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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이야기] 유성기업 이야기 12 - 그들의 승리, 두 번째 구속

posted Sep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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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이야기] 유성기업 이야기 12 - 그들의 승리, 두 번째 구속

 

뜨거움에 대하여
‘이열치열’을 체험해 보고 싶다면 섭씨 34도 날씨에 달궈진 오후 세 시의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 보라.
2019년 8월 13일 화요일 14시, 천안지원 앞에서 인권활동가 명숙의 사회로 <노조파괴 범죄자인 현대자동차 임원 구속처벌을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김태연 유성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현대자동차의 부품사인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를 공모하고 실행에 옮긴 현대자동차 임원들에게 법정 최고형 선고를 바란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현대재벌이 노조파괴 주범이다, 김상은 변호사는 2011년 5월 현대차 임원의 제네시스 차량 안에서 발견된 노조파괴 증거 문건으로 2013년 말에 불기소되었으나 유성지회 노조원들의 투쟁으로 2017년 5월에야 기소된 유성기업 노조파괴 혐의의 현대자동차 임원들, 그들이 8월 22일 선고를 앞두고 한 연기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이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며 만약 피고인이 불참할 경우 즉각 영장발부 구속을 해야 천안지원이 그동안 해 온 늑장에 대한 속죄다, 이진숙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대표는 지금까지 유성기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사측의 교섭 의지 없음과 노동3권을 부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가벼이 여기는 사회문제, 라고 발언했다. 이정훈 영동지회장은 전 날 사측이  갑작스레 노사민정 등 중재자 단체의 집중교섭 제안을 거부했고, 그 이유로 노조에서 쟁의행동을 계속하면 교섭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알렸다. 정진희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부본부장의 탄원서 낭독과 백기완 선생님 외 6,837명의 탄원서를 천안지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은 끝났다.


 

유성기업-노조파괴-진짜주범은-현대자동차재벌이다-1_resize.jpg

유성기업 노조파괴 진짜 주범은 현대자동차재벌이다
 


그런데 이어 오체투지를 한다고 했다. 폭염주의보가 두 번이나 내려진 날이었다. 인권활동가와 범대위에서 말렸지만 유성기업 노조는 듣지 않았다. 기자회견만 하는 줄 알고 반소매에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간 나는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아무도 유성 노조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하는 수없이 그들의 무릎 보호대를 무릎과 팔꿈치에 끼고 충남노동인권센터 치유사업단 두리공감 장경희 활동가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정진희 부본부장이 벗어준 모자를 쓰고 그들과 함께했다. 2~3km를 노조원들과 함께 걷고 엎드리며 촬영을 하고 다 와서 보니 얼굴과 팔다리는 그런대로 보호했는데 발가락이 까지고 물집이 잡혀 있었다. 유성지회 노조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땀에 젖은 몸으로 마무리 집회를 했다.
평택까지 얻어 타고 온 차 안에서도, 입석으로 탄 기차 안에서도 나는 내내 졸았다. 다음 주부터 다시 상경 투쟁을 한다고 했다. 회사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면 교섭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아산공장 내 노조 현수막을 모두 칼질해 놓거나 뜯어냈고 천막농성장도 철거했다. 마주한 두 칼의 날은 칼집에 들어갈 생각은 안 하고 점점 시퍼렇게 세워지기만 했다. 


 

섭씨34도-오후-세-시의-오체투지-1_resize.jpg

섭씨34도 오후 세 시의 오체투지
 


2019년 8월 19일 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15시 aT센터부터 현대본사까지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오체투지를 했다. 그들 사이에 김태연 유성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과 인권활동가 명숙의 모습이 보였다. 
16시 양재동 현대본사 앞은 직원인지 용역인지 집회에 대비한 인원들이 즐비했고 그에 비해 조촐한 결의대회를 보고 있자니 막막했다. 다시 노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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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본사 앞 오체투지
 


