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사실 홀로요리의 진수는 사실 “버튼을 누른다”입니다. 바로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른 다입니다.
노인들에게, 바쁜 직장인, 취업준비생, 육아에 지친 워킹맘에게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이 사치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자레인지가 최고의 요리기구일 겁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서 sns에 많은 사람이 각종 요리를 집에서 해 먹는 것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올립니다. 저는 그냥 햇반을 뜯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반찬은 냉장고에 꺼내 먹습니다. 반찬가게는 이제 동네마다 많습니다. 그러니 거기서 반찬과 국을 사다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냉장 식품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집에 계속 있는 데, 무슨 요리를 하겠어요.
특히 고령화 시대에는 노인들이 더욱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는 게 힘듭니다. 가스레인지는 노인들이 사용할 때 위험할 수 있거든요. 설거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도시락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신 국을 좀 많이 담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슈퍼마켓과 온라인에는 온갖 종류의 국들이 팝니다. 간단히 집에서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 햇반과 육개장을 사다가 전자레인지에 둘 다 돌리면 간단하게 끝납니다.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을 수도 있고, 노령화 때문에 집에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집에 가면 저는 밥을 먹지 않습니다. 엄마는 국을 끓이기 힘든 상태라, 아침마다 오는 아주머니분이 국을 끓여놓고 갑니다.
(그리고 요양사분을 보니 노인 요양 및 지원에 대한 한국의 복지행정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부모님 집에 가면 엄마가 해준 밥과 김치, 국은 없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내가 자라온 집에서 내 기억장치에 없는 맛을 낸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먹기 싫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합니다. 고령화 시대이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는 음식을 사 먹는 게 맞습니다.
저도 주말에 부모님 집에 가면 된장국을 끓여놓고, 유명한 설렁탕이나 추어탕집의 음식을 포장해 갑니다. 그리고 반찬도 사다 놓습니다. 물론 주말에 형제자매들이 와서 국과 반찬을 해놓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집에서 내가 밥을 안 먹는 것은 그저 밥투정에 불과합니다. 집에서 밥 대신 세계 공용 기준에 합리적인 가격(!!) 맥도널드 세트를 사다 먹었습니다.
이게 무슨 이중적인 행동일까.
이제는 이러한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입니다. 햇반을 뜯고 인스턴트 국을 끓이면 됩니다.
그래도 사실 입이 적응이 안 되죠.
다시 홀로요리를 해야겠어요.
그럼. 다음 달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