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the God had planted a garden in the east, in Eden; and there he put the man he had formed. The Lord God made all kinds of trees grow out of the ground—trees that were pleasing to the eye and good for food. In the middle of the garden were the tree of life and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A river watering the garden flowed from Eden; from there it was separated into four headwaters. (Genesis 2 : 8-10)
뉴욕시에 살면 도시의 정글을 떠나 평화로운 쉼터를 종종 그리워하게 된다. 이럴 때 가볼 만한 멋진 정원을 소개하고 싶다. 브롱스 북쪽 경계선, 웨스체스터 카운티가 시작되는 곳, 용커스시(Yonkers)에 위치한 언터마이어 가든(Untermyer Garden)이다.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고, 이렇게 좋은 정원이 무료이다.
전에 용커스에 사는 지인이 그 동네에 예쁜 정원이 있어 사계절 산책한다는 이야기를 흘려들은 적 이 있었다. 얼마 전 용커스에 일이 있어 갔다가 문득 생각이나 언터마이어 가든을 들렸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아직 몰랐을까….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가든이라는 생각이 든다.
Walled Garden
아르테미스(Artemis)여신 조각이 새겨져 있는 문을 들어서면, 정원의 모습이 신비하게 눈에 들어 온다. 문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모습은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 펼쳐지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원에 설치되어 있는 두 개의 문을 통해 프레임된 전망이 가장 인상적이다. 또 다른 문은 정원의 아래층 테라스에서 비스타 전망대(Vista Overlook)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있다.
정문에서 보이는 정원(왼쪽), Vista(오른쪽)
가든 안내서에서도 설명되어 있듯이, 언터마이어 가든은 창세기 2장에 묘사된 에덴동산에서 영감을 얻은 고대 페르시안 양식의 정원이라고 한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 쌓여있고, 그 안에는 마치 네 개 의 강물이 흐르듯, 정원 중앙을 십자가 형태로 물길이 가로지르고 있다. 분수가 샘솟고, 연꽃이 피고, 잉어들이 노닐고, 주변엔 희귀하고 이국적으로 보이는 꽃, 나무들이 피어 있어 과연 낙원이 이런 모습일까 상상하게 한다.
North Pond in the Walled Garden
멀리 북쪽으로는 한쌍의 스핑크스 기둥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록펠러 센터 아이스 링크 앞에 있는 동상, 프로메테우스를 조각한 아르데코 스타일의 거장, 폴 맨쉽(Paul Manship)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 너머에는 야외극장은 세익스피어나 그리스 비극을 여기서 공연하면 어울릴 것 같다.
서쪽으로는 The Temple of the Sky라 불리는 지붕이 없는 그리스 템플 '하늘의 신전(The Temple of the Sky)'이 있고, 원형으로 둘러싼 코린트 양식(Corinthian) 기둥 틈 사이로 허드슨 강과 펠리사이드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쪽으로 보이는 수영장은 많이 파손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모자이크 타일로 새긴 물고기와 바다생물들의 문양들이 곳곳에 보여 한 때는 아름다운 수영장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The Temple of the Sky
어찌 보면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인도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정원에 함께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고, 아직도 손길과 복원이 필요한 구석도 많이 보이지만, 이곳에 있으면 시간을 거슬러 뭔가 신비한 고대와 만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있다면 정원 입구에 들어와 바로 있는 돌의자, 나무 그늘이 시원해 보이는 그 의자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십자로의 물길과 그 주의의 풍광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층 테라스를 따라 북쪽으로 정원을 나서는 문을 통해 들어온 광경(Vista)은 처음 정원을 들어올 때 느꼈던 경이로움, 또 다른 환희를 선사한다. 경사진 150개의 계단과 계단 아래에 우뚝 솟은 두개 의 로마시대의 거대한 치폴리노(cipolino)대리석 기둥, 그 너머에 허드슨 강과 팰리사이드의 경치는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우리 주위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미소를 머금게 된다.
Vista
Vista overlook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Woodland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론 Temple of Love 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아기자기한 돌계단과 폭포와 다리가 있는 Rock garden의 정상에 오르면 숨을 고르며 아름다운 사랑의 정자에서 쉬어 갈 수 있다.
Temple of Love & Rock Garden
Woodland 산책길을 따라 왼쪽 길 (Temple of Love로 향하는 길)로 가지 말고 계속 내려가면 폐허가 된 Gate House에 이르게 된다. 사자와 얼굴이 없는 유니콘(아니면 말?) 조각을 볼 수 있는데, 이 사자 얼굴이나 표정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뉴욕시 공립도서관 앞 두 마리의 사자상 인내(Patience)와 용기(Fortitude)를 조각한 에드워드 클락 포터(Edward Clark Potter)의 작품이라고 한다. 손상된 유니콘의 얼굴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복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Lion & Unicorn Gate and Guest House
사자상 근처에 있는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고목을 잘라 앉기 좋게 만든 나무토막들이 있었다. 도시락과 간식을 도란도란 앉아서 먹기에 안성 맞춤이다. Old Croton Aqueduct길을 따라 계속 펼쳐지는 숲속 길을 여유롭게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무엘 언터마이어(Samuel Untermyer)는 누구인가?
언터마이어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정원 안내지에 있는 그에 대한 글을 요약해 보았다. 사무엘 언터마이어(1858-1940)는 유태인 출신의 변호사로 그 당시에는 유례없이 한 케이스에 백만 불까지 변호사 비를 받는 유명한 변호사로 명성과 부를 쌓았다.
1899년 허드슨 강변에 있는 Greystone저택을 구입하고 대지를 더 확장하여 150 에이커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진 땅 위에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정원을 만들려는 야심을 키웠다. 1916년에 그는 그 당시 록펠러가의 저택 Kykuit에 정원을 만든 William Willes Bosworth에게 정원 설계를 맡겼다.
식물이나 정원에 관심이 많던 언터마이어는 전성기에는 60명의 정원사를 두고 60개의 온실을 관리하게 했다. 그는 이 정원을 일반 대중과 나누기를 원했고 공개를 해 1939년 10월 하루는 이 정원을 방문한 사람이 3만여 명 가량 됐다는 기록이 있다.
언터마이어는 사후에 이곳을 주립공원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휴식처로 보존되고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원은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뉴욕주나 웨스체스터 카운티에선 받아들이질 못했다. 결국 부지의 일부인 43에이커 땅을 1946년에 용커스시에 기증하게 된다. 그간 많이 피폐되고 방치되었는데 Untermeyer Gardens Conservancy가 결성되어, 1920년 30년 당시 한창 피크였던 아름다운 정원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래의 youtube사이트에 가면 Untermeyer Gardens Conservancy가 만든 이 정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zaKAZpVhcU
PS: 이 글을 마무리 하다 보니 센트랄 파크 컨서바토리(conservatory) 가든에 있는 프랑스 정원 한가운데 위치한 분수가 'Untermeyer Fountain'라고 불렸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Three dancing Maiden, 세 쳐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한 가운데 물을 뿜는 분수였는데, 알고보니 그 분수가 이 언터마이어 저택에 있던 분수를 사후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