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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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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쓰임 - 첫째 이야기

posted Jan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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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라예송
발행호수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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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쓰임 - 첫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라예송입니다. 국악을 전공하는 학업 중이고, 그것을 토대로 무언가 표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연재를 위해. 먼저 어색하게 나를 소개한다. 다음은 국악차례다.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국악입니다. 저는 왕부터 기생의 레퍼토리까지 포괄하는 조선의 음악문화유산이며, 무형문화재 또는 민족주의자들의 액세서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교과서에도 실리지만, 가끔은 트로트가 되기도 하고, 씨름판에 서기도 하죠. 아주 실용적으로는 사람 능력에 비하여 좋은 대학을 보내주는 마력의 도구입니다. 저작권이 없어서 마구 방송되어도 되는데 인기는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세상에는 궁금해 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직접 찾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찾아도 알기 힘든, 또는 직접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국악 이야기’까지 들을 필요가 있겠는가? 나는 어떤 이유에서든 그 이야기들을 찾고자 하고 알고자 하는 나의 행위가 위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누군가 궁금해 하지 않음에도 굳이 들려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니. 세상에. 

 지금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이사하는 날 농 밑에서 발견되어 결국은 버리고 갈, 당장은 뭔지 예측도 되지 않고 돈도 안 되는 먼지 쌓인 물건과도 같을 ‘그것’에 대하여 말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그것이 나의 삶에 엉겨 붙어 내가 그것인양 착각하며 살아온 시간에 대한 회상이기도 하다. 

 


 

 ‘국악’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아버지’라는 존재로부터 떠올리는 이미지가 ‘따뜻한 곰 인형, 가여운 지갑, 폭력적 몬스터, 無’ 등으로 모두에게 다를 수 있는 것처럼, 각자의 경험과 생각에 맡겨야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단 전제되어야 할 것은 생각을 하긴 해야 한다는 것.  

 

1. 부끄러운 국악

 

 국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끼리 하는 농담 중에 “너 진짜 국악인 같다.” 라는 말이 있다. 농담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겠지만, 국악인 같다는 의미에는 약간의 조롱이 섞여있는 듯하다. 국악인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기에 국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국악인을 조롱하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가졌음을 내비치는 것일까? 

 앞서 국악이 자신을 소개한 것을 보면 국악이라는 것은 여러 곳에 사용되는 것 같다. 

 

 “왕부터 기생의 레퍼토리까지 포괄하는 조선의 음악문화유산, 무형문화재 또는 민족주의자들의 액세서리, 교과서에 실린 음악, 트로트, 씨름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사람 능력에 비하여 좋은 대학을 보내주는 마력의 도구, 저작권이 없어서 마구 방송되어도 되는데 인기는 없음”

 

 자신의 소개에서 국악은 정확하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뭘 하는지 대충은 알 것 같은 그렇지만 인기는 없음에 스스로 약간은 절망하고 있는 그런 존재다. 어떤가. 당신이 국악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저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국악을 인정해야만 하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것인가 아니면 부끄러워할 것인가? 

 무엇이 부끄러운 이유가 될까? 왕이 듣던 음악일 때는 자랑스럽고 기생의 레퍼토리일 때는 부끄러운가? 무형문화재로 교과서에 실릴 때는 자랑스럽고 트로트 가수가 열창하거나 씨름판에서 나오면 부끄러운가? 소위 좋은 대학의 세부전공이나 권력에 편승되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진정한 인기는 없는 것이 부끄러운가? 예술일 때는 자랑스럽고 떠돌이의 구걸에 사용되면 부끄러운가? 

 그 부끄러운 점만은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사는 나에겐 그렇다. 스스로 자신의 부끄러운 점을 소개할 수 있는 국악의 솔직함에 머쓱해진다. 아니, 내가 생각할 때 부끄러운 지점이 국악에게는 하나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겠지. 자신의 부끄러운 면을 소개하기 싫은 나 같은 종류의 사람은 나의 이름이 부끄러웠다면 이름 석 자 조차 말하고 싶지 않았을 테니.

 

 국악은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국악이 어땠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국악은 어떠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과 국악을 동일시하며 국악을 부끄러운 것으로 만든다. 국악이 정말 부끄러워지는 이유는 국악을 이용해서 구걸 같은 숭고함과 비교도 안 되는 사욕을 취하고 있으면서 자신은 예술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국악은 그저 루저들의 도구일 뿐이다. 국악이 왜 인기가 없는지 아직도 모르겠나? 그건 바로 ‘너’같은 사람이 국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안 해봤나?

 

 어릴 때 동생이 뚱땡이라고 놀려서 화가 나 있을 때 어머니께서는 늘 ‘네가 정말 뚱뚱하다면 뚱뚱하다고 놀리지 못할 거야. 그러니 넌 뚱뚱하지 않은 것이지’ 라는 이상한 위로를 했었다. 그 이상한 위로에 따르면 ‘너 진짜 국악인 같다’는 조롱 섞은 놀림은 상대가 ‘진짜 국악인’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된다. 

 

 그래. 나는 내가 뚱뚱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스스로 놀림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럼. 나는 진짜 국악인인가? 아니면,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은 수군거림이 있었단 말인가?

 

(다다다음호에 계속)

 

라예송(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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