8월 20일 화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
15시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 결의대회에서는 홍종인 민주노총 세종충남지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조합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16:30~17시 퇴근 선전전을 한 후, 18시부터 밥묵차의 정성스런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강남 한복판 보도블록에 주저앉아 주섬주섬 밥을 먹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시민들은 어떻게 보면서 지나갔을까?  
19시 문화제에 故(고)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왔다. 전 날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보고회를 참관한 그이는 조사위원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는,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그런 자세 때문에 아들이 그렇게(사고사하게) 된 것 같다고 발언했다. 열심히 일하면 사망하는 세상이라니……. 그런데 사실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스물네 살 故 김용균은 비정규직 첫 직장에서 지침대로 성실히 일한 대가로 몸통이 두 동강 나서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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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 (앞에서 둘째 줄 가운데 김미숙 씨)
 


유성지회 조합원의 남편이자 세정지회 지회장의 발언이 있었다. 투쟁 시작할 당시 뱃속에 있던 아이가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고 했다. 아기 때 배운 노래가 동요 대신 투쟁가였고 놀이가 팔뚝질이었단다. 그 아이가 성인이 돼서 마주해야 할 세상이 부모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른으로서 어떤 세상을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까?
이정훈 지회장이 그 날 있었던 대전청장과 천안청장과의 면담 내용이 26일부터 교섭이었다며 기막혀했다. 그간 수차례 검사 구형 전에 합의하자고 해도 들은 척 않던 사측이 이제 와서 계획 다 잡아놓은 상경투쟁을 멈춰야 교섭을 한다고 주장한다고. 그리고 요구안 4가지를 목이 터져라 다시 한 번 밝혔다.


1. 노조파괴책임자 김주표, 이기봉, 최성옥 퇴진
2. 어용노조 해체
3. 10년 단체협약 체결
4. 8년간 못한 임금인상

 

문화제 후 ‘꿀잠’에서 수육과 홍어회와 잡채를 갖고 방문했다. 꿀잠에는 콜텍 노동자였던 김경봉 조합원이 상근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해고와 13년의 투쟁이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우리는 여전히 강남 한복판 기울어진 보도블록에 주저앉아 음식을 먹었다. 시민들의 발길에서 나오는 먼지와 차량의 매연과 함께 노조원들은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그날도 그들은 땅바닥에서 노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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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에서 제공한 야식

 


8월 21일 수 대법원 앞 기자회견과 천안지원 앞 금속노조 결의대회
11시 대법원 앞 <인권시민단체 유시영 엄중처벌 촉구 의견서 전달 기자회견>이 있었다. 향린교회 이성환 목사, 명숙 인권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안진이 더불어삶 활동가, 양기창 금속노조 부위원장,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권영은 반올림 상임 활동가, 김상은 변호사 등 참석해 준 많은 이들 외에도 전국 총70개 인권, 시민, 사회, 종교단체가 연대해 주었다.
기자회견의 요지는 유성기업이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공모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형식으로 자문료를 지급하였고, 해당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재판에서 변호사비를 지출하는 배임·횡령 행위를 하였는데 이는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는 판결의 의미, 사법부 및 국가인권위의 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경과, 유성기업 조합원들의 훼손된 정신건강 실태, 최근에도 자행된 노조활동 탄압행위와 국제인권기구의 권고 등이었다.  

대법원 앞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고 버스에 올라 천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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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영 엄중처벌 촉구 의견서 전달 기자회견

 

 

15시 천안지원 앞 금속노조 충남지부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2,300여 명 정도의 금속노조원들이 유성지회를 위해 모였다. 현대차 임직원 선고를 하루 앞두고였다. 모처럼 대규모 연대의 모습을 보니 다음 날 선고가 조금은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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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충남지부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 & 금속노조 충남지부 정원영 지부장

 

 

8월 22일 목 14시 천안지원 305호 현대차 임직원 선고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은 역시 노동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자동차 최재현(현대차 구매본부 구동부품개발실 실장) 징역 1년, 황승필(현대차 엔진부품개발팀장)· 강규원(현대차 엔진부품개발팀 차장) 징역 8월, 권우철(현대차 엔진부품개발팀 대리) 징역 6월, 모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각각 120, 80, 60시간 선고가 났다.
원청의 하청업체 노조파괴 관여 최초 유죄 판결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는 다가올 유시영 회장 외 두 명의 선고 예측을 어둡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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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임원 선고 후 실망한 노조원들

