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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엔 인간이 코로나바이러스였어요 - 이옥희 조합원

posted May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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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엔 인간이 코로나바이러스였어요 - 이옥희 조합원 

 

 

이옥희 조합원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막상 인터뷰를 앞두고 생각해보니 이분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옥희 조합원은 향린교회 권사이시기도 하고 교회에서 생명환경위원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셨지요. 그래서 이분을 생각하면 거의 자동으로 예배 후 늘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인터뷰도 생태환경 분야에 자연스럽게 맞추게 됐지요. 이옥희 조합원은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본격적인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인터뷰를 통해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본인이 실천 가능한 분야에서 생태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Q : 현재하시는 일이 뭔가요?

A : 4년 전부터 여성 일시보호시설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어요. 주로 여성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곳이죠. 시설이 일반 가정집 구조로 돼 있어서 저는 상담사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분들과 어울리게 돼요.

 

Q : 주로 어떤 분들이 시설에 오던가요?

A :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20대에서 80대 여성들이 이용하는 곳이죠. 부모의 이혼이나 방치, 학대 같은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가출해서 노숙인이 되고, 또 경제 상황이 악화되어 급작스럽게 갈 데가 없어서 오시는 분, 나이가 있는 여성분들은 가정폭력 문제 등으로 가출해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Q : 조리사이시지만 아무래도 그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대화도 자주 하게 될 텐데, 어떤 점이 가장 안타깝던가요?

A : 몸이 아픈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정서적으로 아픈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점이 너무 가슴 아파요. 특히 아주 젊은 여성 중에는 채팅 어플로 어른 남성들을 만나서 돈을 버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문에 성병 같은 걸 갖게 되기도 해요. 그런 얘기를 저한테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데, 부담이 없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의 심각함을 모르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까워요.

자신의 감정 조절을 못 하고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사람들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환영을 자꾸 보는데, 제가 주방에서 칼을 사용해서 조리하고 있으니까 그 칼로 자기를 해치려 한다고 오해를 해서 시비를 건 적도 있었어요. 

정말 가슴 아픈 적도 있었어요. 한 번은 제가 퇴근하려고 현관을 나서는데, 한 분이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집에 가는구나.”라고요. 사실 아주 정말 평범한 말인데, 그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그분은 돌아갈 집이 없는 거잖아요. 보호시설이 아무리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다 해도 그곳이 그분에게 가정은 아니니까요. 제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부러웠던 거죠(이 말을 하는 이옥희 조합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Q : 그 분들과 생활하며 보람도 있으실 것 같아요.

A : 가정집 같은 공간에서 함께 오래 생활하다 보니까 그곳의 직원이라기보다 같이 밥을 먹는 한 식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 오신 분 중에 60세가 넘은 분이 있는데 병원에서 퇴원 후에 시설로 바로 오셨어요. 암을 앓고 있는데 복막염도 생겨서 수술하고 바로 우리 시설로 오셨는데 통증을 참느라 이를 악무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이분이 처음 왔을 때는 식사도 잘 못 하시고 많이 고통스러워하셨는데 제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드린 음식을 잘 드시고 살도 좀 오르게 됐죠. 식사 후에는 제게 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세요. 이분이 시설에 있는 동안 병원 통원치료를 3~4개월 정도 하셨는데 어느 날 병원에 갔더니, 주치의 선생님이 진찰해보시고 회복이 무척 빠르다면서 물어보시더래요. “아주 많이 좋아졌네요. 요즘 뭘 드시길래 이렇게 좋아진 거예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저도 정말 보람이 있고 뿌듯해지더라고요. 또 센터에서 사용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중 뜨개질과 에코백 만들기 프로그램을 할 때 사용인들과 함께 목도리를 짜서 추운 겨울에 서울역으로 나가 거리 노숙인들에게 목도리를 나누기도 하고, 만든 에코백과 목도리들을 모아 작품 전시회를 했을 때 모두가 함께 뿌듯함을 느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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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향린교회에서 생명환경위원회 활동을 오래 해오셨는데, 원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A : 사실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이 있었다거나 대단한 운동을 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오래전부터 일상에서 가능한 일회용을 안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저는 물을 아껴 쓰려고 노력해요. 세탁할 때도 세제는 최소량으로 쓰고 섬유유연제는 안 쓴다든지, 설거지할 때도 기름이 묻은 것과 묻지 않은 것을 분리해서 기름이 있는 것은 먼저 종이로 닦아내서 물을 절약하고 주방세제를 가능한 안 쓰려고 해요. 특히 주변 사람들을 볼 때 휴지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더라고요. 물을 쏟았을 때 걸레로 닦으려 하지 않고 가까이 있는 휴지 먼저 찾구요. 저는 휴지 사용을 최소화하게 되더라고요. 휴지 한 장 만들어내기 위해 정말 많은 나무를 베어내잖아요. 그래서 공중화장실에서 페이퍼 타올에 손의 물기를 닦아도 바로 안 버리고 한 번 더 쓰고 버려요. 말하자면 자원 절약을 하는 것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런데 예전에는 자원 절약을 실천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생태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삶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든지,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대신 시장바구니를 갖고 다니고, 가능한 포장지를 안 받아오려고 해요.

