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매일 산에 오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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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매일 산에 오르는 사람

 

 

어느 여름날 저녁 동대문 등산용품점. K씨는 어스름한 가게 앞길을 두리번거린다. 길거리 가득한 퇴근하는 회사원들 속에서 혹시 헛걸음질 칠지 모를 손님을 찾는다. 

 

K씨는 가게 셔터를 내리고 쭈그리고 앉아 등산화끈을 꽉 묶는다. 물이 가득 찬 페트병을 눌러 담은 배낭을 메고 산으로 향한다.

 

야간 산행이냐고? 밤이 되면 산은 동물들 차지가 된다. 치기 어린 행동은 벌금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K씨는 등산화를 신고 무거운 등산 배낭을 메고 퇴근하는 길이다.

 

동대문에서 청계천을 지나 낙산에 올라 절벽마을로 퇴근한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이 아니지만, 배낭을 지고 씩씩거리며 걸어가는 K씨는 길거리에서 맥주에 노가리를 씹는 사람들의 좋은 구경거리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저리 걷는 모습이 불쌍한지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절벽마을 꼭대기에 오르면 북한산이 보인다. 주말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고 그 높은 산에 오른다. 산 타는 사람이 쉬는 날에 동대문에 올 리 없다. 북한산도 도봉산도 K씨는 물병 가득한 배낭을 메고 오른다.

 

K씨는 더 높은 산에 오르고 싶어 한다. 돈을 모아 시간을 내어 더 먼 곳에 있는 더 높을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싶다. 이제는 어째서 산에 오르냐고 묻는 사람도 없지만, K씨는 대답한다. 더 높은 산에 오르고 싶기 때문이라고.

 

끝없이 더 높은 산을 오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매일 다시 내려올 산에 오르는 일이 헛되다고? 그게 우리 인생 아닌가, 라고 K씨는 되묻는다.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정상에 오르려고 매일같이 고통스러운 삶을 참지 않느냐고.

 

K씨는 내일 아침에도 가게 앞에 앉아 낙산 너머 북한산 인수봉 너머, 더 멀고 더 높은 산을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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