 

 

평택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버스를 탔다.  
16시부터 파이낸스 건물 앞에서 시작한 오체투지 행진이 광화문 앞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선고를 보고 왔을 뿐인데 조합원들이 느낄 실망감을 생각하니 그들을 보기가 민망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묵묵히 하던 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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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좌상) & 얼음 하트(좌하) & 엄주인 아산지회 대의원의 얼음 세수

                                               

 

17시 청와대 규탄 결의대회는 메아리 없는 외침처럼 공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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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김성민 영동지회 사무장

 

 

19시 사회변혁노동자당 주최로 문화제를 했다. 이정훈 지회장은 지난 6월 25일 면담한 청와대에서 아직 답이 없다고 했다. 노숙투쟁 나흘째 그의 목은 쉬어 있었다. 
문화제 후에는 ‘더불어삶’에서 치킨과 맥주를 제공해 주었다. 그들은 또 땅바닥에 주저앉아 야식을 먹었다. 술도 못 마시는 나는 위로도 건네지 못한 채 스르륵 그들 곁을 빠져나왔다. 그날 밤 그들은 청와대 앞 독한 모기떼들의 습격으로 밤새 괴로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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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노숙

 

 

8월 23일 금 광화문~청와대 행진
10시부터 광화문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으로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닷새간의 상경투쟁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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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행진

 

 

8월 26일 월 천안지원 앞 기자회견 후 노숙 농성 돌입

그리고 주말을 쉬고 다시 월요일 14:30 천안지원 앞 <유시영 회장 구속촉구 및 농성선포 기자회견> 후 아산, 영동 20여 명씩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유시영 회장 선고일인 9월 4일까지 계속할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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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영 회장 구속촉구 및 농성선포 기자회견

& 하늘이 무너져도 이 땅에는 정의를

 

 

8월 28일 수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 집회와 광화문 금속노조 결의대회
14시 삼성동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 <노조파괴 분쇄! 유성투쟁 승리!>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거쳐 16:30 광화문 <재벌의 탐욕을 멈춰라!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유성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그들은 다시 천안으로 내려가 노숙을 이어갔다. 총 열흘간이었다. 사이사이 비가 내리는 밤이면 내 마음도 걱정에 젖었지만 뻔한 안부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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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재벌탐욕 노조파괴 분쇄

 

 

2019년 9월 4일 수 14:30 유시영 회장 외 2명 배임·횡령죄 선고
새벽 네 시까지 잠 못 들다 쪽잠을 잤는데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마침내 판결의 날이 왔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 나는 터질 듯한 심정으로 무궁화호를 타고 천안으로 향했다.

유시영 회장은 예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301호 법정에 들어왔다. 오히려 그 뒤를 따르던 이기봉 고문(전 부사장이자 아산공장장)의 표정이야말로 적의가 가득 차 있었다. 최성옥 고문(전 전무이자 영동공장장)은 그보다는 불안해 보였다. 법정에 가득한 방청객들과 피고인석에 선 세 사람은 숨죽인 채 선고를 들었다.
2019고합23, 2019고합45(병합)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배임)과 업무상횡령 건에 대하여 재판장인 원용일 판사가 양형 이유에 앞서 피고인 측이 전날 8억여 원을 공탁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공탁 자체가 유죄 혐의를 인정한다는 거였다.