 

Q : 향린교회가 오래전에 ‘녹색교회’로 지정이 됐잖아요. 이 이름에 걸맞은 실천을 하고 있다고 보세요?

A : 더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지요. 향린이 과연 녹색교회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예배 후 차를 마신 컵을 씻을 때 세제를 사용해 닦는 경우가 많아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 좀 아쉬운 부분이에요. 매년 6월 첫째 주가 환경 주일이라서 그 주에는 환경 실천 사항을 준비해서 알리지만, 일회적 행사로 그치는 거 같은 건 사실이지요.

 

Q :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자연환경이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A : 맞아요. 확실히 미세먼지가 없어져서 맑은 하늘색을 보고 사니까 정말 좋아요. 공장 가동이 줄고 인간 활동이 줄어들었잖아요. 자연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였던 거예요(아, 이 표현이 기가 막혔다!). 이건 어쩌면 자연의 경고 같은 건지도 몰라요. 

 

Q : 코로나 덕분에 얻은 깨달음 같은 게 있을까요?

A : 교회에서 늘 만나면서 친교를 나누던 교우들이 두 달 이상 서로 못 봤잖아요. 그래서 희년 여신도회원 4분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못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채소꾸러미 선물을 보내드렸어요. 그랬더니 봄을 한 바구니 받았다고 너무 행복하시다고 전화가 왔어요. 사실 흔한 채소 하나인데 마치 큰 선물처럼 서로 행복을 주고받은 경험을 한 거잖아요. 새로운 친밀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그런 친교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에너지인지 새삼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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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리가 향린교회 소모임 <문향>에서 연극을 자주 보러 다녔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영화도 자주 보시는 거로 아는데, 원래 문화 쪽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A : 네,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예전에 임보라 목사님하고 ‘여성의 눈으로 성서 읽기’ 모임을 하면서 여성 인권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제가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을 참 좋아해요. 사실 제가 예전에는 딱히 요리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여성 노숙인 보호시설에서 조리사로 일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해준다는 것이 참 보람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처럼 동네 한 귀퉁이에 작은 식당을 차리고 싶어요. 제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몸의 허기뿐만 아니라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그래서 저절로 치유되는 그런 식당을 해보고 싶어요.

 

Q : 이제 길목협동조합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앞으로 길목에서 이 분야를 접목한 활동 같은 것을 해보실 생각이 있나요?

A : 향린교회가 새 터전으로 이사를 하면, 생명환경위원회 전용 저온 창고를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현재 교회 안에는 이런 시설이 없어서 농산물을 오래 보관하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현재 건축위원회와 이 문제를 의논하고 있어요. 만일 저온 창고가 마련되면 향린 공동체뿐만 아니라 교회 주변 주민들에게도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잖아요. 일종의 길목 내 생협 같은 것이죠. 

 

Q : 신앙에 관해 얘기해볼까요? 향린이 첫 교회인가요?

A : 아니에요. 교회는 20대 때부터 다녔어요. 결혼 후에는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에 다녔는데 언제부터인지 신앙이 좀 약해졌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그러던 중에 지인이 순복음교회에 함께 다니자고 권면을 해서 다니게 됐죠. 그런데 첫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교회 출입구에서 그 많은 교인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낯설기도 하고 두렵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느낌이 안 좋았죠. 

 

Q : 그럼 안 다닐 수도 있었을 텐데요?

