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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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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30 – 생선구이와 전복밥

posted May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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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30 – 생선구이와 전복밥

 

 

사람은 눈동자로 순간이지만 아주 멀리 과거로 이동하여 무언가를 볼 수 있다.

그것을 아련함이라고 한다.

당신의 눈동자를 통해 과거로 이동한 순간은 무엇일까?

 

당신의 아련함은 무엇인가?

 

엄마는 그래도 있는 집안의 딸이라 시집올 때 머슴을 데리고 왔단다.

그러나 몰락한 집안이니 아버지한테까지 시집을 온 듯하다.

엄마는 그때 그 머슴이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없다고 한다. 그건 치매 전에 심드렁한 말투로 말씀하였다.

 

포항 호동에 울도 담도 없는 집에서 아버지는 저 멀리 나무를 하러 갔다고 한다.

지금은 보일러가 있고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이지만 그때만 해도 나무하러 가려면 제법 먼 길을 가야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직접 나무를 하러 갔다고 한다. 그럼 새색시인 엄마는 정말 노랫말에나 나오는 동구 밖 너머가 보이는 곳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고 한다. 아버지가 나무를 등에 메고 돌아오는 길을 이야기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 엄마의 눈동자에 아련함이 보였다.

물론 아련함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밖에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엄마는 낯선 곳, 낯선 시어머니 밑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던 이야기를 자주 하시곤 한다.

그래도 평생 모든 가정경제를 아버지가 도맡아 하고 엄마는 7남매를 키우면서 두 분 다 80세 넘게 살아오셨다.

 

그때 언덕길 포항 호동은 이제 포항제철, 아니 포스코의 공장이 되어 평평한 지대로 변해버렸다. 

 

내가 딸을 보고 싶다고 할 때, 엄마는 말했다.

네가 그러듯 지금도 엄마는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나를 보면서도 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아련했다. 엄마 아빠가 사용했던 젖병 소독제가 싱크대 위에 몇 년이 지나도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엄마의 눈에도 그만큼의 세월을 건너 아련함이 묻어났다. 

그 눈동자는 굉장히 깊고 굉장히 머언 과거였으며 나는 어리고 엄마는 젊었던 시절의 눈동자였다.

아닐까? 이제는 알 수 없다.

 

우리 7남매도 나중에 무언가를 볼 때 서로의 눈동자를 보고 아련함이 느껴지겠지.

 

재작년 여름 계곡에서 물놀이 할 때, 모두 나이 들어도 정말 잘 놀았다. 다른 집 어린이들보다 우리 남매들이 더 열성적으로 놀았다. 역시 놀기 좋아하는 엄마의 자세와 표정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때는 아련함보다는 서로 참 닮았다고 느꼈다. 놀기 좋아하는 거 말이다.

 

누나들은 엄마를 보고 싶으면 서로의 얼굴을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열하일기를 썼던 박지원의 시조가 생각났다. 박지원의 형님을 추모하면서 쓴 시라고 한다.

  

우리 형님 얼굴 수염 누구를 닮았던고 / 我兄顔髮曾誰似

돌아가신 아버님 그리울 때마다 우리 형님 쳐다봤지 / 每憶先君看我兄

이제 형님 그리우면 어디에서 본단 말고 / 今日思兄何處見

두건 쓰고 도포 입고 나가 냇물에 비친 나를 보아야겠네 / 自將巾袂映溪行

< 출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고미숙

 

지금 아련함을 비린내로 대신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생선을 좋아하셨기 때문일까. 늘 아버지의 저녁상에는 생선이 올라왔다. 나 역시 생선을 먹기로 했다.

 

 

사진1_resize.jpg

생선구이와 전복밥

 

 

생선을 먹는 방법

 

1. 기름 두른 프라이팬

 

물론 기름진 고등어는 기름 넣은 프라이팬에 튀겨 먹는 게 훨씬 고소합니다. 싱크대와 가스레인지에 튀긴 기름을 닦는 것도 큰일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생선 비린내가 방안을 가득 메울 것입니다. 하지만 원초적인 오리지널이 맛있습니다. 또한 생선 굽는 전용 팬이 있어서 기름이 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름 가득 넣고 구운 생선은 맛있습니다.

 

특히 긴따로를 추천합니다. 긴따로는 금태 또는 빨간 뽈락이라고도 하는데, 가격에 비해 살도 많고 실합니다. 시장에서 파는 것들은 아이슬란드에서 잡아 온 것들이라 오히려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이 듭니다.

 

 

사진2긴따로_resize.jpg

긴따로 구이 – 뚜껑 있는 생선용 프라이팬에 구운 것

 

 

2. 구워진 생선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법

 

바다의 물고기는 갇혀있는 곳이 아닌 넓은 바다에 삽니다. 물론 몇몇 활어는 가둬서 양식합니다만 말입니다.

 

바다의 물고기를 음식용으로는 생선이라고 합니다. 생선 요리 역시 갇힌 공간에서 무리입니다. 특히 오피스텔에서 사는 사람이 생선 구워 먹기는 정말 힘듭니다. 환풍이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생선 비린내가 방안에 가득하겠죠.

 

그래서 요새는 생선구이용 제품들이 많이 나옵니다. 고등어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비린내도 안 나고 간단히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구워져 나온 제품이라 먹기 편합니다.

물론 시장에 있는 생물 고등어에 비하면 가격은 나갑니다만 말입니다.

 

3. 에어 프라이어

 

생선은 잘 안 익어요. 삼겹살과 시간이 비슷하게 걸리죠. 180도에 15분 정도 구워주세요. 10분 지날 때 뒤집어 주시고요. 겉면이 바삭하게 익히려면 15분 후에 200도로 3분 정도 더 구워주세요.

 

 

전복밥

 

그냥 전복이 냉장고에 있어서 해봤어요. 쌀을 씻고 물을 부어서 전복을 그 위에 얹었습니다. 사진에는 통으로 올려놓았어요.

 

 

사진3_resize.jpg

전복밥. 쌀 위에 생전복을 올려놓고 전기밥솥을 그냥 돌리면 된다

 

 

애들 먹일 때는 전복을 토막 내서 쌀과 잘 섞으면 좋을 것 같네요. 표고버섯은 말려 있던 것인데, 쌀 위에 넣지 말고 쌀 중간에 넣어서 찌세요. 위에 올려놓으면 표고버섯이 여전히 말라있는 식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복을 많이 넣지 않기 때문에 밥이 짜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습니다. 그냥 밥 위에 삶은 전복하나 있는 시각적 뿌듯함을 주죠.

그냥 뭐랄까. 건강한 밥상 느낌. 또는 전복 정도는 밥할 때 넣는 부유한 느낌

 

 

사진1_resize.jpg

맛있게 한 상 드세요. 일요일 아침 간단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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