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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정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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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정읍댁의 정원일기 8 - 달팽이 집

posted Jun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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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정읍댁의 정원일기 8 - 달팽이 집  

 

 

내일 일은 난 모른다. 

5월 중순 금요일에 출근했을 때 어르신은 짐 보따리를 싸두셨다. 전날까지 한 마디 말씀도 없었는데 입원하신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용 차량도 예약해 놓으셨단다. 며칠 전 텃밭에서 쪽파 대가리를 다듬은 후 계속 어지럽다고 하셨다. 자식들 걱정할까봐 의논도 안 하시고 병원비도 당신이 낸다고 자신만만하게 입원하신 어르신은 마음대로 퇴원하지 못하셨다. 동네 의원은 어르신의 어지럼증은 고치지 못하고 혈관도 못 찾아 주사바늘만 여기저기 찌른 채 퇴원도 못하게 했다. 결국 어르신은 입원할 때와 마찬가지 상태에 부은 팔뚝으로 일주일 만에 퇴원하셨다.  

 

그 사이 첫 월급을 받았다. 4월 한 달 꼬박 일한 급여를 다음 달인 5월 20일에 받은 것이었다. 비록 하루 세 시간이긴 했지만 한 달 반을 기다려 받은 월급은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571,020원. 서울 강남 청담동 미용실에서 커트 다섯 번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집단 해고당했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청와대 인근에서 비를 맞으며 농성하던 그들이 하던 말, ‘최저시급 받다가 그나마도 짤렸다’고. 그 ‘최저’시급이었다. 요즘 젊은이들 말로 현타(현실타격) 오는 순간이었다. 한 달간 자유와 바꾼 정직한 노동의 대가인 알량한 월급은 현실감이 확 왔다. 하지만 돈을 좇아 살아본 적 없는 인생이라 그것이 일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 고민 요소는 아니었다. 실상 매일 세 시간씩 글을 쓴다고 해도 어디에서도 그만큼의 돈을 주진 않으니까.    

 

퇴원한 어르신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텃밭 잡초 걱정을 하셨다. 

  “밭을 매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아프니…….” 

요양보호 첫날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아흔 살 노인이 넓지도 않은 텃밭 때문에 입원까지 하고 왔는데도 잡초를 뽑아주지 않는 요양보호사인 나. 대체 왜 그럴까? 정읍 정원에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만 하는 잡초제거 아니던가? 하지만 요양보호 업무에 잡초 제거는 없다. 나는 원칙을 벗어나는 걸 싫어했던 것이다.  

매일 집안 전체를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닦고 요강을 비우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빨래를 하고 옷과 수건을 호텔처럼 정리수납하고 요리를 하고 밥을 차리고 반찬을 숟가락 위에 얹어드리고 설거지를 하고 각질 투성이 몸에 바세린 로션으로 마사지를 해 드리고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시를 읽어드리고 종종 산책을 시켜드려도 ‘밭은 누가 매나’하는 걱정근심은 집요하게 계속됐다.  

 

끊임없는 종용과 거부로 인한 줄다리기가 지속되던 어느 날, 정읍 정원에 돌아와 아기처럼 키우는 상추와 방울토마토, 고추, 오이, 가지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불현듯 낫을 들고 텃밭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실뱀같은 넝쿨이 무섭게 칭칭 감고 올라와도 옴짝달싹 못하는 나무들을 구해주다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던 나무가 사과나무란 걸 알았다. 갑자기 의협심이 뻗쳐올랐다. 사과나무를 구하기 위해 아픈 두 손목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그렇게 초여름 정읍 정원에서 나무들을 맹렬히 괴롭히기 시작하는 두릅과 넝쿨들과 잡초들을 무찔러내면서 다짐했다. 

  ‘내가 있는 한 이 정원의 나무들은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할 거야.’ 

내 치기가 굴함 없이 무성한 자연의 억센 활력 앞에서 얼마나 하잘 것 없는지 알면서도. 

마침내 조롱조롱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는 사과나무가 제 모습을 찾았다. 그러자 그 뒤 나무에 빨간 열매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하아~ 앙증맞은 앵두였다. 넝쿨을 제거해 준 내게 나무가 준 선물이었다. 아직 새콤한 앵두를 따다 물에 씻어 먹어보았다. 앵두보다 뱉어놓은 씨 색깔이 더 예뻤다. 

 

다음 날, 나는 어르신 마당 텃밭에서 조용히 잡초를 뽑았다.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시큰한 손목으로 잡초를 뽑으며 다음에 올 요양보호사가 이 일을 반복할 염려만 아니라면 못할 게 무언가 싶었다. 예외는 악순환을 남기게 되겠지만.   

 

요양보호사 일은 모두가 걱정하던 것처럼 육체노동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일을 막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아 마당 수도가 새서 받아놓은 물이 아깝다고 겨울옷들을 한가득 담아 적셔놓고 손빨래를 하라셨던 것을 모면한 일도, 뒤꼍 쑥을 캐다 국을 끓이라고 해서 싱싱한 것만 따다 그리 했더니 다음 날 아침에 전날 그 국을 드시고 배가 살살 아파 생각해 봤더니 아들이 주말에 제초제 뿌려놓은 걸 깜빡 잊었다고 해서 식겁한 일도 오히려 감정노동이었다.  