A : 그런데 제가 좀 체제 순응적이었어요. 특히 신앙에는 순종하고 의문을 갖지 않는 성향이었죠. 그래서 불편한 마음을 누르면서 몇 주 동안 순복음교회에 출석했어요. 그러다가 조용기 목사 설교를 들었는데 설교 내용이 ‘정직하라’는 거였어요. 하지만 그 목사의 삶은 표리부동 하잖아요. 그래서 또 회의가 들었죠. 그런데도 질문을 못 하고 갈등 속에 1년을 더 출석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1년에 한 번 하는 대성회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었는데 전국의 순복음교회 신도들이 다 와서 모이는 행사였어요. 이날 설교에서 조용기 목사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기도를 하는 거예요. 신도들은 다 같이 “아멘!”을 외치는 분위기였고요. 제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공감했거든요. 그 순간 거부감이 확, 들었죠. 게다가 조용기 목사를 마치 조폭 같은 분위기의 남자들이 호위하는 모습도 저에겐 너무 불편했어요.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죠. 그 길로 순복음교회와는 인연을 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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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 후에 향린교회로 바로 오셨나요?

A : 아뇨. 그 후엔 한동안 교회에 안 다니면서 다시 다닐 교회를 찾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남편(오낙영 집사)이 ‘향린교회에 가보라’고 했어요. 남편은 원래 교회를 전혀 안 다니는 사람이었지만 향린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었어요. 예전에 건축설계 관련 일을 하면서 건축잡지에 실렸던 향린동산 관련 기사를 보고 향린에 대해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교회 홈페이지나 기사 등을 읽으면서 향린에 대해 알아본 거예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향린에 오게 됐죠.

 

Q : 15년째 향린에 출석하고 계시는데, 향린의 어떤 점이 좋아서 이렇게 오래 다니고 있으세요? 

A : 향린에 처음 와서 3층 예배당에 들어왔을 때 창호지 문살의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원래 제가 옛것에 관심이 많거든요. 국악찬송도 물론 좋았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아,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그날이 마침 전태일 추모 주일이어서 조헌정 목사님께서 전태일에 관해 하늘 뜻 펴기를 하셨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교회 출석 후에 얼마 안 있다가 대추리 미군기지 반대집회에 갔었는데, 제가 원래 이 분야의 운동을 하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교회가 그렇게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고 연대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암튼 첫날부터 향린에 반해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다니고 있어요.

 

Q :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도 가끔은 서로 다투고 자식도 어떨 땐 미울 때도 있잖아요. 향린이 아무리 좋아도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요.

A : 물론 있죠. 우리가 2년에 한 번씩 전교인 수련회를 가잖아요. 그때마다 대부분 주제가 ‘교인 간의 소통’이에요. 특히 세대 간 소통을 강조하는데, 사실 세대 간의 소통은 꼭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잘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걸 굳이 강조하고 잘 안 되는 부분을 억지로 노력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소통은 이미 어려워요. 이걸 억지로 하려다 보면 오히려 더 벽이 생기는 것 같아요. 차라리 소통 불능을 인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억지로 시도하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Q : 마지막으로 가족 이야기를 해볼게요. 오낙영 집사님이 국문학을 전공하셨죠? 새해가 되거나 성탄절, 명절 때마다 늘 시적인 덕담 문자를 보내시더군요. 이런 면이 좋아서 결혼하신 건가요?

A : 오낙영 씨를 친구 소개로 만났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제 손에 쪽지 편지를 쥐여줬어요. 사실 소개팅 전에 오낙영 씨가 부친상을 당해서 힘들었나 봐요. 그런 절절한 심정이 편지에 담겨 있더라고요. 본인은 ‘등이 시린 남자’라는 표현이 편지 속에 있었는데, 그 글을 읽고 나서 ‘내가 이 사람을 보호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모성애 같은 느낌이 든 거죠.(이 대목이 좀 재미있었다. 두 분은 키와 체격 차이가 무척 크다. 아담의 체구의 이옥희 조합원이 듬직한 오낙영 집사를 보호해주는 그림이라니.) 신혼 초에는 ‘아내’라는 시를 써서 저에게 주었는데, 그 시가 정말 좋았어요. 지금도 갖고 있어요. 

지금도 제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기념일에는 이메일로 메시지를 보내주는 자상한 남편이에요.

 

Q : 자녀분들은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A : 큰아들은 전역 후에 그림 공부 중이고 둘째 아들은 현재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향린에 출석해서 청소년부까지 다녔어요. 아이들이 원래 좀 낯선 분위기나 공간 적응을 어려워하는데 제가 좀 억지로 데리고 다녀서 좀 힘들어했어요. 지금은 향린에 출석 안 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시간 30분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이옥희 조합원은 수다스러운 편이 아니에요. 그저 조용하면서도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내서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지요. 사실 인터뷰라기보다 같은 교우와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눈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덕분에 이옥희 조합원을 잘 알게 되었고 한 뼘 훌쩍 다가가는 계기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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