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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 이야기] 유성기업 이야기 15 - 가을의 상봉

posted Oct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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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 이야기] 유성기업 이야기 15 - 가을의 상봉

 

 

설익은 가을이 서성이는 9월 29일 화요일 오전 9시 40분. 안양 교도소 앞에는 여러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과반수 이상이 조재상 사무장을 기다리는 유성지회 사람들과 관계자들이었다. 

 

10시 정각이 되자, 저만치에서 출소하는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뒤편 어딘가에 회색 운동복 차림의 조재상 사무장이 있었다. 생두부 한 입과 축하 인사말이 오가고 단체사진을 찍고 나서야 나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축하해요.” 

‘축하라니, 아무리 출소하는 장면을 처음 봐도 이게 적합한 말인가?’ 다시 인사말을 바꾸었다. 

“고생 많았어요.” 

 

2018년 12월 31일, 양희열 면회 후 천안 동남경찰서에서 천안구치소로 이감되는 조재상과 양희열을 보았었다. 나는 그 때 포승줄에 묶인 조재상의 손을 잡아주느라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그 때 조재상은 내게 건강하라고 말해 주었다. 그날 이후 1년 9개월만이었다.   

 

 

DSC01533_resize.jpg

유성지회 조재상 사무장 

 

 

“가장 힘들었던 게 뭐였어요?” 

“가족들 보고 싶은 거요.” 

 

맨 처음 연행되던 때는 셋째 아기 백일이 막 지난 후였다. 백일 다음 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원도로 여행을 갔는데 가자마자 양희열 연행 소식을 들었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온 조재상은 26일에 자진 출두했다.   

 

2019년 6월 10일, 조재상 1년, 양희열 10월 실형, 나머지 세 명은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 선고를 받았다. 

그 후 양희열은 형기 만료일인 2019년10월 23일에 출소를 못하고 다음 날에 할 수 있었고 조재상은 형기를 다 마치고 출소했다. 

그런데 2020년 1월 8일, 대전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서 대전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심준보)는 유성기업 상무 폭행 건 5명 전원에게 1심 판결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조재상 2년, 양희열, 노시열, 안원영 1년 6월, 이만희 1년. 조재상은 출소 2주 만에, 양희열은 두 달 반 만에, 나머지 세 명도 법정 구속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2배의 형량을 맞은 조재상은 그로부터 9개월을 더 수감되었다가 만기 석 달 전에 가석방된 것이다. 

 

“나오면 무얼 가장 하고 싶었어요?”

“오늘이 둘째 아이 생일이에요. 선물 사주러 마트 가는 거요.”

 

아직 어려보이는 그의 아내는 남편의 구속 전후로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다. 백일이던 셋째인 막내는 두 돌이 넘었다. 어린 아이들 셋을 남편 없이 2년간 키웠을 젊은 부인에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는 말조차 민망했다. 그저 앞으로 살면서 더욱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행복하길 기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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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상 사무장 출소 환영

 

 

모처럼 유성지회 사람들 낯빛이 밝았다. 

5월 26일 유시영 회장 선고일에 천안지원에서 본 후, 7월 29일 오전 11시 대법원 앞 기자회견 이후 두 달 만이었다. 

7월 29일은 유성기업 손배소에 대한 제대로 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2011년 노조파괴 과정에서 유성기업이 쟁의행위에 참가한 노동조합과 노동자 개인(34인)에게 청구한 4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데, 2013년 1심, 2015년 2심 재판부 모두 일부 손해배상을 인정했고, 인정금액은 10억1천5백여 만 원에 지연이자가 20%였다. 대법원에 계류되어있는 동안 2심 인정금액은 지연이자까지 21억 원이 넘었고, 매일 55만 원의 지연이자가 붙고 있다. 

2심 판결 이후,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련 유시영 회장, 유성기업 임원, 창조컨설팅 대표, 현대자동차 임원까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8년 적폐청산 TF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결과 노조무력화시도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재조사를 권고한 상황이었다. 

2016년 1월 20일부터 진행 중인 상고심의 주요 쟁점은 ‘회사는 노동조합을 이유로 손배, 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부제소특약의 불인정, 아산공장 점거기간 중 생산손실 인정의 문제점, 현대·기아차 손해배상금 인정의 문제점, 과실상계율의 문제점이다.  

2019년 1월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과 손잡고에서 발표한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우울증상의 경우 손배가압류를 경험한 남성노동자는 일반 남성노동자에 비해 11배, 여성노동자의 경우 10배 이상 높았고, 자살 충동은 손배가압류 경험 남성노동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9배 이상, 여성은 14.3배가 높았다. 이처럼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개인에게 치명적 해악을 미친다. 이에 2017년, ILO와 UN사회권규약위원회에서도 노동자에게 희생을 요하며 보복조치인 손배가압류에 대한 자제를 권고했다.  

 

 

DSC09715_resize.jpg

유성기업 손해배상청구는 노조파괴 최후수단

 

 

2020년 9월 22일 (화) 11시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정문 앞에서는 유성기업 노조파괴 행위자들의 회사 돈 사용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상황에 있던 나는 이 소식을 닷새 후에나 알았기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회사는 아직도 어용노조와만 교섭을 한 채 유성지회와는 아무런 교섭을 하지 않고 있다. 

가을에 접어들었다. 겨울이 오고 내년이 되면 유시영 회장은 만기 출소한다. 그 후에는 전처럼 또 다시 노조파괴의 강풍이 불까? 진전이 보이지 않는 노와 사의 교섭 상황은 메마른 가을을 더욱 건조하게 한다. 아직 교도소에는 나머지 세 명이 수감돼 있다. 그들과 악연인 한 사람이 궁금하다. 노조파괴에 책임이 있는 기업 간부들, 노무법인, 원청 임직원들이 처벌을 받고 심지어 기업의 회장도 옥고를 치르고 있는 마당에 유독 그 사람만 법망을 피해 피해자의 얼굴을 한 채 행방이 묘연하다. 자동차 부품 회사로 명성을 떨치던 유성기업이 10년이란 오랜 세월 갈등으로 마비돼 있는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 해결을 봐야 하는가? 노와 사, 그 둘에겐 진정 화해와 상생의 바람이 있기는 한 걸까? 겨울이 닥쳐오기 전에 교섭을 하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모두가 조재상 사무장처럼 가석방으로 나와 따뜻한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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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안아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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