날마다 집안 살림은 당연히 하고, 변비 증세가 있으면 시내까지 차를 몰고 나가 무가당 요거트를 사다 드리고, 밭의 잡초도 슬금슬금 뽑고, 흰 머리에 검은 염색도 해 드리고, 첫 월급 탔다고 내가 나를 칭찬하고 싶을 때 특별히 사먹는 스프도 고창 상하농원까지 가서 사다드렸다. 

어르신을 가장 만족시킨 건 코로나19 백신접종이었다. 예약해 놓은 날도 아침에 어지럽다고 취소하셨는데 어느 비오는 날 아침에 갑자기 어지럽지 않으니 오늘 맞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내가 급하게 보건소와 동사무소와 병원에 연락한 결과, 오전에 백신 접종에 성공한 것이었다. 두 달 내내 코로나백신 접종을 할까말까를 내게 매일 물으셨다. 드디어 그 고민이 끝난 것이니 우리 둘 다 얼마나 기뻤는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지비가 큰일했네, 큰일했어.”   

그러나 기쁨은 너무 짧았다. 다음 날,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줘야 해서 그만두게 된다고 말씀드렸다. 일주일을 남겨둔 날이었다. 

  “정들자 이별이네. …… 근심 뒤에 근심이 오네.”

그동안 백신 접종 때문에 그렇게 근심했는데 그게 끝나자마자 내가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어르신은 몸에 기운이 쭉 빠진다고 하셨다. 그리곤 나더러 동네 빈집을 알아봐서 이사를 오라고 하셨다. 다시 온다면 그때까지 방문요양을 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그리곤 요양 첫 날 현관 문 앞에까지 나와 “나 죽을 때까지 오래오래 해.”라고 하셨을 때처럼 또 더듬더듬 현관 문밖으로 나와서 “근처에 집을 알아 봐.”라고 하셨다. 

돌아오는 길, 운전대를 잡고 멍하니 두승산을 바라보는데 흐드흐득 몸이 흔들렸다. 눈보다 가슴이 먼저 울고 있던 것이었다. 일로 만나도 정이 이리 드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못하겠다. 진짜 못하겠다. 더 이상 이렇게 정 주고 떠나는 일은 말아야지.’

 

집을 구하라는 어르신 말씀으로 일주일이 채워졌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어르신은 말귀도 못 알아듣는 서울 것이랑 언어 차이로 힘드셨을 것이다. 시골일과 요리를 척척하지 하지 못해서 답답하셨을 것이다. 그래도 어르신은 절대로 내 손맛을 잊지 못하실 것이다. 종아리를 꽉꽉 주물러 드리면 얼마나 시원해 하시고 고마워하셨는지 모른다. 특히 오른쪽 종아리가 많이 아프셨다.

마지막 날을 이틀 앞두고 어르신께 꼬마 정읍댁의 정원일기 ‘빨간 앞치마 지비’를 읽어드렸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할머니 사랑’을 읽어드렸다. 어르신께 내 정체를 밝힌 것이다. 어르신은 마지막 태그를 하고 집을 나서는 나를 따라 대문 앞까지 나오셔서 “대성한 작가가 돼서 유명해져.”라는 덕담으로 나를 떠나보내주셨다. 나의 첫 요양보호사 일은 그렇게 끝났다. 

 

만영재에 새 입주자가 오기에 나는 떠나야 했다. 

정읍 정원을 떠나며 내게 남은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우선 사람.  

정읍 정원이 한 일은 이곳에 기거하는 나를 만나러 온 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정원을 잠시나마 누리게 해 준 것이다. 아무리 서울에서 KTX로 1시간 40분 걸린다 해도 여기까지 오기는 쉽지 않다. 전국에서 이 먼 곳까지 나를 만나러 온 이들은 내 장례식에 초대하고 싶을만큼 인생에 특별한 인연으로 남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 간 선운사, 내소사, 전봉준 생가터, 고인돌 유적지, 동호해수욕장, 격포와 채석강과  모항, 곰소항과 곰소염전, 내장호와 내장사, 동학혁명 전봉준 고택과 단소와 만석보, 그리고 정읍사(井邑詞) 출처 <악학궤범>이 <약학궤범>이던 안내판을 정읍시청에 전화해서 수정하도록 했던 정읍사 공원과 피카소의 그림뿐 아니라 공예품도 보았던 정읍시립미술관. 반 년을 살았지만 동네 사람들이 이 집에 사람이 사는지 모를 정도로 좀처럼 나다니지 않던 내가 혼자 두 번이나 가 본 구시포 해수욕장은 아쉽게도 아무 감동이 없었다. 혼자라서 그랬다.      

 

다음은 책과 도서관.  

