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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댁 단풍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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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댁 단풍편지 3 - 시골이 왜 좋으냐고?

posted Mar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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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6일 월요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나에게만. 전라북도 정읍시 고부면에 주민등록을 옮겨 엄연한 정읍시민이자 일인 가구 세대주가 된 것이다. 그 덕에 우리 집 네 식구는 각각 자기가 사는 곳에서 세대주가 되어 일인가구가 넷이 되었다. 우리 집은 공식적으로 정부가 인정하는 완벽한 콩가루 집안(?)이 되었다.

이제 정읍 시골이 왜 좋은지 알려드리겠다. (이 글을 읽고 귀촌하겠다고 나서는 분들 많아질지 모르겠다는 느낌적 느낌(?)을 느낀다.) 여기 시골이 좋은 점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것은 ‘넉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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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저수지

 

 

첫째, 공간이 넉넉하다.
탁 트인 하늘을 담아내는 넓은 앞마당과 담 넘어 저수지 물이 찰랑거리는 배경으로 낮은 언덕에 소나무 숲이 있다. 뒷마당 창을 내다보면 멀리 영산이라고 정읍 사람들이 칭송하는 두승산과 그 옆 노적봉(참! 이름도 넉넉하다. 곡식 따위를 한 데에 수북이 쌓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이 보인다.

샘골시장 전용 주차장도 주차요금을 받지도 않는데 가보면 늘 자리가 있다. 옛 도시라 도로가 좁아도 차 세울 곳은 여기저기 많아 넉넉하다. 그래서 차 가지고 시내에 나가는 것이 서울처럼 두렵지 않다. 정읍 YMCA 수영장도 비록 25 미터짜리 짧은 레인이지만 레인에 사람이 많지 않아 부딪힐 염려가 없다. 고양시 수영장의 50 미터 레인 하나에 20-30명이 바글거리던 것과 비교하면 넉넉하다.

둘째, 시간이 넉넉하다.
만날 약속이나 회의가 있으면 정시에 가거나, 그전에 가서 기다려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곤 했는데, 여기는 정각보다는 살짝 늦어도 괜찮다. 수영 강습 선생님도 10분 늦게 오셨다가 시간을 다 안채우고 먼저 나가신다.

 

 

한산한-정읍_resize.jpg

한산한 정읍 거리

 


셋째, 옷차림, 즉 패션이 넉넉하다.
서울처럼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 동네 만수동 어르신들 옷차림 보면 색깔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하다. 몸에 딱 붙지 않아도 되고 요즘 유행에 따르지 않아도 되고, TPO(time, place, orientation)을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몸을 움직여 일하기 편하면 된다.

넷째, 음식이 넉넉하다.
특별한 맛집이 아니라도 시장 안 식당이나 거리 식당에서 한 그릇짜리 음식을 시켜도 반찬이 적어도 6-7 개가 나오고 맛도 좋고 싱싱하고 양도 풍부하다. 음식 인심이 넉넉하고 비싸지도 않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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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관광공사


다섯째, 정읍 사람들 마음이 넉넉하다.
그 예로, 쌍화탕을 마셔볼까 하여 유명한 정읍 쌍화탕 거리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여성 기사 분에게 쌍화탕 거리로 가자하니, 거기는 비싸고 자신이 아는 좋은 쌍화탕집을 소개해주겠다고 하면서 차를 모는 것이었다. 소개받은 쌍화탕집은 가격도 싸고 서비스도 좋고 덤으로 주는데다 간식도 풍부하다. (원가보다 더 주는 것 같다.) 이런 정읍 사람들이 자신이 아는 정보를 나누어 주려는 정겨운 태도에서 넉넉함이 느껴진다.

또, 작년 여름에 동생부부와 같이 기차타고 정읍역에 내린 적이 있다. 아침 8시 좀 넘어 이른 시간이라 정읍역 관광게시판 앞에 어디 좀 둘러볼까 서성이고 있는데, 어떤 분이 ‘왜 오셨냐’ 물어보신다. 집을 새로 고치려고 내려왔는데, 시간이 남아 어디 둘러볼 데가 없나하고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자신은 정읍 관광해설사인데, 마침 그날 관광 신청자가 없어 우리에게 정읍관광 해설을 해주시겠단다. 성함은 이** 해설사이신데, 과거에 농촌진흥청 등에서 일하시다가 정년퇴직하시고 해설사 자원봉사를 하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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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 선생 고택

 


그리고 그분의 차 - 트럭운전석 뒷좌석에 우리 네 사람은 그야말로 낑겨 앉았다. 그분이 몸소 당신 트럭을 운전하시면서 역사적 현장을 해설해주신다. 백정기 열사 기념관, 동학혁명기념관, 전봉준 고택, 동학혁명 전적지 황토현, 조병갑이 수세 받으려고 했던 만석보 등을 둘러보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면서 정읍 예찬을 하시는데 정읍에 대한 자부심이 ‘뿜뿜’이다. 중간에 점심도 같이 했다. 이렇게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차 태워주시고 설명해주시는 넉넉함을 다른 어디서 맛볼 수 있으랴!

마지막으로 정읍 사람이 소개해준 건배사를 특별히 알려드리겠다.


  선창자: 이거시 술이여?
  다  수: 아~~~니여!
  선창자: 그럼 뭐시여?
  다  수: 정(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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