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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de88

콩고에서의 기억

posted May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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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에서의 기억

 

 

아픈 기억이 많아 잊으려 했는데, 최근 화산 폭발 소식을 들으며, 이 상황이 콩고 주민들에게 끼칠 영향 등을 생각하니 다시 그곳의 일들이 걱정과 함께 떠오른다.

 

지친 심신으로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가, 이런저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밴쿠버 남쪽 화이트락에서 약간 평안하게, 그리고 적당히? 봉사하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살고 있었다. 

한국에는 이명박의 폭정이 있었고, 염려하고 기도했었다.

 

조국은 어려운데, 나름 평안을 누리고 사는 것이 죄스럽고 무거워지던 즈음, 친구가 찾아와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직접 가서 보고 판단을 하자 해서, 밴쿠버-서울-홍콩-요하네스버그-루붐바시-콜레주-키산카라 등을 거쳐서 아마도 키산푸라라고 불리는 코발트와 구리를 채굴하는 광산마을에 도착했다.

 

광산 입구에 물과 함께 쌓여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과 거기서 뒹굴며 무엇인가를 먹고 있던 돼지들. 호텔 간판을 따라 들어가 보니, 값싼 비닐로 사방을 가리고 하늘은 뚫려 있던 호텔방. 많은 이질적인 상황이 지속되던 중, 광산 후문 근처에서 팔이 하나만 있는 장애 여성이 불편한 몸으로 마대 자루 속 뭔가를 강물에서 씻고 있었고, 근처에 메케한 담배를 피우던 자는 한 손에 코발트 중량 체크를 하는 GUN을 들고 있었다. 

 

광산에서 코발트를 채취하면, 좋은 광물의 경우, 3~7% 정도 코발트 비중이 나오는데, 수작업으로 마대 자루에 광물을 넣고 흐르는 물에서 계속 흔들어 씻으면 중량이 가벼운 물질은 물에 씻겨가, 그 작업을 길게 할수록 코발트 비중이 올라간다고 했다.(많은 양은 기계식 세척기를 이용한다.) 여기서 모아진 마대들을 건조시켜 1톤 자루에 넣고, 수십 톤 용량의 덤프에 실어 잠비아 국경, 인도인들이 운영하는 거대한 황산 저수조로 이동하고, 수일간 아주 독한 산으로 세척해 코발트 비중을 20% 중반으로 올려 탄자니아 등을 거쳐 중국 상해 남부 도시에서 재가공하고, 국내기업의 몇 차례 공정이 추가되면 테슬라 등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로 바뀌게 된다.

 

다시 담배 피우던 자의 GUN으로 돌아가면, 그것은 아무리 노동자가 강물에 세척을 오래한다 해도, 비중이 높아지지 않도록,(비중이 높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거의 최저로 체크되도록 야바위 짓을 해두었다. 여러 가지 열악하고 기만적인 상황을 보고서, 아! 아프리카 광산마을에 와있으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으로, 밴쿠버로 돌아가 가족들의 반대를, 국내에 들어와 형제들과 친구들의 반대를 뒤로한 채, 천당 직전의 소위 999당이라 불리는 벤쿠버에서 어쩌면 인간 세계 중 가장 열악한 삶의 장소로 들어갔다.

 

우선 현지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던 미국인과 협의해서 광산 입구에 두 개의 컨테이너를 구했고, 의사를 채용해 병원을 개설했고, 매달 2,500불 정도의 약을 사서 무료 진료와 무료 처방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우여곡절 끝에 상당액을 들여서 광산을 인수하고, 인수 반대를 하는 노동자들과 협상을 해서 체불임금과 고용승계 등을 해결하고 광산 재가동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등의 대용량 배터리 소요가 적었고, 핸드폰 등 충전해서 사용하는 형식의 2차 전지 소재로 쓰이던 시절이어서 런던 광물시장 등의 코발트 국제 시세는 낮았다. 광물공사와 자원개발 기업들이 몇 차례 현장을 다녀갔고, 광산의 평가금액이 크게 올라가니 어려움이 찾아왔다. 언제나 돈 되는 자리와 돈 있는 현장은 또 다른 아픔이 온다. 콩고 남단 키산푸라 광산도 그랬다. 무능하고 낭만적이던 사장은 돈과 건강 잃고, 크게 망가진 상태로 그 흔한 표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인류 조상의 출현지 아프리카는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언어와 감정과 습관이 있다. 헌데, 유럽의 제국주의 시대 비스마르크 등이 편의적으로 국경을 분할해서 열강의 식민지로 각국에게 분배한다. 광복 후 한반도의 인위적 분단이 그랬듯이, 인위적 국경 분할이 아프리카 현대사에 숱한 전쟁의 촉발점이 되기도 했다. 거기에는 비용 지급이 필요치 않을 정도의 값싼 노동력이 있고,(광산에서 3달러를 받는 1일 노동이 있다 하면 교사는 아이들의 수업을 포기하고 광산에 간다.) 자원과 생태가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홍콩을 출발해서 아프리카를 가던 비행기는 만석이었지만, 돌아오는 비행기는 텅 비었던 장면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듯하다. 유럽이 그리고 미국이 지금은 중국이 더 깊숙한 오지 더 낮은 바닥 시장까지 점해가고 있다.

 

그 당시, 아프리카의 유일신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첼시 소속의 드록바라는 아프리카 출신의 선수였다. 드록바가 출전하면 아프리카는 숨을 멈춘다. 드록바가 골을 넣으면 온 마을, 온 도시가 괴성과 장단과 경적을 울리며 춤춘다. 그 조심스럽고 소박한 큰 눈에 두려움을 담고 살던 이들이 미친 듯 열광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공감도 되고, 두렵기도 했었다. 

 

여성 장애 노동자의 코발트 비중을 체크하던 GUN은 문명인가? 수탈의 도구인가? 우리가 쓰는 핸드폰을 비롯한 재충전해 쓰는 편리한 도구들은 그들의 눈물과 땀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콩고민주공화국 루붐바시 공항에 내리면, 광산에서 채굴된 코발트를 잠비아 국경의 인도인 소유의 황산 세척장으로 옮기는 덤프트럭 회사의 영국군 출신 관계자들이 나와서 르완다에 인접한 북동부 고마 인근의 고산지대에서 채취한 커피를 끓여 주곤 했었다. 콩고를 재입국할 때는 두려웠지만, 고마의 커피가 주는 천상의 맛은 마약처럼 두려움을 떨치게 했다.

 

지금 그 고마 인근에서 화산이 폭발했고, 많은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픔 위에 아픔이 더해진 이들을 염려하고 기도한다.

 

길목인, 여는 글을 숙제로 안고 있다가 콩고의 화산 폭발 기사를 보고 아프리카 시절의 단상을 쓰려고 기억 소환을 위해 콩고, 코발트 등을 검색해 보니, 코발트 시세는 비트코인 보다 더 올랐고, 세계 1위인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코발트 광산 지분을 인수한다는 기사가 올라온다. 아픔을 겪어서 그런지, 가족과 형제와 공동체가 있는 곳이 좋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아픔을 적지 않은 기간 목도했고 그 아픔이 아른거린다. 세상은 어디든지 각양의 아픔을 안고 구르는 것 같다. 

 

모두에게 평안을 빕니다.

 

채운석-프로필이미지.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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