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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6 - 몽블랑 트래킹 1

posted Jun 28, 2019

걸으며 생각하며 - 몽블랑 트래킹 1

MontBlanc #1 길 떠나기 전에

가슴이 두근거려 본지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이 뭐라고 오십 줄 접어들고서는 가슴이 뛸 일도 잘 없고 설렘에 손바닥에 땀 날 일도 없다. 어제는 원고 쓰고 있는데 부정맥 증세가 느껴졌다.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신게 오늘 카페인 섭취량 전부인데 왜 이러지? 파리 와선 와인 한 병을 일주일에 걸쳐 나눠 마시니 알코올이 원인일리도 없고....집에 오는 길에 SPF50 자외선 차단제를 사면서 오늘 제멋대로 심장이 뛴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내일이면 떠나는구나!
떠나는 날 새벽부터 분주하다. 냉장고에 남은 과일을 싸서 배낭에 넣고 이제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우기에 상할 것 같은 음식물 들을 처리하고 집을 나선다. (여름방학을 맞아 식구들은 모두 고국으로 떠나고 냉장고를 비워야 될 판이었다.)
인도 카슈미르 트레킹 다녀온 이후 근 이십년만에 다시 트레킹을 떠난다. 몽블랑으로!!


 

길떠나기전에.jpg


오늘의 사족

1. 배낭 매고 집을 나서 파리 TGV역에 왔는데 땀이 삐질 나서 이 저질 체력으로 몽블랑 트레킹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살짝 걱정 된다.
2.리용시 근처까지는 고속선로를 이용하여 두시간만에 왔는데 맵을 보니 거리상 4/5는 온 것 같다. 몽블랑 트레킹의 출발지인 샤모니까지는 다섯 시간 반 걸린다고 했는데 나머지는 얼마나 천천히 가려고 이렇게 빨리 와버렸지 궁금하다.
3. 고속선로 이후는 완행모드다. TGV가 프랑스 시골동네를 쉬엄쉬엄 가는데 옆으로 펼쳐진 풍경이 정겹다. 때로는 시골 역에 들르기 위해 전진했다 후진해서 가기도 한다. 열차 시간표가 거짓말할리 없다. 표에 나와 있는 대로 5시간 반 걸려 예정한 시간에 도착하다.

참고: 몽블랑 트레킹(Tour du Mont Blanc)은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3국을 거쳐 170km 구간을 약 60시간에 걸쳐 6박 7일 동안 걷는다. 고도 1500에서 2500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니 사실 걷는다기보다는 산행을 한다는 편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겠다. 하루에 6시간씩 걷는다고 보면 10일 정도 걸리는 코스다. 나는 7일 일정으로 코스 중간에 두 번 차량으로 이동하고 하루 15~25km 사이를 걸었다. Le Tour(아래 지도에서 빨간색 네모)에서 시작하여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6박을 하고(숙박한 산장은 네모로 표시) Notre-Dame de la Gorge(빨간색 네모)에서 트레킹을 마치다.

 

 

지도.jpg

 

 

MontBlanc#2 샤모니 풍경

높은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산마을은 세계인들로 북적이고 나도 어느 틈에 슬그머니 그들과 정서를 교감하는 처지가 된다.

SNS 덕분에 실시간으로 이동 경로를 밝히게 되어 이미 샤모니에서 스키투어를 한 친구의 추천으로 포코로코 바게뜨버거를 큰 사이즈로 먹었다. 속이 든든하여 몽블랑 산자락 동네 샤모니를 어슬렁거리는데 도움이 된다.

버거와 함께 먹은 감자칩이 짰는지 목이 마르다. 빙하가 녹아내려 마을을 관통하여 흐르며 그 시원함을 함께 전할 수 있는 곳에 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요즘 축구잘하는 벨기에 맥주 한 캔 사들고 홀짝거리며 사람 구경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광경이 있었으니..

옆 카페 웨이터에게 와인 마개를 따 달라고 부탁하는 연인 둘이 눈에 들어 왔다. 산행 마치고 방금 내려온 듯 그들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가장 싼 음식인 맥 버거와 감자칩을 샤모니 한복판 동상이 있는 곳에 좌판을 펴고 먹으며 그들은 젊음의 축배를 들고 있다.

그들이 아름답다!!

 


샤모니풍경.jpg


오늘의 사족

1. 샤모니 숙소는 정갈하다. 여섯시 홀로 맞은 아침식사에서 주인장의 풍모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
2어젯밤 천둥번개 치고 비가 세차게 내렸다. 산 위는 더하다고 한다.
3.아침에 트레킹 출발지인 샬렛 알파인에서 산악 가이드와 일행을 만났는데 마담과 마드모아젤이 대다수다.

