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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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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2 -​​​​​​​ 맨해튼 작은 섬(Little Island)의 투어가이드

posted Aug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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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42 - 맨해튼 작은 섬(Little Island)의 투어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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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Left my heart in the Little Island”, 2021, Digital Painting.

 

 

팬더믹 기간에 허드슨 강변로를 무심하게 차를 타고 가다 첼시 근처 강가 쪽으로 “어 저것 뭐지, 미래 시대의 영화에 나옴 직한 초현실적인 구조물은?” 얼핏 보면 가우디의 구엘공원에 돌기둥처럼 보이기도 하고, Sue Cho에 따르면, 높이가 다른 하이힐의 뒤축이 쭉 늘어 선 것 같기도 하고. 근처에 차 세울 마땅한 곳이 없어 그냥 지나쳤었다. 눈이 채 녹지 않은 이른 봄 그곳을 가보았다. 아직 공사 중인지 입구를 막아 들어가지 못했지만, 안내판을 보니 “Little Island”라고 불리는 공원을 조성하고 있었다. 산책과 경관을 즐기기도 하고 야외 공연장도 있는 2.4 에이커의 자그마한 인공섬이었다. 5월말이 되니,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서 드디어 문을 연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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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일랜드는 맨해튼과는 두 군데 다리((gangplank-style bridge)로 연결되는 사각형의 수상공원이다. 이곳은 피어 54가 있던 자리로, 한때는 유럽으로 가는 여객선이 떠나던 곳이었는데 1912년 타이타닉 호가 침몰 후 생존자들이 구사일생 구조되어 이 피어로 도착했다고 한다. 건물 전면에 있었던 “CUNARD WHITE STAR”라고 쓰인 아치형 철문은 피어 54에 남은 유일하게 남은 부품인데 현재 리틀아일랜드 정문 앞에 세워져 있다. 양옆으로 물가에 솟은 나무 기둥이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전에 있던 피어를 지탱해 주던 기둥이다. 이 기둥들을 남겨두는 이유는 강에 사는 생물들의 서식지를 침해하지 않고 보존하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이 나무 기둥과 통일되는 디자인으로 리틀아일랜드의 기둥을 설계했다고 한다. 최첨단의 공원에는 숨겨진 역사를 기억나게 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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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개의 튜울립 모양의 콘크리트 기둥은 제각각 모양이 다르다고 하는데 거대한 화분 같아 각자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만큼 흙과 나무와 시설물들을  받치고 있다고 한다. 외관에서 보면 초현대적으로 튀고 대담한 느낌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친환경인 조경들, 프레어리 스타일의 들꽃과 관목들, 그리고 묵은 맛이 느껴지고 끝을 공글린 편안한 나무 의자들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높낮이에 굴곡이 있는 지형에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강 건너 뉴저지, 59가에서 베터리 파크까지 이어지는 허드슨 리버파크, 미드타운과 로어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멀리는 자유의 여신상까지 조망할 수 있다. 재미있는 모양의 실로폰과 발로 움직여서 소리를 내게 하는 악기, 그리고 눈이 빙글빙글 돌게 만드는 페퍼민트 막대기의 엉뚱한 등장은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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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2.4 에이커가 밖에 안 되는 이 곳에, 2 곳의 공연장, 잔디밭, 간단한 음료를 할 수 있는 야외식당, 산책길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구불구불 돌려서 그런가, 사면이 트여서 그런가, 설계자가 귀재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리틀아일랜드_resize.jpg

https://littleisland.org/visit-us

 

리틀아일랜드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설계했다. 그의 별명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한다. 2019년 허드슨 야드(Hudson Yard)에 등장해서 호불호가 갈리던 베슬(Vessel)도 그가 설계한 투어리스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헤더윅은 Dezeen(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리틀 아일랜드에서 실제로 맨해튼을 뒤로하고 떠나는 느낌("the feeling of actually leaving Manhattan behind")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뉴욕이 아닌 다른 곳에서 뉴욕을 돌아보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https://www.dezeen.com/2021/05/27/thomas-heatherwick-little-island-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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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저녁 허드슨 강변을 걷다가 Brookfield Place Terminal에서 강 건너 져지 시티, Paulus Hook으로 떠나는 배가 있어 즉흥적으로 몸을 실었다. 시원한 바람에 눈을 감으면서 심호흡을 하며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자유로움인가 마음속으로 환희를 외쳤다. 허드슨 강의 물살을 가르며 맨해튼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거리를 두니 도시의 아름다움이 들어나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붙잡게 된다. 헤더윅이 말하는 맨해튼을 떠나는 느낌이 이런 것 아닐까? 도시의 한복판 건물 숲과 사람들의 정글에서 숨이 턱 막히고 떠나고 싶을 때 갑판다리를 건너 리틀 아일랜드로 오면 멀리 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기분?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더군다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Kahlil Gibran의 시 “On Marriage”가 생각난다. 결혼하는 신랑 신부에게 프린트해서 카드에 넣어주곤 한다. 시의 일부를 소개하면, 

 

“But let there be spaces in your togetherness,

And let the winds of the heavens dance

between you.

 

Love one another, but make not a bond

of love:

Let it rather be a moving sea between

the shores of your souls.”

 

“그대들이 함께하더라도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서로를 구속하지 마라. 

그대들의 영혼의 해안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가 있게 하라.”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시집에 나오는 “결혼에 대하여” 시 중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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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이 전면에 보이는 687석의 야외극장(The Amph)

 

 

뉴욕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고 신규 감염자가 줄어들면서 그간 만나보지 못한 친지들이 6월부터 왕래하기 시작했다. 모처럼 방문한 친구들과 리틀아일랜드을 찾았다. 보름달이 뜨고 날이 선선한 그야말로 아름다운 여름밤이었다. 때마침 이 야외 공연장에는 스토리텔링과 음악공연이 있었다. 맨하튼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오랫동안 많이 힘들었던 우리에게 위로의 선물이 되었다. 또 다시 코로나19 델타 변종바이러스로 감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러스가 잘 사그라지어, 친지들과 함께 이곳을 찾길 작은 섬 투어가이드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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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Little Island at Pier 55”, 2021, Digital Painting.

 

PS. 토머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허드슨 야드에 있는 베슬(Vessel)부터 시작해서 하이라인을 따라 산책을 하고 Little Island와 건너편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을 구경하면 하루 멋진 코스가 될 것 같다. 안타깝게도 2019년 베슬(Vessel)이 개관한 이래 4번째의 투신자살이 7월 29일에 있어 지금은 문을 닫고 있다. 헤더윅의 또 다른 기발한 디자인을 소호에 롱샴스토어에서 볼 수 있다. 매장에 설치된 계단, “라메종 유니끄”(La Maison Uniqu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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