이어 재판장은 양형 이유를 읽었다. 그리고 주문을 낭독했다.      
“피고인 유시영을 징역 1년 10월과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 이기봉 징역 1년 4월에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 최성옥을 징역 1년 2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를 악물고 판사의 말을 받아 적던 내 손에 볼펜이 부서져라 안도의 힘이 들어갔다. 유시영 회장을 쳐다봤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예측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회장은 도주의 위험 때문에 법정에서 바로 구속 수감이 된다고 했다. 판사가 판결 사실을 통보할 사람을 묻자 회장은 여기 다 와있어서 따로 없다고 했다. 거기 모인 그 많은 사람들 중 최측근들은 집행유예로 불구속되고 경영진인 아들조차 법정에 오지 않은 채 혼자 구속되는 백발의 그가 몹시 외롭고 처량해 보였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누군가의 자유가 박탈되고 심신이 상하는 구속을 정의의 이름으로 마냥 환호하기란 어쩐지 불편했다. 게다가 상대는 자본가 이전에 고희가 넘는 장애인이었다. 조합원들은 말로는 그의 구속을 외쳤지만 마음으로는 간절히 교섭을 원했다. 그걸 사측에서 모를 리 없었다. 사측이 요구한대로 노조가 상경 투쟁을 포기하고 법정구속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면 그들은 교섭에 응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노조는 지난 9년간 회사가 해왔던 선고 직전의 교섭 시늉에 더는 속지 않겠다고 했었다. 만약 교섭을 했다면 구속은 면할 수 있었을까? 그것 역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회장의 측근들은 진즉에 회장을 설득해 교섭을 했어야 했다. 그게 회장을 잘 모시고 회사를 살리는 방법이었다. 회장의 아들은 연로한 아버지가 또다시 감옥에 가도록 내버려두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인륜 아니겠는가. 
나는 호송차를 찍으러 서둘러 법정 밖으로 나왔으나 추적할 수가 없었다. 법원 밖에는 법정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서있는 조합원들이 여럿이었다. 그 중 아산지회 부지회장에게로 갔다. 그의 손을 꽉 잡으니 눈물이 후두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몇 달간 가슴 졸이며 노조와 함께했던 절박함이 해제되며 무언가가 터져서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잠시 후 김상은, 김차곤 변호사가 다가와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하는데 나도 모를 괴력이 그들의 손을 아프게 했다.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오열했다.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회장이 구속 돼도 이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교섭을 해서 합의를 봐야 끝이 나니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할 수 없었다. 이 싸움이 곧 끝날지 기어이 두 자리 수인 10년을 채우고야 말지, 내년 한광호 열사 추모 4주기에는 승리의 소식을 들고 성묘를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었다, 참으로 만분다행(滿分多幸)이었다. 지난 몇 달간 땅바닥을 기고 노숙을 해 온 수백 명의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9년간 사수해 온 민주노조를 법은 인정해 주었다. 이제 이 땅에 사주(社主)라는 이름으로 자본을 동원하여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배임과 횡령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대한민국 법원의 첫 판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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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영 회장 배임 횡령 재판 결과에 대한 유성지회 입장 & 선고 후 웃는 두 지회장

 

 

15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다. 모든 발언을 들었지만 기진한 내 귀에 남는 것은 없었다. 
모두 돌아가고 17시가 넘어 시외버스를 탔다. 저녁이 내린 서울에 도착해 함께 상경한 변호사들에게 맥주 한 잔을 하자고 했지만 다음 날 재판준비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지난여름 월성핵발전소 앞에서 발병한 자극성접촉피부염 때문에 금주를 해야 한다. 비단 건강상태 때문이 아니라도 평소에 술을 가까이 하는 편이 아니다. 내가 술을 마시고자 할 땐 정말 매우 아주 특별한 날이란 걸 그들이 알 리 없었다. 축배 한잔 함께할 사람도 없는 나는 집에 와 우유를 마셨다. 
누군가의 슬픔에 동참하는 건 의외로 쉬웠다. 그러나 누군가의 기쁨에 함께 취하기란 어려웠다. 어쩌면 투쟁하는 이도 그걸 지켜보고 기록하는 이도 모두 각자의 길을 갈 뿐, 완전한 하나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과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느끼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하지만 만남과 이별이 인생이듯 이 싸움이 끝나면 결국 우린 헤어져야 할 것이다. 그날은 그 마지막 날의 예행연습이 아니었을까?    

 

일곱째별-사진_축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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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일곱째별의 다큐이야기] 파인텍 다섯 사람 이야기 2부 - 2018년을 보내며

    향린교회 성탄 기도회 [일곱째별의 다큐이야기] 파인텍 다섯 사람 이야기 2부 - 2018년을 보내며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굴뚝농성 408일째 6시 반쯤 목동CBS앞 단식농성장에 갔다. 단식 15일째인 차광호 지회장에게 몸은 좀 어떠시냐고 물었다. &ld...
    Date2019.01.02 Views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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