 


MontBlanc#3 노새의 소심한 복수

뮬이라고 하니 노새라고 불러야겠지.
트레킹 예약한 산악전문 투어 회사의 안내문에는 짐을 날라주는 나귀가 동행한다고 했는데..
아침에 출발하는 곳에 도착해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노새 두 마리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저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는구나 생각했다.

그 중 우리랑 같이 가는 녀석은 몸무게가 550kg나 나간다 했다. 우리 팀이 14명, 산악가이드 2명 짐을 노새 한마리가 진다. 한 사람당 맡길 수 있는 무게는 7kg, 부식까지 얹으니 130kg다. 우리 산행 리더인 세바스티앙은 비슷한 비율의 무게로 사람이 짐을 지면 산길을 걷기 힘들 거라고 했다. 하기야 16kg를 매고 하루에 20km 산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배낭에서 오스카에게 넘겨 줄 짐을 7kg 덜어내니 발걸음 한결 가볍다. 출발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다른 팀 노새가 옆에 왔길래 얼굴을 쓰다듬으며 갔다. 얼굴이 축축하다. 이 녀석도 애쓰고 있구나..

초반 오르막 두 시간 동안 노새몰이를 담당한 가이드가 애를 먹는다. 고삐를 끌면서 “오스카 알레, 알레”(우리말로는 가자쯤 된다)를 아무리 외쳐도 꿈쩍 안는다. 노새가 선두에 서고 팀이 따라가는 형국인데 오르막에 버티는 노새가 밉지 않다. 덕분에 우리도 쉬고..

루브르에서 봤던 15-6세기경 프랑스 그림 중에 들판에서 일하는 소들을 그린 작품 앞에서 한참 서 있었던 적이 있다. 살짝 시골 이발소 분위기가 났지만 왠지 그 앞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화가는 기억에 없다. 밭가는 모습이니 초봄이었나 보다. 입에 거품 물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입김이 바로 전해지는 듯 했다.

웬일인지 모르지만 난 그때 채식주의가 지닌 한계 같은 걸 감지했다. 지금이야 석유와 전기가 없으면 농사짓기 어려운 시절이지만 기계로 농사짓기 이전 농업 생산성의 비약적인 증가는 동물의 노동력을 사용함으로 가능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가축의 노동력을 차용하지 않는 한 인간이 호모루덴스로 살기 어려운 것이구나!

한 시간쯤 걸으니 노새가 방구를 뿡뿡 끼면서 한바가지 쏟아 놓는다. 나는 뒤에서 큭큭 웃었다. 그가 우리더러 ‘엤다 이놈들아! 이거나 먹어라’ 하는 것 같았다.


 

당나귀.jpg


오늘의 사족

1. 채식, 나는 모든 선천적 후천적 선호를 존중한다. 젊을 때 절밥 신세를 몇 달씩 진적도 있고 채소가 몸에 맞기도 하다.
2.이미 짐작했겠지만 오스카는 노새다.
3.에딘버러에서 온 로라 앰버 메건, 시드니에서 리디아, 멜버른에서 멜리사, 런던에서 온 아나스타샤 그녀는 불가리아 출신이다. 이렇게 오늘 저녁 같은 식탁이다. 나머지 팀원은 모두 프렌치. 그중에 부부(아닐지도. 가족의 형태가 워낙 다양해서)도 한 쌍. 합쳐 16병중에 남자는 셋.. 우리 팀 리더 이름으로 짐작했겠지만 세바스티앙은 그다. 그녀가 아니고.. Thanks GOD!! 그런데 도미토리에서 침대 배정하는데 살짝 문제가.. 큰 문제가?

 


MontBlanc#4 풀밭위의 점심 식사

출발 준비가 분주하다. 7kg의 짐을 노새가 실어준다 했는데 어떻게 하나 보니 손가락 두개만한 디지털 저울을 가지고 와서 정확하게 잰다. 노새 등에 얹어 갈만한 튼튼한 가방을 나눠준다. 미리 실을 짐을 분류해서 패킹해 와서 가방에 여유가 있는데 옆에 있던 아가씨는 짐이 넘쳐 난다. 내 가방에 좀 나눠서 넣어줄까 했더니 괜찮단다.

가이드가 와서 정확하게 잰다. 내 것은 5.5kg 미소를 짓는다. 옆에 젊은 여성의 가방은 중량 초과다. 산 사람들은 봐 주지 않는다. 그랬다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 친구는 마침 출발지에서 묵었던 터라 짐을 빼서 프런트에 맡기고서야 겨우 무게를 맞출 수 있었다.

