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여는글]

a6de88

24년의 고독한 외침

posted Jul 30, 2019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도회-포스터-등_resize.jpg

 

 

24년의 고독한 외침 

 

 

“원직복직! 인권유린 사죄! 이재용 구속!”

강남역사거리 CCTV철탑. 오늘도(2019년 7월 30일) 김용희님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용희님은 삼성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다 1995년 해고통지도 없이 그냥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삼성 본관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수차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도했습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업무방해 구속, 명예훼손 구속이었습니다. 국회 앞에 매일 출근하며 호소해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사회에서 투명인간이었습니다. 2019년 7월 10일 60세 정년을 앞두고 6월 10일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 올라 목숨을 건 마지막 투쟁을 감행하기 전까지 그는 삼성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로부터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24년 동안.

 

그는 왜 거부했을까? 

‘노동조합은 안 된다’는 삼성의 지침을 순순히 따랐으면 남부럽지 않게 살았을 것을...

그는 왜 무모하기까지 보이는 그 외로운 싸움을 멈출 수 없었을까? 

삼성이란 거대 공룡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 생각해서였을까. 다른 직장을 구했으면 지난 24년 동안 그렇게 외롭고 힘들게 보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삼성은 왜 그랬을까? 

노동자 김용희는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을 설립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무노조경영’을 표방하는 삼성의 대응은 잔혹했습니다. 해고, 감금, 폭행, 아버지의 의문의 실종, 아내에 대한 성폭행 위협... 

노조에 대해 삼성은 왜 이렇게까지 병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아니 어떻게 반인간적이고 폭력적인 행위가 가능한 것일까요? 

“같은 업종 최고 대우 해준다. 대신 노조는 안된다” 이 말의 이면을 생각해봅니다.  

“오너(주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받아라.”  

“오너(주인)와 대등하게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라”

권리가 박탈된 노동자와 오너(주인)의 관계는 일제강점기나 조선시대 지주와 종의 관계나 다름없는 것이겠죠. 오너–주인이 곧 법인 무법의 삼성공화국이 김용희님과 그 가족에 대해 무자비한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입니다. 

 

“원직복직! 인권유린 사죄! 이재용 구속!”

그의 외침은 단순히 억울한 한 노동자의 외침이 아닙니다. 

“원직복귀!”

해고 통지도 없이 쫓겨난 노동자 김용희의 권리 주장입니다. 

“인권유린 사죄! 이재용 구속!”

무법의 삼성공화국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자, 주종의 관계에 굴복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와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온 인간 김용희님의 당당한 외침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목숨을 건 지금이 차라리 행복하다고 합니다. 무슨 일 이냐고 말을 걸어주고,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김용희님의 지난 24년의 고독한 외침을 생각해봅니다.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이 우리 사회 곳곳의 고독한 외침을 들을 수 있고, 그들과 함께  동행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함께하는-집회_resize.jpg

 

이화실편집장-프로필.gif

 


  1. 테헤란로 공유 오피스에서

    테헤란로 공유 오피스에서 2020년도 한 달이 어느새 지나갔네요.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한 게 엊그제 같다는 말이 상투적이고 식상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점점 더 진짜 맞는 말이라고 느껴집니다. 올해 계획하신 일들, 몇 개라도(!) 이루시기 바랍니다. 제가 한 ...
    Date2020.02.03 Views220
    Read More
  2. 2020년을 시작하며

    2020년을 시작하며.. 벌써 2019년이 다가고 2020년이 되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일들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단순히 조합원의 숫자를 늘이기 보다는 교육 과정 참여와 사회 실천을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합원들을 바탕으로 시업...
    Date2020.01.01 Views200
    Read More
  3. 빛과 그림자

    빛과 그림자 프로이트는 인간 본능 안에 생명본능과 죽음본능이 있다고 말했고, 멜라니 클라인은 ‘죽음 본능을 이해하고 소통할 때 생명 본능이 발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인간의 내면세계와 삶의 현실 안에 빛과 그림자라는 상반되는 두...
    Date2019.11.30 Views631
    Read More
  4. 소멸消滅에 대하여

    소멸消滅에 대하여 제법 쌀쌀해진 바람에 몸을 움츠리게 되는 눈마중달 11월입니다. 2019년 달력은 달랑 두 장만 남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11월의 드높고 맑으며 쨍쨍한 하늘을 좋아합니다만, 어떤 분들은 나무와 풀들의 빛깔이 곱게 바래지다가 어느덧 낙...
    Date2019.11.01 Views201
    Read More
  5. 길목인 2주년을 기억하며

    (출처:경향신문 인터넷 캡처) 길목인 2주년을 기억하며 길목 소식지 "길목인"이 만들어 진지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들 때 이화실 편집위원장이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연말까지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소식지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대로 ...
    Date2019.10.01 Views382
    Read More
  6. 길목,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요

    길목,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요 넌센스 퀴즈의 질문으로 여는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먼 길, 예를 들어 부산을 가려고 할 때 가장 빠르게 가장 방법이 무엇일까요?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비행기나 고속열차를 답으로, 신비주의적인 생각을 한다면...
    Date2019.09.01 Views242
    Read More
  7. 24년의 고독한 외침

    24년의 고독한 외침 “원직복직! 인권유린 사죄! 이재용 구속!” 강남역사거리 CCTV철탑. 오늘도(2019년 7월 30일) 김용희님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용희님은 삼성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다 1995년 해고통지도 없이 그냥 회사에서...
    Date2019.07.30 Views253
    Read More
  8.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길목을 시작하며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길목을 시작하며 모든 조합원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으로 가는 절차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설립 인가를 받았고, 설립등기를 끝냈으며, 사업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7월 초가 되면 사회적...
    Date2019.07.02 Views269
    Read More
  9. 길목은 한 편의 영화입니다

    길목은 한 편의 영화입니다 길목인에는 '함께 보는 영화'와 '아트 카메오' 두 편의 영화 관련 글이 실려 있다. 길목인에서 글로 표현된 영화라는 주제의 비중은 영화가 대중문화의 주요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
    Date2019.05.31 Views245
    Read More
  10. 궁금하시죠?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궁금하시죠?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우여곡절 끝에 금년 4월에 사회적협동조합('사협') 설립 인가증을 보건복지부(정신건강정책과)로부터 받았습니다. 작년 조합원 총회에서 결의하고 신청한 지 1년만의 일입니다. 2018년 조합원 총회의 주요 결정사항...
    Date2019.04.30 Views24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