2021년 1월 10일 일요일에 이곳에 와서 만 5개월 동안 5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대부분 정읍시립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작년에 토지문화관에서 4권까지 읽은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나머지 17권을 완독했고, 나를 ‘하찮은 남자만 빼고 다 갖고 있는 유기농 소녀 여자친구’라고 칭하는 걸이 소개해 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을 도서관 소장용 다섯 권 모두 읽었다. 십여 권의 건축 실내 인테리어 및 나무와 정원 관련 책들은 언제쯤 내가 꿈꾸는 작업실을 위해 쓰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읽어 두었다. 그 외 책으로는 이덕무와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 관련 도서 등. 

정읍 도서관은 대출권수가 5권밖에 안 돼서 내가 정읍에 오길 잘 했다고 처음으로 느꼈던 정기용 건축가의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책을 한 권도 못 빌려봤다. 하지만 기적의 도서관을 사진촬영해서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친구가 된 어린이도서 작가 정에게 강의 자료로 보내줄 수 있었다. 그 덕에 초대된 ‘마음을 치유하는 컬러 테라피’ 강좌에서는 참석자들을 보며 정읍에서 강의나 공부 모임을 통해 시민과 교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격증.  

자격증이라고는 운전면허증뿐이던 내가 정읍에서 5개월간 취득한 자격증으로는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20년 전에 이미 수료증과 교육 경력이 있지만 자격증 때문에 사이버대학에 편입해서 2년만에 졸업한 결과)과 다문화사회전문가 2급 수료증, 정리수납컨설턴트 2급 자격증, 스토리텔링 그림책 지도사 1급 자격증, 원예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이 있다. 

‘자기만의 방’을 찾아 떠도는 삶이니 어디에서든 ‘글을 쓰기 위해’ 먹고 살 방편으로 준비해 둔 것들이다. 30년 작가 이력보다 자격증을 더 요구하는 사회에 쓴웃음이 나지만, 이반 일리치가 주장한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대신 가르치고 돌볼 수 있는 자격을 만들었다.  

하지만 내게는 많은 것들이 필요 없다. 돈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모리의 정원’ 같은 곳에서 르코르뷔지에의 4평 오두막 ‘케렌시아’ 같은 작업실을 얻어 반딧불처럼 살고 싶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작년 늦여름 한 달과 올해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다섯 달, 모두 반 년 동안 이 정원이 나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집주인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꼬마 정읍댁의 정원일기’이다. 

 

작년 여름에 무서운 가시투성이 두릅나무에게서 구해준 하얀 꽃 배롱나무는 지금 분홍 꽃 배롱나무보다 더 푸르르다. 다시 온 첫 날, 눈 쌓인 정원의 배롱나무 앞에 두고 인사했던 김장김치는 아직도 남았고 반년 간 7kg의 쌀도 다 못 먹었다. 기름 아끼느라 꽁꽁 춥던 서향 방에 떠날 때가 되자 오후 햇살이 오래 드리운다. 그 방 창에서 보이는 배롱나무 두 그루의 꽃을 올해도 다시 보고 싶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갓난아기 다루듯 온 정성을 다해 키우며 하루하루 외로움을 달랜 상추 모종 스물 여섯 포기들과 방울토마토 세 줄기, 오이고추 두 줄기, 오이와 가지, 그리고 달팽이들의 천국인 저절로 자란 오크리프 상추와 트레비소는 나대신 이 집에 올 다른 사람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겠지.

 

정읍 정원을 떠나기 직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폭우가 무섭게 쏟아지던 마지막 목요일 밤이 지나고 눈뜨자마자 텃밭에 가보았다. 아아- 내 소중한 상춧대들이 넘어져 있었다. 그 애들을 두고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전전긍긍하던 참이었는데 내 소유욕이 무참히 해결돼 버렸다. 더욱 기함할 일은 넝쿨에서 구출해 준 앵두나무가 두 쪽이 나서 쓰러진 것이었다. 간밤의 세찬 빗발에 주렁주렁 앵두가 달린 가지쪽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것 같았다. 지나치게 많이 가지면 결국 모두 잃고 마는구나. 순간 쥐고 있는 손을 놓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 나는 쓰러진 가지의 앵두를 바가지에 한가득 담아 동네 분들에게 선물로 드렸다. 그리고 하얀 벌레가 가득해 가까이 가지 못하던 개복숭아도 비에 씻겨진 상태라, 따서 어르신께 가져다 드렸다. 상추들은 과감하게 잘라 마지막 정산하러 간 장기요양보호센터에 선물로 드렸다. 

‘비움과 나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정읍 정원이 내게 선사해 주었다.     

 

끝으로 정읍 정원에서 내 집처럼 살게 해 주신 만영재의 주인 고경심·김종수 두 분께 깊고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드린다. 

     

2021년 6월 14일 월요일 아침, 아직 자기만의 방이 없는 나는 제 몸에 집을 얹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자동차 ‘탈핵브리드’에 짐을 싣고 정읍 정원을 떠난다. 

  ‘내가 없으면 정읍 정원의 풀은 누가 베어주나.’ 

어르신처럼 나도 걱정 시작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나의 첫 번째 정원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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