가이드가 준비한 16명 점심을 각자 나눠지고 출발. 두 시간 오르막 올라 Col de Balme 고갯마루 도착.
2200고지, 프랑스와 스위스경계 풀밭에 점심 식탁이 펼쳐졌다.

이번 트레킹에 함께 동행 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모두 마담이어서 긴장했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가이드 둘 중 한명이 남자이고 프랑스 친구들 중에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이 있어 우리 팀 16명 중 셋이 남자다. 덕분에 어젯밤 잘 잤다.(확실히 마담들은 조용하게 잔다) 11명 이 자는 도미토리가 적막하기 그지없다.

펼쳐 놓고 먹는 점심이 너무 평화로워 밥 먹다 말고 한 컷 찍었다. 사실 밥은 아니고 빵과 치즈 그리고 콩을 주재료로 한 샐러드 그리고 후식으로 물롱(서양참외)과 비스킷이었고 산행하면서 먹는 점심은 7일내내 엇비슷했다.

찍은 사진을 보다 피식 웃다.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는 재해석 되어 다시 그려져야 하리. 그림 속 남자 둘을 발가벗기고 정면을 응시케 하는 풍자와 도발이 왜 없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풀밭위의식사.jpg


오늘의 사족

1. 어제 쓴 ‘모든 선천적 후천적 선호’에서 ‘모든’은 철회한다. ‘대부분’으로 바꿔야 맞다. 나는 선민주의도 반유대주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2. 28000보 17.1km 208층 어제 트레킹 기록이다. 3. 팀원 16명중에 남자는 셋.. 우리 팀 리더 이름으로 짐작했겠지만 세바스티앙은 그다. 그녀가 아니고..Thanks GOD!! 그런데 도미토리에서 침대 배정하는데 살짝 문제가.. 큰 문제가? 도미토리에 베드가 11개, 3개 있는 방 두개가 배정. 동작 빠른 세 명은 일치감치 작은방에 자리 잡았고 나머지 11명의 눈치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베드 쓰려고 마지막에 입실. 아뿔싸.. 베드 중 세 개만 싱글이고 나머진 더블. 졸지에 생면부지 젊은 여성과 한 베드에 동침할 처지가 되었다!!

 


MontBlanc#5 Day 1 마무리

호박스프, 닭고기 메인에 아이스크림으로 이어진 저녁 식사도 훌륭하다. 같은 트레킹 코스인데 좀 럭셔리한 comfort 옵션이 있었으나 이인일조로 예약을 받아서 신청하지 못하였다. 오늘 보니 두 명 쓰는 방에서는 촛불 켜진 식탁에서 서빙을 받는다. 낮에는 트레킹이지만 밤에는 거의 정장 입고 디너 하러 가야할 분위기다. 다음엔 어부인에게 잘 이야기하여 럭셔리 코스로 다시 한 번 오면 어떨까 한다.

고민했던 허리는 많이 걸으니 오히려 좋아지는 듯하고 오후에 내려올 때 외쪽 발바닥에 신호가 와서 스틱 꺼내들고 하중을 분산시키며 조심하다.

동행하는 친구들이 인생 샷 많이 남겨줬으나 단독 샷은 가능한 자제하기로 하고.. 3회차에 올린 단독 샷은 프랑스에서 스위스 넘어오는 국경 지대 조그만 빙하지대에서 찍었다.
 
높은 곳 트레킹 할 때는 목긴 워터프루프 전문화, 좋은 양말 그리고 sole도 탄력 있는 걸로 준비하는 게 답이다.

Forclaz 고갯길에 어둠이 내리는 밤 날아갈듯 바람이 분다. 오스카는 이 바람을 맞으며 풀을 뜯고 있다.


 

필자사진.jpg

 

오늘의 사족

1. 엉거주춤 도미토리 문 앞에 서 있자니 오지랖 프렌치 사모님이 중재해 마음씨 착한 에딘버러 출신 로라가 싱글 베드를 양보해 주다.
2. 거리낄 것 없는 마드모아젤들이 훌렁훌렁 옷을 벗는 바람에 어디다 시선을 둬야할지 난감하다. 둘째 날 부터는 농담들이 유쾌하게 오간다.
생각해 보니 난감할 사람 내가 아니라 더블베드를 공유할 상대이더군..


   -뭉블랑트레킹은 다음호에도 이어집니다.

 

김영국-프로필이미지.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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