으면 끝난다.
생고기는 어린이도 잘 먹는다. 사진에는 고추장 대신 올리브기름, 후추, 소금으로 양념장을 만들어서 주었다. 이 사진은 홀로 먹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